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춤추는 재벌회장들의 일탈…단죄하지 못하는 ‘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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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춤추는 재벌회장들의 일탈…단죄하지 못하는 ‘을’들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6.04.05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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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았던 장면이 아니다. 봉건 계급사회에서나 가능했던, 지배·피지배 관계에서나 있을 법한 행위들이 21세기 대한민국 사회에서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잊혀질 만한 하면 불거지는 재벌 일가의 폭행은 이제 일회성 사건이 아니다.

이번엔 미스터피자 등 대형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MPK그룹의 정우현 회장이 주인공이다.

경찰에 따르면 정 회장은 서울 서대문구 대신동의 한 상가 건물 경비원을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2일 10시20분경 이 건물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마친 정 회장은 1층 출입문이 닫혔다는 이유로 경비원 황모씨의 목과 턱을 두 차례 가격한 사실이 식당 내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영상에 고스란히 찍혔다.

앞서 지난달 말에는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이 운전기사들을 상습 폭행하고 폭언을 일삼는다는 폭로가 나왔다. 특히 대림산업은 이 부회장의 이 같은 일탈 행위를 알면서도 운전기사들에게 “스트레스를 받지 말아야 한다”는 등의 수행가이드까지 마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지난해 교체된 이 부회장의 운전기사만 해도 약 4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보다 앞서 김만식 몽고식품 회장도 운전기사를 상습폭행하고 직원들에게 비인격적인 언행으로 물의를 빚었다. 김 회장은 대국민 사과와 함께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이외에도 지난 2010년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철원 전 M&M 사장은 야구배트로 트럭기사를 때리고 맷값이라면서 1대당 100만씩 총 2000만원을 던져줘 사회적 파장이 일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은 승무원의 기내 서비스를 문제 삼아 비행기를 되돌리는가 하면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은 신문지로 항공사 협력업체 직원의 얼굴과 어깨 때린 사건도 있었다.

이뿐일까. 어쩌면 지금도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입을 다물고 있는 피해자들이 더 많을 지도 모른다. 적당한 선에서 돈으로 합의해 주고, 직원이라면 참고 넘어가는 사례 역시 부지기수일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그러나 문제는 재벌 일가의 그릇된 권위주의 의식이다. 특히 재벌 2세들의 일탈 행위에서는 잘못된 선민의식까지 드러나고 있다. 고용과 피고용의 관계를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로 착각하며 마치 봉건시대 소작인 다루듯 하는 것이다.

여기에 ‘돈이면 해결된다’는 사고와 대국민 사과 한 번이면 시간이 저절로 해결해 준다는 의식도 깔려있다. 때문에 분노를 참아야 한다는 억제 능력보다 표출 욕구를 더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재벌 일가의 일탈 행위에 대한 사회적 온정주의도 문제다. 사건 직후에는 불매운동 운운하면서도 적당한 시간이 흐른 뒤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재벌 일가보다 먼저 잊어버린다. 단죄해야 할 이들이 단죄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갑질 횡포라는 말에 치를 떨면서도 오히려 이를 허용하고 있는 것은 을의 묵인이 아닌지,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속 여주인공의 말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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