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술의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어느 경제학자의 긴 여정”…『오래된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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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술의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어느 경제학자의 긴 여정”…『오래된 아름다움』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6.05.2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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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거실에 한 점쯤 걸어두면 좋으련만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접할 수밖에 없는 그림이 있다.

설사 인사동 등지의 화랑에서 거래되고 있다 하더라도 경제적인 이유로 먼발치에서나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쉽게 볼 수는 있지만 또 가까이 하기에는 어려운 고미술품이 그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은 소유하는 데에 궁극의 목적이 있지 않다. 소유하지 못하더라도 때로는 내 것이 아닌 남의 것을 바라보는 것으로도 애정은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스포츠를 사랑한다고 해서 굳이 스포츠 선수가 될 필요가 없듯이 말이다.

그래도 그들의 이야기는 궁금하다.

신간 『오래된 아름다움』(아트북스)은 적어도 일반인에게는 그런 책이다. 눈으로 보고 어깨너머로 주워듣지만 언감생심 주머니 사정이 허락지 않은 고미술의 세계, 특히 컬렉션의 세계가 펼쳐진다.

고미술 컬렉션이란 제작 기록이 없거나 제작된 지 오래된 여러 다양한 물건을 수집하는 일을 말한다.

아름다움을 향한 사랑과 열정, 대상물에 담긴 아름다움과 창작정신을 직관하는 안력이 필요하다. 여기까지는 일반인도 가능하다. 그러나 컬렉터가 되기 위해서는 작품 구입에 소요되는 경제적 여유가 필수다.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소유하려는 욕망은 인간의 본능이다. 신앙과 삶, 미술이 분리되지 않았던 오랜 옛날부터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창작은 시작됐고 아름다움의 추구와 쓰임의 가치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던 이 시기부터 창작과 함께 컬렉션은 시작됐다.

아름다움의 소유를 컬렉션이라 부른다면 컬렉션 문화는 권력과 경제력, 자본주의의 흐름과 함께 발달했으며 미술품의 창작과 거래, 컬렉션 문화는 축적된 자본에서 창출되는 경제적 풍요를 통해 꽃을 피웠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컬렉션의 발전사에서 저자가 주목하는 부분은 권력이나 경제력, 시장의 논리에 충실해야 할 자본이 컬렉션 세계에서는 비이성적이고 즉흥적인 행동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한 상호 대척점에 있을 것만 같은 탐욕스런 자본과 순수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미술창작은 컬렉션의 장에서 소통하고 화해하기도 한다. 그 내면에는 미묘한 사연과 감정들이 존재한다.

저자가 미술품 컬렉션을 “차가운 자본의 논리를 넘어 따뜻한 감성과 열정으로, 때로는 지독한 사랑의 열병을 앓으면서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긴 여정”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이 책은 고미술 전문가가 아닌 경제학자가 접근한 인문학적 해설서다. 우리 고미술에 내재된 미의식과 조형적 특징들을 알아보고 아름다움을 소유하고자 하는 컬렉션의 의미를 되새긴다.

그리고 고미술 컬렉션 시장과 현장을 움직이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함께 얇은 지갑사정에도 고미술 컬렉터의 길을 걷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다섯 가지의 팁도 소개한다.

우연한 기회에 한국 고미술에 매료된 후 25년간 열정을 쏟은 저자는 “고미술 컬렉션의 동인을 두고 본성으로 돌아가려는 인간의 귀소본능이자 자신의 영혼이 자유로워지기를 염원하는 목마름과 같은 것”이라는 말과 함께 “그것이 추구하는 근원적 의미가 바로 우리 인간이 포기할 수 없는 존재적 가치이기에 아무리 고통스럽고 힘들더라도 가야 하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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