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더 쇼핑’ 가속화…중국투자자 5% 이상 지분 보유 상장사 1년새 2배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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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더 쇼핑’ 가속화…중국투자자 5% 이상 지분 보유 상장사 1년새 2배 급증
  • 이성태 기자
  • 승인 2016.04.04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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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거대 자본을 앞세워 국내 기업들을 쇼핑하듯 인수하는 이른바 ‘팬더 쇼핑(Panda Shopping)’이 본격화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년간 외국 법인 등의 투자 패턴을 분석한 결과 미국을 상징하는 ‘독수리’의 위용은 약화된 반면 중국을 상징하는 ‘팬더’의 먹성은 더 왕성해진 것이다.

4일 한국2만기업연구소에 따르면 중국(홍콩 포함) 투자자가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국내 상장사 수는 작년 25곳에서 올해 50곳으로 1년 사이에 2배 급증했다.

중국 투자자의 지분평가액도 작년 1조2445억원에서 올해 4조4745억원으로 3배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만기업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 20여곳은 중국 투자자가 최대주주였다. 중국 투자자 중 80% 이상은 최근 2년 사이에 최대주주 지위를 얻었다.

대표적으로 코스피 기업 동양생명은 중국 베이징 소재 안방생명보험에서 인수했으며 코스닥 기업 미동전자통신도 중국 상해 유펑 인베스트먼트로 주인이 바뀌었다.

동부CNI가 주인이던 디에스티로봇은 중국 베이징 링크선 테크놀러지에게 최대주주 자리를 내줬으며 애니메이션 제작 회사인 레드로버도 중국 쑤닝환치우그룹 품에 안겼다.

이외에도 프로듀사 드라마 제작사인 초록뱀, 무선 통신장비 제조사인 로코조이, MP3 명가인 코원 등도 중국 자본에 손을 내밀었다.

TV모니터를 제작해온 티브이로직은 중국 자본에 인수된 후 사명도 세븐스타웍스로 개명됐으며 국내 1세대 음원서비스 업체로 이름을 날리던 소리바다의 실질 주인도 중국 투자가다.

LCD 검사장비 업체 넥스트아이도 중국 화장품 업체 유미도 뷰티 그룹에 인수됐고 게임업체 룽투코리아는 중국 모바일게임사 룽투게임즈의 한국법인이다. 룽투코리아는 다시 철강 업체이면서 코스닥 기업 용현BM을 인수해 게임과 철강이라는 사업을 넘나들고 있다.

오일선 한국2만기업연구소 소장은 “과거 해외 자원개발에 집중하던 중국이 최근에는 세계 여러 나라 기업들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팬더 쇼핑 현상이 국내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났다”며 “단기적으로 기술 경쟁력을 가진 국내 기업과 중국 자본이 결합하면 시너지가 될 수 있지만 기술 유출 부분과 우리나라 토종 기업들의 생태계를 더 좁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 소장은 “대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시장 독점과 권력화 등으로 국내 중소기업의 자생력이 약한 기업 토양도 한 요인”이라며 “지금과 같은 국내 중소기업의 중국화는 시간이 지나면 국내 대기업에 부메랑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대·중소기업 간 실천적인 상생 프로그램 마련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2만기업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 중 5% 이상 지분을 확보한 전체 외국 투자자는 작년 198곳에서 올해 227곳으로 1년 사이 29곳 더 늘어났다.

동일 외국 투자자가 두세군 데 이상 투자한 곳도 있어 실제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국내 상장사 수는 지난해 285곳에서 올해 322곳으로 37곳 증가했다. 국내 상장사 5% 이상 대량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국가는 작년 30개국에서 올해 32개국으로 비슷했다.

외국 투자자 322곳 중 국내 상장사에 최다 투자하는 국가는 미국이었다. 미국 국적의 투자자는 121곳으로 파악됐다. 전체 외국 투자자의 36.6%나 차지할 정도로 많았다. 작년에도 120곳으로 올해와 비슷했다.

 

미국 다음은 중국이 넘버2였다. 이어 일본 48곳(14.9%), 싱가포르 22곳(6.8%), 영국 14곳(4.3%), 네덜란드 7곳(2.2%), 캐나다·스위스 각 5곳(각 1.6%) 순으로 국내 상장사 지분을 5% 이상 대량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세피난처로 분류되는 곳에서도 모두 28곳(8.7%)이나 돼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는 케이맨 제도 9곳, 버진아일랜드 8곳이 포함됐다.

버뮤다에 주소 소재지를 두고 있는 국내 외국 투자자 중에는 유안타증권의 최대주주 유안타 증권 아시아 파이낸셜 서비스도 포함됐다. 유안타증권 아시아 파이낸셜 서비스는 대만 유안타 증권이 100% 지분을 보유중이다.

케이맨 제도에 주소지를 두고 있는 투자자 중 국내 상장사에 투자하고 있는 기업으로는 키이스트가 꼽힌다. 영화배우 배용준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키이스트에는 폭스비디오가 6.4% 지분을 보유중이다. 폭스비디오는 중국 포털 업체 소후 닷컴의 자회사다. 실질적으로 중국 자본이 키이스트 2대주주 자리를 꿰차고 있는 셈이다.

이번에 조사된 322곳 중 5% 이상 대량 지분을 갖고 있는 외국 법인들의 지난달 21일 종가 기준 주식 지분 가치는 42조원 규모로 파악됐다. 작년 40조원보다 소폭 상승한 금액이다.

