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의 경계 확장과 지식·문학에 새로운 가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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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의 경계 확장과 지식·문학에 새로운 가치 선물”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5.09.21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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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이덕무의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로 본 일상의 가치와 미학(159)

[한정주 역사평론가] 올눌제(膃訥臍)는 바다 물개이다. 우리나라의 동쪽 바닷가에 위치한 영해(寧海)와 평해(平海) 등지에서 볼 수 있는데 모두 수컷이다.

매년 떼를 지어 바다를 따라 남쪽 바다로 가다가 남해현(南海縣)에 이르러 암컷을 만나서 교미(交尾)하고 떠난다.

암컷을 낳으면 그 지방에 머무르지만 수컷을 낳으면 동쪽 바다로 이동해 산다.(재번역)

膃肭臍 海狗也 我國寧海平海等處 有之而皆牡也 每年作隊遵海而行 南至于南海縣 迎其牝孶尾而去 生牝則留其地 生牡則移居于東海. 『이목구심서 2』

이덕무가 ‘올눌제(膃肭臍)’라고 부른 바다 물개는 정약전이 쓴 해양생물 백과사전인 『자산어보(玆山魚譜)』의 잡류(雜類) 해수(海獸) 편에는 ‘올눌수(膃訥獸)’라고 기록되어 있다.

『자산어보』에서 정약전은 바다 물개의 생김새는 물론 생태와 습성에서부터 그 이름의 다양한 유래와 문헌상 기록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그 기록과 이덕무의 기록을 대조해 읽어보면 여기 『이목구심서』가 『자산어보』에 없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바로 바다 물개의 생태 이동 경로를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목구심서』에 실린 ‘올눌제(膃肭臍)’와 『자산어보』에 수록된 ‘올눌수(膃訥獸)’를 함께 읽는다면 옛적 우리 바다를 활보하고 다니던 바다 물개를 정확하고 자세하게 알았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런데 왜 이덕무와 정약전은 바다 물개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기록으로 남겼던 것일까?

그것은 세상 사람들이 이용(利用)과 후생(厚生)과 치병(治病)과 이치(理致)를 따질 때 참고로 삼게 하기 위해서다. 또한 세상 사람들이 아직 미치지 못한 것과 아직 다다르지 못한 곳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이렇게 되면 지식인은 미처 알지 못한 것을 알게 되고, 문인들은 미처 표현하지 못한 것을 표현할 수 있게 된다.

프란시스 베이컨의 말을 빌자면 이러한 작업은 ‘사유의 경계를 확장하는 일이요, 지식과 문학에 새로운 가치를 선물하는 일’이라고 할 만하다.

그런데 사유의 경계를 확장하거나 지식에 새로운 가치를 선물하는 일이라는 것은 그렇다 쳐도 어떻게 문학에 새로운 가치를 선물한다는 것인가?

‘모비딕’이라고 불리는 백경(白鯨), 즉 거대한 흰 고래를 찾아 대서양에서 희망봉을 돌아 인도양과 태평양까지 항해하는 에이헴(Ahap) 선장의 이야기를 그린 허먼 멜빌(Herman Melville)의 소설 『모비딕(Moby-Dick)』을 읽어보라.

바다 물개에 관한 이덕무와 정약전의 기록이 문학에 새로운 가치를 선물했다고 한 나의 말에 담긴 뜻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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