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도약을 향한 재편(Reorganization to Repeat Le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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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도약을 향한 재편(Reorganization to Repeat Leap)
  • 한정곤 기자
  • 승인 2013.12.24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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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들어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국내 기업들의 경영환경이 악화되면서 기업구조조정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
고도성장기의 사업다각화 경영전략을 통한 기업의 몸집 불리기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급격한 전환기에 직면해야 했다. 관치금융의 지원사격으로 추구했던 외형확대라는 경영전략은 비효율적인 자본투자와 높은 금융비용 부담에 가로막혀 더 이상 미래를 보장해 주지 않았다.

국경이 사라져 버린 글로벌경제의 냉철한 시장경제논리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패러다임을 요구했고,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기업들은 퇴출이라는 철퇴를 맞아야 했다. 오히려 핵심 주력사업을 제외한 한계사업을 정리해야 한다는 압박이 더 강해졌다. 경영자원을 집중시켜 글로벌 경쟁우위를 확보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경영환경을 맞이한 것이다.

때를 같이 해 구조조정, 사업재편 등의 용어가 등장했고, 그 뒤를 실업이라는 단어가 따라왔다. 그리고 1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들 용어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기업구조조정 증가 당분간 지속
최근 들어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국내 기업들의 경영환경이 악화되면서 기업구조조정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 2013년 한 해 동안 6개의 기업집단이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었는가 하면 공정거래법에 의해 지정된 대규모 기업집단 중에서도 4개가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을 진행 중에 있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많은 기업집단이 최근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경기 회복이 더디고 기업 성과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앞으로 기업 구조조정 증가는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기업이 이미 부실화되었을 때의 구조조정은 성공보다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때를 놓친 구조조정은 사실상 회생전략으로 기업 스스로에 의한 능동적 구조조정이 아닌 채권단이 개입함으로써 수동적인 구조조정의 길을 걸음으로써 오히려 시장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대기업 신용위험평가 결과 내놓은 구조조정 대상 기업 가운데 효율적인 구조조정에 성공한 기업의 사례가 극히 드물다는 것은 이를 반증한다.

금융감독원은 2009년 79개사, 2010년 65개사, 2011년 32개사, 2012년 36개사, 2013년 40개사를 구조조정 대상기업으로 발표해 왔다. 이 가운데 경영정상화에 성공한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다. 특히 2013년 실적저하가 심화되고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던 6대 취약업종(건설·조선·해운·철강·석유화학·시멘트)의 경우 외부환경의 변화 없이 자력으로 경영정상화를 달성하기에는 요원하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2012년 기업구조조정 대상 기업 가운데 최대 이슈였던 STX그룹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 해운업계 3위의 STX팬오션은 2012년 6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신속한 법정관리가 진행됐고, 산업은행이 주채권은행으로 STX그룹 지원을 위해 실사업무를 진행해 운영자금 2000억원 지원 등 순조로운 구조조정을 밟아왔다. 해운업황의 불황으로 구조조정이 당초 예상보다 더딜 것으로 예상됐지만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계열사 매각 및 채무조정 등을 통해 정상 영업 및 재무구조 개선의 희망은 살아있었다.

▲ 2012년 기업구조조정 대상 기업 가운데 최대 이슈였던 STX그룹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지난해 11월 STX는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 차별적 경쟁력을 갖춘 ‘전문상사’로 거듭나는 조기 경영정상화 실현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즉 에너지사업(석탄, 석유)·원자재수출입(철강, 비철)·기계엔진(기계플랜트, 엔진영업)·해운물류 서비스(물류/S&P) 등 4대 비즈니스 축을 확립한 구조조정이었다. 또 비계열사 대상 외부 비즈니스를 확대해 수익처 다각화를 실현하고 외부거래 비중을 현재 65%에서 2017년 96%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STX의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2017년 매출 2조2000억원, 영업이익 400억원을 달성, 기업 수익성을 제고하는 한편 채무 상환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STX 관계자는 “전문상사로서 4대 비즈니스 모델을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고 사채권자집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며 “독자 생존력을 확대하고 재무적 안정성을 강화해 기업정상화 조기 달성을 반드시 실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는 산업은행 등 STX그룹 채권단이 불과 한 달 뒤 강덕수 STX 회장을 배임 혐의로 형사 고소를 추진키로 하면서 STX그룹의 정상화 향방은 어디로 튈지 불투명하게 됐다.

