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음 없는 한 가지 중요한 변수에만 초점을 맞춘다”…『심플, 결정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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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음 없는 한 가지 중요한 변수에만 초점을 맞춘다”…『심플, 결정의 조건』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6.04.22 0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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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아이팟 클릭휠을 들고 나오기 전까지 MP3 플레이어는 버튼이 여러 개 달린 복잡한 물건이었다. 사용자들도 복잡한 사용법과 외관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그러나 아이팟 클릭휠은 핵심만 남긴 심플한 디자인과 직관적이고 쉬운 사용법으로 단순함에 대한 인간의 뿌리 깊은 열망을 건드렸다. 그 결과 MP3 시장의 판을 바꿨고 곧이어 휴대폰 시장의 판까지 바꿔놓았다.

스티브 잡스는 파산 직전에 몰렸던 애플을 부활시킨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자신의 사고를 명료하게 다듬어 단순하게 만들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일단 그것을 해내면 산이라도 움직일 수 있습니다. 노력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죠.”

신간 『심플, 결정의 조건』(와이즈베리)은 집안에서, 일터에서, 사회에서 복잡한 문제에 당면했을 때 더 빠르게 더 효과적으로 결정하고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 즉 복잡한 세상에 대응할 단순하고 효과적인 의사결정 프레임을 만드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공동저자인 MIT 슬론 경영대학원 교수 도널드 설과 스탠퍼드대 교수 캐슬린 M. 아이젠하트는 복잡한 문제에 대응하는 간결한 의사결정 프레임을 ‘단순한 규칙(simple rules)’이라고 명명한다.

이들이 단순한 규칙 문제에 파고든 것은 1990년대 후반 인터넷의 발달로 복잡성과 씨름하게 된 회사들 중 어떤 조직이 성공했는가를 연구하면서부터다.

이들은 연구를 통해 가장 큰 성공을 거둔 회사들은 기술·경쟁·시장의 복잡성에 복잡한 해결책으로 대응하려 하지 않고 중요 절차, 예를 들어 신제품 개발이나 잠재고객의 우선순위 결정을 파악한 후 단순한 규칙으로 이를 관리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특히 단순한 규칙은 저자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넓은 영역에서 적용되며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의 일상 문제 중에서도 다이어트, 운동, 저축 같이 의지력이 필요한 문제에는 복잡하고 정교한 규칙보다 단순한 규칙을 적용하는 편이 결과 내용에서나 지속력에서나 훨씬 효과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투자규칙도 마찬가지였다. 수학적 근거를 토대로 한 정교하고 복잡한 투자모형이자 노벨상을 수상한 해리 마코위츠의 투자규칙보다 1500년 전에 편찬된 유대교 경전 탈무드의 단순한 투자규칙, 즉 자기 돈 중 3분의 1은 땅에, 3분의 1은 장사에 투자하고, 3분의 1은 손에 쥐고 있어야 한다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사실이 10년간의 28차례 비교경쟁 연구 결과 드러났다.

사실 단순한 규칙은 아주 오래전부터 자연계에서 집단작업을 완수하기 위해 널리 활용돼온 방법이다.

일례로 벌들은 새로 이사할 집터를 마련할 때 그 어떤 큰그림이나, 계획, 인솔자에 기대지 않고 단순한 규칙(행동조율 규칙)에 의거해 효율적으로 집단작업을 해낸다.

벌들 가운데 일정 수의 정찰병이 후보지를 물색하러 떠나는데 이때 적당한 장소를 발견한 정찰병은 무리로 돌아와 동료에게 8자 춤을 추며 결과를 보고한다.

벌들은 이런 식으로 가장 좋아 보이는 장소에 대한 지지자를 늘리고 박치기로 대안을 저지함으로써 상충되는 선택지 사이에서 진퇴양난에 빠지지 않고 빠르고 효율적으로 집터를 선택한다.

자연계에서 활용되는 이러한 단순한 규칙은 오늘날에도 전 세계 대중을 이어주고 그들이 별다른 인솔자나 복잡한 규정 없이도 효율적으로 집단지성 작업을 할 수 있는 강력한 토대가 되고 있다.

 

10만 명이 넘는 자원 편집자들이 만들어내는 온라인백과사전 위키피디아는 단순한 규칙, 즉 누구나 편집과 관리에 참여할 수 있으며 중립적 시각을 견지한다는 등의 규칙을 활용해 집단작업을 한다.

개인회원 간 자동차 공유회사인 집카(Zipcar)는 북미와 유럽 전역에 회원 약 81만 명과 차량 1만 대 이상을 보유한 세계 최대 자동차 공유 네트워크다. 집카에는 자동차를 반납받아 청소하고 점검하고 재급유하는 영업소나 직원이 없다.

대신 집카는 설립 이래 10여년간 회원들에게 여섯 가지 단순한 규칙을 지키게 해 이 모든 문제를 해결했다.

그것은 차량이 고장나면 신고하고 깨끗하게 이용하며 차 안에선 금연, 기름은 가득 채우고 시간에 맞춰 반납하며 애완동물은 전용 캐리어에 넣는다는 규칙이다.

저자들은 “단순한 규칙은 정교한 모형과 달리 가장 중요한 변수에만 초점을 맞춘다”면서 “잡음이 없어지면 한 가지 상황에만 최적화된 게 아니라 합리적 수준에서 광범위한 상황에 잘 맞는 판단을 내리게 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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