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당신이 본 그림은 모두 가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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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당신이 본 그림은 모두 가짜다!”
  • 한정곤 기자
  • 승인 2016.05.17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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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인사동 스캔들’에서 떼쟁이 배접 그림에 덧씌우기를 하고 있다. <사진=영화 스틸컷>

영화 ‘인사동 스캔들’에서는 안견의 ‘벽안도’ 복원에 착수한 주인공 떼쟁이가 그림의 변형을 막기 위해 덧댄 배접과 원접을 분리하는 상박 장면이 나온다.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원접의 그림이 스며든 배접에 회음수를 뿌리고 덧씌우기를 하니 원접과 똑같은 또 다른 ‘벽안도’로 완성된다.

이때 배접 ‘벽안도’는 누구의 그림일까? 안견의 그림인가 아니면 떼쟁이의 그림인가.

가수 조영남의 대작 논란을 접하면서 떠오르는 단상이다.

조영남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원작을 그리고 A씨에게 찍어서 보내준다. 어떨 땐 밑그림을 그려 오라 하고, 어떨 때는 채색을 하라고 했다. 채색이 가능한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으니 여러 일을 그때그때 다르게 시켰다”고 말했다.

미술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이러한 작업 행위가 유명 미술가들의 관행이라는 조영남의 말과 이를 인정하면서 “100% 창의력”이라는 그의 주장이 황당하기만 하다.

그렇다면 원접에서 떼어낸 배접에 덧씌우기를 한 그림은 왜 위작으로 범법 행위가 되는가.

원작자의 허락 혹은 요청이 있고 없음의 차이 외에는 다른 무엇이 없다. 이는 원작자가 범법 행위에 가담했을 경우 합법이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최근 점심식사 후 인사동의 여러 갤러리들을 자주 들른다. 그곳에서는 일상적으로 접하게 되는 장면이라도 다른 각도로, 다른 명암으로, 다른 색채로 표현된 그림들을 접한다. 때론 사진으로 촬영한 듯 미세한 장면 하나도 놓치지 않은 그림들도 만난다.

이들 그림에는 붓끝을 옮길 때마다 작가가 의도했던 세계가 표현돼 있다. 누군가 그린 밑그림에 기계적으로 색칠한 가공품이 아니기에 우리는 그 그림을 작품이라고 하고 또 거액을 주고 구입하기도 한다.

“당신이 본 그림은 모두 가짜다!”

영화 ‘인사동 스캔들’의 홍보 포스터에 하단에 도발적으로 적혀있던 문구가 새삼 섬뜩하게 다시 다가온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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