채권단 주변에서는 강 회장에 대한 채권단의 전격적인 형사 고소 결정은 구체적인 비리혐의점을 확인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12월3일 채권은행들은 채권단협의회에서 “STX중공업이 그동안 벌여놓은 사업이나 보증이 많다”면서 “언제까지 더 자금을 지원해야 하느냐”는 불만의 목소리들을 터뜨렸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산업은행 등 STX그룹 채권단이 불과 한 달 뒤 강덕수 STX 회장을 배임 혐의로 형사 고소를 추진키로 하면서 STX그룹의 정상화 향방은 어디로 튈지 불투명하게 됐다.
STX에 대한 채권단의 자율협약 이후 재계에서는 강 회장을 동정하는 시선이 많았다. 강 회장은 1973년 쌍용양회를 시작으로 한 샐러리맨에서 28년만에 자신이 재무책임자였던 쌍용중공업을 인수해 STX그룹을 일궈냈다. 2001년 그룹 출범 이후 10여년만에 매출 100배, 계열사 12개를 거느리며 샐러리맨신화를 창조한 인물이다. 그러나 배임과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형사 고소되면서 강 회장은 STX그룹의 성공 신화라는 찬사와 함께 현재의 부실 책임 역시 피해갈 수 없게 됐다.

이처럼 기업구조조정에서 대주주의 잘못된 선택은 치명적이다. 기업경영은 경기순환에 따라 등락을 거듭할 수도 있지만 대주주의 비리에는 시장도 등을 돌리고 만다.

구조적인 고도화 전략
그렇다고 구조조정이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고 있는 것처럼 부실기업의 또 다른 용어는 아니다. 우량기업이라 하더라도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업을 정리하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을 집중 육성함으로써 구조적인 고도화 전략을 일컫는다.

실제 성공적인 구조조정으로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지속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기업의 사례는 국내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두산그룹은 지난 외환위기 당시만 해도 식음료가 중심인 소비재 사업군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구조조정을 통해 현재는 중공업을 주력으로 체질을 바꾼 대표적인 기업이다. 2000년대 들어서도 현대건설, 하이닉스, SK네트웍스 등 주요 기업들이 성공적인 구조조정으로 현재는 견실하게 성장하고 있다.

성공적인 구조조정은 기업 이미지뿐만 아니라 대내외 신인도 상승으로 이어진다.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부실을 털어내고자 안간힘을 쓴다. 2012년 11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 가운데 15%가 2013년도에 구조조정 계획을 갖고 있었다. 연말 임원인사를 단행한 대기업들도 한결같이 조직개편를 발표함으로써 2014년 재도약을 위한 또 다른 구조조정에 시동을 걸었다.

이 가운데 관심을 끄는 대기업그룹은 2013년 금융권을 중심으로 유동성 위기설이 나돌았던 ‘HHD’, 즉 현대·한진·동부그룹이다.

물론 시장이 과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분석도 이들 기업 주변에서 제기되고 있다. 스스로 유동성을 마련키 위한 자구책은 착실히 준비되고 있으며 당장의 유동성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이들 기업의 해명이 설득력 없는 것은 아니다.

이와 관련 재계 한 관계자는 “금융권의 소문은 항상 실제보다 부풀려지기 마련”이라면서 “동부그룹은 실제보다 증권사 보고서 한 장으로 부실가능성이 입방아에 오르지 않았느냐”고 전했다.

▲ 동부그룹은 흑자계열사 매각과 김준기 회장의 사채출연으로 3조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마무리하고 재무구조개선약정을 2015년까지 졸업한다는 고강도 대책을 내놓았다.
실제 HHD 기업 가운데 동부그룹은 일찌감치 구조조정방안을 내놓고 금융당국과 협의를 마친 상태다. 금융당국의 요구에 앞서 김준기 회장의 결단에 의한 강력한 구조조정방안이 나오자 시장에도 긍정적인 시그널을 준 사례다.

동부그룹의 유동성 위기설은 10월14일 LIG투자증권이 발표한 ‘그룹리스크 진단 보고서’가 단초가 됐다. <그룹리스크 진단 : 위험하지만 참을 만하다>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동부그룹의 위험도가 가장 높으며 차입구조가 동양과 비슷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보고서 내용 어디에서도 동부가 가장 위험하다고 보는 근거가 무엇인지, 동부의 차입구조가 왜 동양과 유사한지에 대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설명은 없었다.

동부그룹은 해명자료를 통해 “그룹마다 영위업종이 상이하고 업종의 특성 또한 다른데 이를 고려치 않고 위험 순위를 정한다거나 차입구조가 동부와 동양이 전혀 다른데도 막연히 차입구조가 동양과 비슷하다고 단정한 것은 증권사 분석 보고서의 기본에서 크게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기업의 신용도와 이미지를 크게 훼손하는 무책임한 행위”라며 반발했다. 이와 관련 LIG투자증권은 뒤늦게 정정보고서를 발표했다.

