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2년 전의 강소기업 육성 정책…다시 희망은 ‘강소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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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2년 전의 강소기업 육성 정책…다시 희망은 ‘강소기업’이다
  • 이성태 기자
  • 승인 2014.04.17 0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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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지몬 『히든 챔피언: 글로벌 원정대』
▲ 콜라·주스 등 각종 음료를 용기에 주입하는 크로네스(Krones)의 보틀링 설비

이명박 정권 시절 정부는 히든 챔피언을 육성하겠다며 단기에서 중장기까지 거창한 마스터플랜을 내놓은 적이 있었다.

이른바 강소기업을 키워 중견기업으로 육성하고 또 중견기업은 대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며 각종 규제완화와 지원정책을 쏟아냈다.

그로부터 2년이 흐른 지금 히든 챔피언 육성 마스터플랜은 그 존재조차 기억되지 않고 있다.

규제개혁을 필두로 기업 성장의 걸림돌 제거 작업이 한창이지만 그 어디에서도 히든 챔피언 육성이라는 말은 들리지 않는다.

‘히든 챔피언’이라는 개념은 독일의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에 의해 탄생했다. 세계시장을 제패한 숨은 1등 기업을 뜻한다.

헤르만 지몬은 이와 관련 세계 시장점유율이 1·2·3위이거나 소속 대륙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50억 유로(약 7조4600억원) 이하의 매출액과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기업이라고 정의했다.

단일시장에서 단일제품으로 품질의 우수성을 추구하며, 이 같은 경쟁우위를 바탕으로 좁은 내수시장을 벗어나 세계시장을 상대로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기업이다.

깊이에 대한 집중, 글로벌 마케팅을 위한 세계화로 요약되는 히든 챔피언들의 전략은 기존 대기업의 성장 전략과는 전혀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목표와 비전, 시장에 대한 정의, 고객과의 관계, 제품 서비스 브랜드 가격에 관한 정책, R&D와 혁신의 방법, 기업구조와 다각화 방법, 자금 조달, 조직 체제와 인재 관리 그리고 리더십과 경영 스타일까지 히든 챔피언들은 그들만의 독자적인 경영 전략을 설정하고 오랜 기간 실행함으로써 탁월한 성과를 이루고 있다.

때문에 대기업의 고용창출력이 약화되고 기존 제조업의 경쟁력이 신흥국가에 위협받는 상황에서 히든 챔피언은 우리 기업들이 벤치마킹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더운 여름날 코카콜라를 마시며 ‘크로네스’나 ‘융분츠라우어’라는 회사 이름을 떠올리는 소비자는 없다.

크로네스(Krones)는 콜라·주스 등 각종 음료를 용기에 주입하는 보틀링 설비 부문 세계시장 선두주자다. 또 융분츠라우어(Jungbunzlauer)는 코카콜라에 들어가는 구연산을 만드는 회사다.

두 회사는 해당 분야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톱을 다툰다. 또 매출의 대부분이 수출에서 나오고 직원 수는 평균 2000명가량이다. 기업 수명은 평균 60년으로 독일 또는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 독일어권 국가의 기업이다.

이들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는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일반 소비자들, 심지어 언론이나 경영전문가도 그들이 만드는 물건이나 회사의 존재 자체를 모른다. 바로 ‘히든 챔피언’이다.

히든 챔피언의 개념이 국내에 알려진 것은 지난 2008년 헤르만 지몬의 저서 『히든 챔피언』이 출간되면서부터다.

‘중소기업의 경영지침서이자 교과서’라는 극찬과 함께 정부의 중소기업 육성 정책에도 영향을 끼쳤다.

최근 출간된 『히든 챔피언: 글로벌 원정대』(원제 HIDDEN CHAMPIONS: Aufbruch nach Globalia)는 개정 증보판이다.

전작 출간 후 변화한 세계경제의 흐름과 각국 경제 전망을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했다. 또 히든 챔피언의 정의와 사례, 그들의 전략과 경영성적에 관한 통계자료를 업데이트했다.

특히 급속히 진행된 세계화와 그에 따른 리스크 대처 방안, 인터넷의 폭발적인 발달에 따른 글로벌 마케팅 전략의 변천, 시장 포화와 높은 시장점유율로 인한 성장한계를 극복하는 다각화 방안, 첨예한 경쟁구도에서 대두된 조직 재설계와 리더십 스타일 등 주요 세부 전략들은 다시 썼다.

헤르만 지몬은 글로벌화가 진행된 세계를 ‘글로발리아(Globalia)’로 부른다. 좀 더 적극적으로 이해하자면 ‘각국의 저력 있는 중소기업들이 무수히 많은 히든 챔피언이 되어 세계무대에서 경쟁을 벌이는 장’으로 볼 수 있다.

그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많은 한국 중소기업들이 히든 챔피언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술적인 역량을 갖추고 있다”라고 평가하면서도 “그러나 히든 챔피언이 되기 위해서는 한층 더 단호하고 신속하게 세계화를 추진해야만 한다”라고 주문한다.

덧붙여 “모든 것을 처음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대신 독일 히든 챔피언들에게서 일을 해나가는 방법과 그 과정에서 성공을 이룩하는 방법을 배워보는 것도 유익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그는 히든 챔피언들의 경영 전략별 핵심을 이렇게 요약했다.

▶목표와 비전: 유행하는 경영방식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원칙과 전략을 수립하여 자기 앞의 길을 충실히 걸어간다.

▶최고를 위한 전략: 세계 정상이 되는 길은 오직 집중과 깊이뿐! 이런 속성은 아웃소싱을 통해 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기업 내부에서만 생성된다.

▶집중화와 세계화 전략: 집중은 시장 규모를 축소하지만 세계화를 통해 풍성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 따라서 집중과 세계화는 히든 챔피언 전략을 구성하는 양대 기둥이다.

▶자체제작과 고객친화: 제품을 자체제작하고 직접 영업활동을 추진하고 해외시장에서도 고객과 직접 접촉한다.

▶혁신 전략: R&D에 아낌없이 투자한다. 혁신의 원동력은 기술력과 고객의 욕구다.

 
▶경쟁우위 확보: 제품의 품질을 가장 중요하게 여겨 최고 수준의 품질을 추구한다. 흉내 내기 힘든 경쟁우위를 철저하게 관철함으로써 새로운 경쟁자들의 진입장벽을 높인다.

▶자금 조달: 재정 문제에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며 자체 자금조달을 원칙으로 삼는다.

▶조직 운영: 단일제품으로 단일시장을 노린다. 주변 여건이 아무리 복잡해져도 군살 없이 기능적인 조직으로 사업을 꾸려나간다.

▶인사 관리: 탁월한 능력을 갖춘 직원들은 막대한 성과를 내기 위한 바탕이다. 히든 챔피언의 직원들은 이직률과 질병으로 인한 결근율이 매우 낮다.

▶리더십 전략: 히든 챔피언의 수장들은 인품, 사명에 대한 집중도, 목표에 매진하는 태도, 용기, 지구력, 타인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능력을 통해 두각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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