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 몰락처럼 삼성전자 몰락도 한국경제에 이롭다고?”
상태바
“노키아 몰락처럼 삼성전자 몰락도 한국경제에 이롭다고?”
  • 한정곤 기자
  • 승인 2016.03.04 11: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꼭 1년 전이다. 오래 전부터 친분이 있던, 삼성자동차와 삼성중공업 등에서 산업분석가로 일했던 심정택 씨가 한 권의 책을 들고 사무실을 찾아왔다.

당시는 이건희 회장의 와병으로 인한 경영 공백의 장기화와 삼성전자의 실적 악화가 맞물리면서 삼성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던 시기였다.

사실상 사망에 준하는 이건희 회장의 공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능력 우려, 지배구조 개편을 둘러싼 논쟁, 스마트폰 이후 차세대 주력사업의 부재 등 2014년부터 이어지고 있던 삼성그룹 안팎의 각종 악재가 주요 배경이었다.

여기에 ‘포스트 이건희’를 둘러싼 각종 시나리오도 난무했다.

심정택 씨가 자신이 썼다며 건네준 책은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고 있었다.

일본의 소니와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 등 글로벌 기업들이 몰락한 원인들을 통해 삼성의 미래를 기대보다는 우려의 시각에서 서술한 『삼성의 몰락』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경험과 관련자들로부터 전해들은 비화들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내용은 삼성그룹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단지 경영권 승계와 재산 상속에 얽힌 내부 문제 등에 집착함으로써 숲 전체보다는 병들어가는 나무 한 그루만을 부각시킨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었던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14년 말 기준 삼성그룹의 매출액은 약 303조원으로 한국 GDP의 20.4%에 달한다. 자산총액도 약 623조원으로 GDP 대비 42.0%다.

지난해 8월 말 기준 삼성그룹 18개 계열사의 시가총액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한 전체 시가총액의 20.4%를 차지하고 있다.

10대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4년 말 기준 매출액은 30.4%, 자산총액은 38.3%에 달한다. 특히 10대 재벌 당기순이익의 50%는 삼성그룹의 몫이다.

이처럼 삼성그룹의 독보적인 경제력 집중에서 중심이 되는 계열사는 삼성전자다. 2014년 매출액 138조원은 삼성그룹 전체 매출액의 45.5%를 차지했고 당기순이익은 14조6000억 원으로 69.5%에 이른다.

특히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삼성그룹의 전자 부문 계열사들이 수직계열화돼 있어 삼성전자는 사실상 삼성그룹을 떠받치고 있는 회사로 평가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위기가 곧 삼성그룹의 위기이고 이는 단지 기업 한 곳의 위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가 최근 펴낸 『삼성전자가 몰락해도 한국이 사는 길』(미래를소유한사람들)은 삼성의 몰락을 한 기업을 넘어 아닌 국가경제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실제 시뮬레이션 결과 삼성전자의 주가가 70% 정도 급락할 경우 순환출자와 자사주로 인해 삼성전자 주가는 추가로 17.3%포인트 하락하고 삼성생명의 주가는 70.0%, 삼성물산의 주가는 62.2% 급락하는 것으로 도출됐다.

이는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수직계열화돼 있는 삼성생명과 삼성물산도 사실상 파산할 개연성이 높고 종국에는 삼성그룹의 파산으로 이어진다.

한국경제 GDP의 5분의 1을 책임지고 있는 생산기지가 사라지는 것이다. 당연히 한국경제도 몰락의 위기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박상인 교수는 핀란드 경제에서 삼성전자와 비슷한 위상을 가졌던 노키아의 몰락을 통해 삼성전자의 위기 가능성과 몰락 이후 한국경제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일부에서는 노키아의 몰락이 핀란드의 경제위기로 전이되기는커녕 오히려 새로운 벤처기업과 기업가 정신을 불러일으켰던 사례를 들며 삼성전자의 몰락 역시 한국경제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기대를 한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노키아는 또 다른 차별성을 지니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삼성전자의 수직계열화와 순환출자구조 그리고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의 출자관계다.

노키아의 몰락이 핀란드 경제에 미친 영향이 제한적이었던 것과 달리 삼성전자의 몰락은 한국 경제를 위기로 몰고 갈 가능성이 아주 높은 이유다.

박 교수는 이를 저지하기 위한 선제적인 정책적 대안으로 2013년 이스라엘 재벌개혁에서 답을 찾는다.

이스라엘 의회가 2013년 12월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재벌개혁 법안인 ‘경제력집중법’의 핵심은 3가지다.

‘지주회사-자회사’ 2층 구조의 지주회사 체제 기업집단만을 허용하고 주요 금융기관과 주요 비금융회사를 동시에 보유하는 것을 금했다. 즉 기업소유지배구조와 금산분리 개혁이었다.

또한 민영화, 공공입찰, 정부 라이선스 취득 등에 경제력집중 우려 기관의 참여 여부를 권고하는 위원회를 설립했다.

 

이 같은 법안 통과로 출자 단계를 축소해야 할 이스라엘 기업집단은 20~40개에 이르렀고 금산분리 시행으로 이스라엘 최대 기업집단 중 하나인 델렉그룹은 보험회사와 투자회사를 소유하고 있는 피닉스 지주회사와 연안 천연가스전에 상당한 지분을 가지고 있던 에너지 부문 중 하나를 매각해야만 했다.

결국 2019년까지 이스라엘 시가총액의 40%에 해당되는 45개 정도의 기업들이 매각될 예정이다.

박상인 교수는 “한국의 재벌에 의한 경제력 집중 정도는 이스라엘 재벌의 경제력 집중보다 높고 정책 결정에 대한 영향력과 폐해는 훨씬 심각하다”면서 “삼성전자 몰락의 충격을 최소화하고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기 위해서는 재벌의 소유지배구조 개선뿐 아니라 사회안전망의 확충과 국민연금의 국외 주식시장 분산투자를 더욱 강화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이 실시한 재벌개혁과 같은 구조적인 조치를 통해 경제력 집중을 해소해야만 삼성전자의 몰락이 한국 경제의 위기로 전이되는 삼성 리스크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