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 정철…잔혹함과 낭만적 미학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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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 정철…잔혹함과 낭만적 미학의 두 얼굴
  • 한정주 역사평론가
  • 승인 2014.03.21 07:2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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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號), 조선선비의 자존심⑤

 

▲ 정철의 초상화

정철의 집안은 왕실의 외척으로 이른바 ‘로열패밀리’였다. 정철의 큰 누나가 훗날 인종(仁宗)이 되는 세자의 후궁인 귀인(貴人) 정씨였기 때문이다. 또한 셋째 누나는 왕족인 계림군의 부인이었다. 특히 정철은 4남3녀 중 막내여서 온 집안의 사랑을 독차지하다시피 했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는 옛 속담은 정철에게 딱 맞는 말일 것이다.

그의 어린 시절은 유복하다 못해 화려했다. 정철은 궁궐을 자유롭게 드나들며 왕자들과 어울려 놀며 한없는 즐거움을 누렸다. 매형이 되는 인종의 이복동생이자 훗날 명종(明宗)이 되는 경원대군 역시 정철의 어릴 적 소꿉동무였다.

그러나 그의 행복한 어린 시절은 1545년 10세 때 끝이 나고 만다. 1544년 11월 왕위에 오른 그의 매형 인종이 즉위 8개월 보름 만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으로 시름시름 앓다가 사망했기 때문이다.

당시 항간에는 인종의 계모이자 명종의 생모가 되는 문정왕후가 다과에 독을 넣어 인종을 독살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인종이 죽고 왕위에 오른 어린 명종을 대신해 섭정을 한 문정왕후는 친동생인 윤원형을 앞세워 권력을 장악하고 인종의 측근들을 핍박하는 것도 모자라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사림(士林)에 대해 무자비한 정치적 박해를 가했다.

더욱이 그들은 인종의 외삼촌인 윤임과 사림 세력이 어린 명종을 폐하고 새로이 계림군을 임금으로 세우려 한다는 모함을 해 을사사화(乙巳士禍)까지 일으켰다. 계림군이 역모의 수괴가 되자 그의 처가인 정철의 집안은 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은 듯 쑥대밭이 되어 버렸다. 계림군은 능지처참을 당했고 정철의 아버지 정유침은 함경도 정평으로, 이조정랑이었던 큰 형은 전라도 광양으로 유배에 처해졌다.

 

▲ 명종(明宗)이 춘당대에 친림해 문무시험을 거행한 것을 기념해 ‘명종친림서총대시문무도(明宗親臨瑞葱臺試文武圖)’. 명종(明宗)은 경원대군 시절 정철의 어릴 적 소꿉동무였다.

그런데 불행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2년 뒤인 1547년 정철의 나이 12세 때 문정왕후가 어린 임금 위에 앉아 권력을 농단하고 있다는 내용이 적힌 이른바 ‘양재역 벽서사건’이 일어나 다시 아버지는 경상도 영일로 이배(移配)되었고 큰 형은 함경도 경원으로 유배 가는 도중에 매 맞은 상처가 도져 죽고 말았다.

나이 어린 정철은 아버지의 유배지를 따라 다니면서 비참한 생활을 해야 했다. 이 생활은 1551년 정철의 나이 16세 때 그의 아버지가 유배형에서 풀려나고 나서야 비로소 끝을 맺었다.

유배형에서는 풀려났지만 딱히 갈 데가 없었던 정철의 아버지는 가족들을 이끌고 부모의 묘소가 있던 전남 담양군 창평면 지실마을로 이사를 왔다. 그러나 정철의 집안 사정은 쉽게 나아지지 않았다.

지실마을로 이사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무더운 여름날 정철은 어머니와 함께 세상사에 염증을 느껴 전남 순천에 운둔해 지내던 둘째형 정소(鄭沼)를 만나러 길을 떠나게 된다. 당시 지실마을에서 순천으로 가기 위해서는 성산(星山 : 전남 담양군 남면 지곡리 소재) 아래를 지나쳐야 했는데 여기에서 정철은 불우했던 지난 6년의 삶을 한순간에 바꾸어 버린 ‘기이한 인연’을 만나게 된다.

그는 호남사림의 한 사람으로 을사사화가 일어나자 나주목사를 마지막으로 벼슬을 내던지고 성산 건너편 환벽당(環璧堂)에 거처하며 후학을 양성하고 있던 사촌(沙村) 김윤제였다. 두 사람의 만남이 하도 기이했던지 성산 일대에는 이와 관련한 설화 한 편이 지금까지도 전해오고 있다. 그 설화의 내용은 이렇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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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2015-12-02 16:43:41
연재하고 있는 기사는 지난 5월 <호, 조선선비의 자존심>이라는 제목으로 다산초당에서 단행본으로 발행돼 부득이 일부 기사를 삭제했습니다.

정철뽀레버 2015-11-29 20:10:52
다음기사는 어디서 볼수있나요? 검색해보니 나오지 않네요 ㅠㅅ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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