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개발의 역풍…외곽으로 쫓겨나는 도시의 주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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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개발의 역풍…외곽으로 쫓겨나는 도시의 주인들
  • 한정곤 기자
  • 승인 2014.04.07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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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적 도시화의 본질…과잉자본 해소·자본축적·잉여가치 창출

▲ 아프리카 탄자니아에도 도시개발이 한창이다. <사진=헤드라인뉴스DB>
산업화의 바람을 타고 시작된 도시화 물결이 제3세계로 번져나가고 있다.

한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중국·인도는 물론 아프리카에서도 자본주의적 난개발에 의해 전통적 도시가 파괴되고 있다.

도시의 성장만을 끊임없이 밀어붙이는 도시화 물결 속에서 전통적 도시는 자본의 과잉축적을 처리하려는 욕구의 희생물이 돼왔다.

영국의 지리학자이자 사회이론가인 데이비드 하비는 그의 저서 『반란의 도시』에서 자본주의적 도시 공간 형성의 상징적 두 인물, 즉 나폴레옹 3세 시대의 조르주 외젠 오스만과 미국의 로버트 모제스를 통해 자본주의 도시화의 본질적 특징을 이끌어낸다.

오스만의 파리 대개조와 로버트 모제스의 교외화 전략은 그 규모만 다를 뿐 본질적 맥락은 유사하다.

바로 도시 공간 형성이 자본주의 유지와 위기 탈출 해법에 필요했던 과잉자본 해소, 자본축적 그리고 잉여가치 창출을 실현했다는 점에서다.

실제 대대적인 도시 인프라스트럭처 건설을 시행한 오스만의 파리 대개조와 건물을 짓고 내부를 온갖 가전제품으로 채웠던 1950~60년대의 미국의 교외화는 경기활성화, 잉여의 흡수, 과잉자본 해소 역할을 했다.

또 도시는 노동이 가치를 생산하면 자본은 다양한 수법을 통해 다시 이들이 생산한 자본을 약탈했다.

약탈의 희생자가 된 소외된 자들은 슬럼으로 몰리거나 도시 주변부로 끊임없이 추방당해야 했던 것 또한 자본주의 도시화의 특성이다.

여기에는 고층빌딩 건설과 부동산 개발, 주택 자가 소유 정책, 달동네와 슬럼의 재개발 등이 동원됐다.

2008년 금융위기의 주원인이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과 같은 주택담보 대출은 이를 뒷받침하는 금융시스템이다.

하비는 1930년대 대공황과 1960년대의 도시 위기, 2000년대 부동산버블과 금융위기 과정에서 어떻게 특권계급에 의해 가난한 자들이 도시에서 추방당하고 희생자가 됐는지를 밝혀낸다.

중산층의 몰락과 끊임없는 도심 개발로 치솟는 집값과 전세값을 피해 외곽으로 이사를 가야 하는 대한민국의 현실도 이 대목에서 엿볼 수 있다. 결코 과거의, 다른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도시라는 물질적 인프라스트럭처와 집합적 상징자본은 어느 특정한 계급이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도시 안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공동으로 만든 것이다.

건물을 짓는 노동자에서 식당의 요리사, 자영업자는 물론 도시를 운영하고 관리하는 공무원, 군인, 일용노동자 등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도시를 생산하는 집단적 노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이다.

하비는 마르크스의 집단 노동자 개념을 확장해 오늘날 도시에 투입된 이 같은 집단적 노동의 방대한 공유재가 대도시라고 말한다.

하지만 개발업자들과 부동산업자들, 자본가계급은 이런 집단적 노동에 의해 나온 결과물인 도시 공간을 사유화하고 전유하려 든다.

하비는 개럿 하딘의 『공유지의 비극』과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엘리너 오스트롬의 『공유의 비극을 넘어서』를 논박하며 “문제는 공유지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공유지를 둘러싼 사회적 관계에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사회적 관계를 바꾸는 것만이 도시 공간을 공동의 것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2011년 런던 폭동과 2012년 월스트리트 점령운동은 1% 특권계급에 의해 도시 공간이 사유화되고 영유되는 현실에 대한 고발이자 자본주의 도시화에서 소외되고 주변부로 추방당했던 99%의 도시에 대한 권리 주장을 담고 있다.

신자유주의적 금융 권력과 특권계급이 자본축적과 생존을 위해 99%에게 착취와 약탈을 일삼고 있으며,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도시 생산자들이 도시권을 주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볼리비아 엘 알토의 반란과 전 세계를 뒤흔들었던 월스트리트 점령운동의 의미를 다룬 후반부에서 하비는 이렇게 말한다.

“도시는 누구의 것인가? 바로 우리 모두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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