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은 제2의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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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은 제2의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
  • 김윤태 기자
  • 승인 2013.12.20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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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공공연구소, “분할 민영화 기초 마련…공공기관 노동조합 때리기 의도”

공공기관 부채관리 강화와 방만경영 개선을 핵심으로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에 대해 이명박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을 반복하는 것일 뿐이라고 비판하는 보고서가 나왔다.

사회공공연구소는 18일 발간한 워킹페이퍼 <진단도, 알맹이도 따로 노는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의 노림수>에서 지난 12월11일 정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은 ‘정상화’와는 아무 관계도 없고, 오히려 공공기관 운영의 ‘비정상화’만 재촉할 뿐이며 제2의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일 뿐이라고 밝혔다.

지난 11월14일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공공기관 파티는 끝났다”면서 파티론을 제기한 이후 노동계가 우려해왔던 사항, 즉 공공기관 부채와 방만경영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양상을 현실화한 것이라는 얘기다.

▲ 정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은 공공기관 부채와 방만경영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라는 보고서가 나왔다. 사진은 서울역 앞에서의 철도노조 총파업 집회.
사회공공연구소에 따르면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은 우선 공공기관에 대한 진단 자체가 잘못되어 있다. 공공기관 부채 급증에 대한 침소봉대와 책임 전가가 대표적이다.

2012년 말 기준으로 전체 공공기관의 4%인 주요 12개 공공기관의 부채규모가 412.3조원으로 전체 공공기관 부채증가규모의 92.3%를 차지하고 있어 사실상 몇몇 공공기관이 공공기관 부채를 주도하고 있는데, 이를 명목으로 전체 공공기관 때리기에 나선 셈이라는 것이다.

또한 정상화 대책이 제시하는 공공기관의 8대 방만경영 유형ㆍ사례가 공공기관 비정상의 대표적 사례이고 최우선 해결과제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주요 12개 기관 금융부채의 하루 이자만 214억원에 달하지만 정부가 표적으로 삼은 직원들의 복리후생비를 모두 삭감해도 한해 수백억원 재원 절감에 그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진단에 문제가 있다 보니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리 없다.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 근절 방안이 빠졌다는 지적은 이미 많은 전문가들로부터 제기된 바 있다.

사실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하는 ‘비정상의 정상화’의 신호탄은 바로 지난해 대선 직후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ㆍ공공기관 ‘낙하산 인사’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던 발언이었다. 정부가 제시한 부채 규모 상위 12개 공공기관 기관장 인사에 대해 사회공공연구소가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새누리당 정권이 출범하였던 2008년 이후 31명이 인선되었는데, 그 중에서 낙하산 인사가 25명(80.6%)으로 나타났다.

특히 관료 낙하산이 15명으로 절반에 육박하고 있는데 사회공공연구소는 부채가 많은 공공기관에는 여지없이 정부의 입맛에 맞는 관료 낙하산 인사가 임명되어 기관의 설립 목적에 어긋나거나 재무건전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 무리한 국책사업이라도 정부가 강요하면 무조건 수행하는 역할을 담당하였다고 파악한다.

보고서에서 주목할 만한 대목은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이 노리고 있는 점을 밝힌 것이다.

우선 정상화 대책에서 공공요금 인상은 언급되지 않았지만 자구책 마련으로 부채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공공기관의 사정을 들어 공공요금 인상이 논의되고 있는 점에 주목한다.

공공요금 인상은 공공기관이 손쉽게 부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지만 4대강 사업, 해외 자원개발 등 정부 정책 잘못으로 늘어난 공공기관 빚을 국민 부담으로 떠넘기는 셈이기에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공공기관 부채 축소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국민 부담을 줄이는데 목적이 있는 것인데 공공요금을 인상하게 되면 오히려 국민 부담을 늘리는 꼴이다.

이와 관련하여 보고서는 공공기관의 공공요금사업 원가보상률이 크게 낮다는 점에서 산업용 전기요금의 현실화, 물류철도의 운송료 정상화 등은 검토해볼 수 있을 거라 본다.

구분회계 제도 도입에 대해서는 정부나 언론에서 지금까지 긍정적인 점만 부각되었다. 사회공공연구소는 부채관리를 위한 제도적 기반의 하나로 제시된 구분회계 제도가 공기업 민영화의 토대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수익사업과 비수익사업을 구분하여 효율적인 부채관리를 가능케 하지만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서 수익사업을 따로 떼어내어 자회사 설립 등을 통해 매각하는 식으로 분할 민영화가 훨씬 용이해지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수서발 KTX 자회사도 그 예가 될 수 있다.

공공기관 노동조합 때리기 또한 정상화 대책이 노리고 있는 주요한 포인트다.

이미 정부는 방만경영 중점관리대상 20개 기관뿐 아니라 295개 공공기관 전체의 단체협약 내용을 모두 전수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사회공공연구소에 따르면 이는 공공기관 노조와의 단체협약 내용에 개입하여 단체협약 자체에 대해 손을 보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특히 기관장이 파업에 따른 문책 때문에 복리후생과 관련한 단체협약을 소신있게 추진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면서 기관장이 방만경영을 적극적으로 개선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면책해주기로 하였다.

사회공공연구소의 김철 연구위원은 “결국 노동조합과 비타협적으로 갈등을 빚다가 파업이 일어나더라도 책임 추궁을 하지 않을 테니 파업을 유발할 정도로 강력하게 노동조합을 밀어붙이라는 주문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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