푸른 봉우리와 흰 구름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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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봉우리와 흰 구름의 맛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5.09.11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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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이덕무의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로 본 일상의 가치와 미학(157)

[한정주 역사평론가] 빼어나게 우뚝 솟은 푸른 봉우리와 싱싱하고 산뜻한 하얀 구름의 아름답고 탐스러운 모양을 오랫동안 부러워하다가 한 손으로 잡아당겨서 모두 먹으려는 마음을 품었다.

그러자 양 볼과 어금니 사이에서 이미 군침을 흘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천하에서 이보다 더 탐스럽고 먹음직스러운 것은 없을 것이다.(재번역)

媚秀之靑峯 鮮濃之白雲 羡艶良久 意內欲一攬而盡飡 牙頰間 預聞簌簌聲 天下之大饞饕 無如爾也. 『선귤당농소』

린위탕(林語堂)은 “자연은 사람의 인생 전체 속으로 들어온다”고 말한 적이 있다.

어떻게? 때로는 소리로, 때로는 색깔로, 때로는 모양으로, 때로는 감정으로, 때로는 분위기로 들어온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경우에는 자연이 이덕무의 인생 속으로 어떻게 들어왔다고 말해야 할까? 마음속으로? 아니다. 마땅히 입속으로 들어왔다고 해야 한다.

글에 소리와 색깔과 모양과 감정이 있는 것처럼 만약 글에 맛이 있다고 한다면 반드시 이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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