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부의 마음…동민(同民)의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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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부의 마음…동민(同民)의 철학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5.10.08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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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이덕무의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로 본 일상의 가치와 미학(166)
 

[한정주 역사평론가] 대장부가 비록 궁한 집에서 살며 형편없는 음식이나마 끼니를 잇지 못한다 하더라도 늘 남에게 베풀기를 좋아하고 궁핍함을 구제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大丈夫雖處窮閻 菽水不繼 然長使吾腹中惻然有好施與救窮乏之意思.

옛 사람들은 위민(爲民), 애민(愛民), 안민(安民)의 가치를 귀중하게 여겼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무슨 말인가? 위민과 애민과 안민의 가치가 아무리 귀중하다고 해도 동민(同民)만은 못하다는 얘기다.

왜? 위민과 애민과 안민의 철학은 근본적으로 통치자·피통치자, 지배자·피지배자, 권력·민중, 주는 자·받는 자의 이분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전자는 시혜를 베푸는 우월한 존재이고 후자는 은혜를 받는 열등한 존재이다. 전자와 후자는 우월(優越)·열등(劣等)과 존귀(尊貴)·비천(卑賤)의 관계일 뿐 그들의 가치는 균등하지도 평등하지도 않다.

반면 동민의 철학에서는 이러한 이분법이 존재하지 않고 모든 인간의 가치는 균등하고 평등하다. 만약 인간을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이 있다면 그것은 차이와 다양성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동민의 가치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보자. 사람들은 동민의 지극한 경지를 ‘여민동락(與民同樂)’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무슨 말인가?

여민동락, 즉 ‘민중과 더불어 즐거움만 함께 하는 것’으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왜? ‘민중과 함께 한다는 것’은 기쁠 때는 함께 기뻐하고, 슬플 때는 함께 슬퍼하고, 분노할 때는 함께 분노해야 하고, 미워할 때는 함께 미워해야 하고, 사랑할 때는 함께 사랑해야 하고, 욕망할 때는 함께 욕망해야 하고, 싸울 때는 함께 싸워야 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민동락에 더해 여민동희(與民同喜)와 여민동애(與民同哀)와 여민동노(與民同怒), 여민동오(與民同惡), 여민동애(與民同愛), 여민동욕(與民同欲), 여민동투(與民同鬪)의 가치와 의미까지 새겨야 비로소 ‘동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지난 2월7일부터 연재를 시작했던 ‘이덕무의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로 본 일상의 가치와 미학’은 이번 기사를 마지막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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