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e in China’가 아닌 “플라스틱 없이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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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e in China’가 아닌 “플라스틱 없이 살기”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4.03.13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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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산업 복합체에서 찾는 경제적 불평등

▲ 로리 에시그(미국 미들버리칼리지 사회학) 교수는 미국발 금융위기의 원인을 플라스틱에서 찾는다.
한때 ‘Made in China 없이 살아가기’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중국산 제품이 지배하고 있는 일상에 대한 도전이었다.

그렇다면 ‘플라스틱 없는 세상’에 도전하는 것은 어떨까.

중국산 제품처럼 플라스틱은 온통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침대에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시계의 알람을 듣고 깨어난다. 잠에서 깨어 처음 만나는 화장실이며 욕실 역시 플라스틱 천지다. 변기, 휴지통, 칫솔, 치약, 면도기, 샤워기 등등 온통 플라스틱 천지다.

식탁에 앉아도 마찬가지다. 플라스틱 봉지에 담긴 음식을 플라스틱 냉장고에서 꺼내 플라스틱 그릇에 담아 식사를 한다.

그리고 플라스틱 안경을 쓰고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출근한다. 사무실의 책상과 의자, 전화기와 컴퓨터 역시 모두 플라스틱이다.

점심식사 때도 플라스틱 탁자와 플라스틱 의자의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플라스틱 재질의 신용카드로 계산한다. 퇴근 후에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텔레비전을 본다.

과학과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영향력을 날로 키워가고 있는 플라스틱은 인간의 삶에서 가장 결정적인 두 가지 요소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바로 일과 사랑이다.

직장을 얻고 돈을 벌기 위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투자는 자신의 몸을 가꾸고 바꾸는 것이다. 운동을 열심히 해서 몸매를 가꾸어야 하고, 이것으로 부족하다면 성형외과에 가면 된다.

 
애정 문제의 최종 해법 역시 자신의 몸을 가꾸거나 심지어는 바꾸는 것이다. 여자들은 멋진 남자를 좋아하고 남자들은 예쁜 여자를 좋아한다. 따라서 누군가의 눈에 띄기 위해서는 남보다 더 멋지고 남보다 더 예뻐야 한다.

사랑 역시 일종의 경쟁이 되었기 때문에 자신의 육체에 기꺼이 투자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선택이자 필수적인 선택으로 여겨진다.

더 예쁜 얼굴과 더 멋진 몸매를 위해 투자하지 않는 사람은 직무를 유기하는 것이고, 이들이 애인이 없다거나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여기에는 비용이 필요하다. 하지만 플라스틱은 문제 역시 해결사를 자처한다. 플라스틱 머니, 즉 신용카드가 있다.

이윤 추구만을 탐하는 산업이 된 성형수술과 본래부터 이기적인 은행이 플라스틱이라는 공통분모로 한 데 모이자 마침내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의 씨앗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주택 담보 서브프라임 모기지에도 매달렸지만 이보다 훨씬 더 어리석고 치명적인 육체 담보 서브프라임 모기지에도 매달리게 된 것이다.

『유혹하는 플라스틱』의 저자 로리 에시그(미들버리칼리 사회학) 교수는 미국발 금융위기의 원인을 여기에서 찾는다.

커져가는 경제적 불평등과 무책임한 대출을 통해 규제 없는 ‘플라스틱 산업 복합체’를 만들어내고 있는 신자유주의 이념들을 파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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