 

42조원 중 미국 투자자의 주식평가액이 18조원으로 전체 외국 투자자의 43.3%나 차지했다. 아직까지 국내 상장사에서 미국 자본의 영향력이 가장 크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다음으로 네덜란드가 6조7787억원으로 2위였다. 이 주식평가액 중 96%는 S-오일 지분 가치였다. S-오일의 최대주주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 사우디 아람코의 자회사 A.O.C다. 이 자회사의 주소 소재는 공식적으로 네덜란드로 되어 있다.

S-오일의 지분 가치에 힘입어 네덜란드 투자자의 주식평가액은 작년 5조2523억원보다 30% 가량 증가했다.

지분 가치만 따지면 중국은 3위였다. 올해 중국 자본의 지분가치는 4조4745억원이었다. 앞서 금액은 전년도 1조2445억원에 비하면 3배 더 많아진 액수다. 중국 자본이 1년 사이에 얼마나 많이 국내 상장사에 투자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방증이다.

4~5위는 싱가포르(2조9889억원), 일본(2조5539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싱가포르(1조2000억원↓), 일본(4000억원↓) 정도 지분 가치가 줄었다.

개별 외국 투자자 중 국내 상장사에 5% 이상 지분 최다 보유자는 피델리티 매니지먼트 앤 리서치 컴퍼니로 확인됐다. 미국에 소재지를 두고 있는 피델리티는 국내 상장사 51곳이나 되는 곳에 주식을 다수 확보해놓고 있다. 지난달 21일 기준 피델리티 지분평가액은 1조7385억원이었다.

 

피델리티 중 가장 높은 지분평가액을 보인 국내 상장사는 오뚜기였다. 29만5165주로 8.58%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21일 기준 이 지분의 가치는 2910억원이었다.

재보험 업체인 코리안리와 주류 회사 무학도 1000억원의 넘는 지분을 보유중이다.

10%가 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상장사는 16곳이나 됐다. 최대주주 지분이 30% 미만인 상장사 중 2대·3대주주인 피델리티 지분이 캐스팅보트를 하게 되는 곳도 있었다. 피델리티가 어느 쪽에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최대주주 운명이 바뀔 수도 있다는 얘기다.

피델리티 다음으로는 템플턴 자산운용사가 국내 상장사 11곳에 5% 이상 되는 대량 지분을 보유중이다. 이 외국 법인의 21일 기준 주식평가액은 1조3488억원이었다.

템플턴 자산운용사는 현대산업개발과 대림산업 등에서 대량 지분을 갖고 있다. 현대산업 지분가치만 해도 3488억원이나 됐다.

외국 투자자의 지분율 현황에서는 5~10% 미만인 곳이 59.6%로 가장 많았고 50% 이상 보유자도 5.0%나 됐다. 이외 40%대 2.8%, 30%대 5.0%였다. 외국 투자자 중 13%는 국내 상장사 41곳에서 30%가 넘는 지분을 확보해놓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상장사에 대한 투자 목적에서도 색깔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미국과 유럽 등의 투자자들은 경영에 직접 참가하기보다는 높은 현금 배당과 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하는 단순 투자가 강세를 보였다.

미국 투자자 121곳 중 15군데만 경영 참가를 목적으로 하고 있었고, 나머지 기업들은 단순 투자 성격이 짙었다.

미국 투자자 중 경영 참가를 목적으로 하는 회사 중에서는 코스닥 업체 아이오케이가 있었다. 미국 소재 화장품 제조 및 판매사인 잉글우드 랩이 17.76% 지분으로 최대주주다. 특이한 점은 연예인 고현정도 아이오케이 지분을 5.23%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 투자자 중에서는 한국기업평가 최대주주 피치 레이팅스 리미티드(Fitch Ratings Limited)가 최대주주다.

중국 투자자 중에서는 50곳 중 28곳, 일본은 48곳 중 29곳이 경영 참가를 목적으로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싱가포르도 단순 투자보다는 경영 참가에 무게중심을 더 두고 있었다.

경영 참가를 목적으로 5% 이상 주요 주주가 되면 경우에 따라서는 이사 및 감사의 선임과 해임 또는 직무의 정지 등을 요구할 수 있다. 또 이사 및 이사회 등 회사의 기관과 관련된 정관의 변경, 회사 배당 결정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 등도 갖게 된다.

전체적인 투자 패턴을 볼 때 아시아계 투자자들은 국내 상장 기업의 실질적인 주인이 되는 등 경영 참가를 목적으로 지분을 확보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반대로 미국과 유럽 투자자들은 단순 투자 성격의 강해 배당과 시세 차익 등으로 재미를 보지 못할 경우 우리나라에 투자한 지분을 언제든지 팔고 떠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오일선 소장은 “외국 투자자 중 단일 지분평가액이 1조원 넘는 대규모 투자자는 10여개 정도에 불과한 데 그만큼 외국 투자자들이 국내 시장에 대한 투자 메리트가 적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는 국내 기업이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저평가 되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상장 기업의 배당 성향이 다소 보수적인 것도 해외 투자자에게 메리트가 적다는 분석이다.

최근 기획재정부의 고위 관계자도 우리나라 민간기업 배당성향은 평균 17% 내외로 최하위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프랑스 45% 이상, 스웨덴 48% 이상, 핀란드 53% 이상, 뉴질랜드 62% 이상과 비교하면 국내 배당성향은 현저하게 낮다.

문제는 미국 금리 등이 인상되면 외국 투자 자금이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는 여지가 높은 것도 불안 요소로 작용한다.

이번 조사는 한국2만기업연구소가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보고서 등에 명시된 국내 상장사에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외국 투자자 현황을 기준으로 분석됐다. 지분 현황은 지난달 18일까지 보고된 현황을 반영했고 주식평가액은 같은 달 21일 종가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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