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중재기구’ 구실로 말 바꾼 삼성그룹…“본질은 백혈병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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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중재기구’ 구실로 말 바꾼 삼성그룹…“본질은 백혈병 인정”
  • 이성태 기자
  • 승인 2014.04.17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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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6일 서초동 삼성그룹 사옥 앞에서 열린 추모문화제에서 피켓팅을 하고 있는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 <반올림 제공>

반도체 사업장의 백혈병 논란에 대해 경영진의 공식입장을 발표하겠다던 삼성그룹이 반올림의 입장 변화를 내세워 다시 소극적 태도로 돌아서자 반올림 등 시민단체들이 반론과 함께 성실한 교섭을 재차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14일 “반올림이나 유가족 등 당사자를 배제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며 “전향적으로 빠른 해결책을 찾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던 삼성그룹은 이틀 뒤인 16일 보충설명을 통해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이날 삼성그룹은 “정의당 심상정 의원과 가족 등의 공동 제안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했지만 일부 혼선이 있어 상당히 혼란스럽다”라고 밝혔다.

또 ‘혼란’의 배경으로 반올림의 ‘제3의 중재기구’에 대한 입장 변화를 거론하며 “어떻게 사태가 진전되는지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반올림은 17일 성명을 내고 “지난해 1월 삼성전자의 대화 제의를 공식적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발표한 이래 전혀 변화한 적이 없다”며 이는 “직접 만나서 논의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동안 “다섯 차례의 실무협의와 1차 교섭, 심지어 교섭이 파행으로 끝난 뒤에도 우리는 교섭을 열자고 일관되게 요구해왔다”면서 “이를 위해 수차례 삼성에 공문을 보내고 기자회견, 서명운동, 거리행진 등을 펼친 결과 마침내 지난 3월28일 삼성으로부터 4월16일 본교섭을 갖자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후 2차 본교섭을 이틀 앞둔 지난 14일 삼성이 ‘전향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언론보도를 접하게 됐고 환영의 뜻도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올림은 ‘진정한 의미의 대화’가 아니라 ‘사회여론을 호도하려는 단발성 이벤트’를 우려했다.

이미 시작된 반올림과의 교섭에 성실히 임하고 요구안에 구체적으로 답하라고 당부한 것이다.

특히 보상안도 요구안에 포함돼 있어 ‘제3의 중재기구’가 아니라 성실한 교섭을 통해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삼성이 구실로 내세운 ‘제3의 중재기구’를 만들고 싶다면 교섭장에서 정식으로 제안하라는 것이다.

반올림 관계자는 “반올림의 입장은 전혀 변한 것이 없다”면서 “바뀐 것은 공개적으로 밝힌 반올림의 요구안과 입장서에 대한 삼성의 해석”이라고 말했다.


반올림에 따르면 요구안 발표 이후 넉 달 동안 삼성은 단 한 번도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지난 7년 동안 보상은 물론 피해자들의 존재조차 인정한 적이 없다. 그저 ‘제3의 중재기구를 검토하는 중’이라고만 했을 뿐이다.

반올림 관계자는 “본질이 아닌 중재기구가 삼성에게는 본질이 되고 있다”면서 “중재기구가 아니라 백혈병에 대한 삼성의 입장 표명이 핵심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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