동부그룹에 따르면 차입금은 은행 등 제도권금융이 2/3를 차지하고 있다. 회사채는 전체 차입금의 1/3이며, CP는 거의 없어 시장성 차입금의 비중이 결코 높은 수준은 아니다. 동부제철의 경우 2014년 말까지 만기도래하는 회사채가 약 6800억원으로 현재 회사 보유현금(1200억원), 지속적인 현금창출능력(연간 에비타 2400억원 수준), 당진 부두 지분매각(3000억원) 그리고 회사채 신속인수제 활용 등을 통해 충분히 충당할 수 있는 규모다. 동부건설도 2014년 말까지 도래하는 회사채가 2770억원으로 이미 매각한 서울 동자동 오피스빌딩(2800억)과 현재 추진되고 있는 동부익스프레스 매각(1700억) 대금만으로도 충분한 유동성 확보는 물론 차입금 규모를 낮출 수 있다.

이와 관련 동부그룹 관계자는 “동부그룹은 종합금융, 철강·신소재, 종합전자, 농업·바이오, 발전·에너지 등 사업 포트폴리오가 매우 다양하며 성장업종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면서 “각 주력 계열사들끼리 수직계열화를 탈피한 독립적인 사업구조로 그룹 지배구조가 순환출자 형태가 아니고 계열회사들 간에 순환출자 고리도 형성되어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특정 계열사에 리스크가 발생하더라도 그것이 타 계열사나 그룹 차원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2013년 10월 19일 동부제철 당진공장에서 열린 임원회의에서 한 발언은 금융권에서 자주 회자되는 유동성 위기설이 기업의 현실과 얼마나 괴리돼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최근 외부에서 동부제철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이 있는데 요즘 같은 극심한 불경기에 상위 몇 기업을 빼고 확실한 캐쉬카우가 있는 회사가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기업은 겉으로 드러난 수치 외에도 현재 가시화되고 있는 성과와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중요한데 동부제철에 대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아 안타깝다.”

그러나 동부그룹은 이러한 우려마저도 강력한 구조조정방안을 발표함으로써 재도약을 위한 재편의 길을 선택하는 강수로 맞섰다. 흑자계열사 매각과 김준기 회장의 사채출연으로 3조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마무리하고 재무구조개선약정을 2015년까지 졸업한다는 고강도 특단의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사업 측면에서는 금융, 철강, 전자, 농업·바이오 등 4대 주력분야를 중점적으로 키워나가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자구노력 확대 요청을 적극 수용하는 한편 재무구조를 보다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선제적이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그룹 차입금 절반 이상 대폭 축소…4대 주력사업 중점 육성
동부그룹이 발표한 구조조정방안에 따르면 동부는 자구계획 실현을 위해 2015년까지 주요 계열사인 동부하이텍과 동부메탈, 동부제철 인천공장, 동부발전당진 지분 등을 매각하고 김준기 회장의 사재출연을 통한증자 참여 등을 포함한 고강도의 구조조정을 추진한다.

먼저 동부하이텍은 보유 중인 동부메탈 지분 등을 처분해 차입금을 대폭 축소한 뒤 매각될 계획이다. 그동안 동부가 중점적으로 육성해 온 비메모리 반도체사업을 떼낸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동부 관계자는 “지난 10여년간 엄청난 투자와 각고의 노력을 통해 이제 사업이 정상궤도에 올랐지만 반도체부문의 향후 투자에 대한 금융권의 계속되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불가피하게 매각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동부메탈의 경우 동부하이텍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31.28%)에 김준기 회장이 1인 대주주로 있는 동부인베스트먼트 보유 지분(31%)과 동부스탁인베스트먼트 보유 지분(8.5%)을 합친 경영권 있는 지분(70.78%)을 매각하기로 했다.

동부제철은 인천공장 및 당진항만 매각 외에 동부특수강 IPO, 유상증자, 보유 계열사 지분 처분 등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현재 2조3500억원의 차입금을 2014년에는 1조원 이하로, 2015년에는 9000억원 이하로 대폭 줄이고, 현재 269%인 부채비율을 2014년에는 154%로, 2015년에는 140%로 획기적으로 낮출 계획이다.

동부건설은 동부발전당진 지분을 비롯한 각종 자산 매각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미 동자동 오피스빌딩을 성공적으로 매각한 데 이어 자회사인 동부익스프레스 지분 처분을 위한 막바지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이밖에 동부팜한농은 울산, 김해 등지의 유휴부지 및 보유 지분을 처분하고 동부CNI 등 다른 계열사들도 각종 유형 자산과 지분 등을 처분해 자구계획에 힘을 보탠다.

동부는 이같은 고강도 자구계획을 통해 2015년까지 약 3조원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이번 자구계획은 각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자산과 실현성 높은 계획을 기반으로 단기간에 과감하고 획기적인 재무개선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동부하이텍과 동부메탈을 매각하면 이들 두 회사가 갖고 있던 차입금이 그만큼 줄어드는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동부는 현재 6조3000억원 규모인 차입금을 2조9000억원대로 대폭 줄이고 부채비율은 현재270%에서 170% 수준으로, 이자보상배율은 현재 0.14배에서 1.6배로 개선해 2015년까지 재무구조개선약정에서 완전히 졸업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동부그룹은 고강도 구조조정을 통해 재무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한편 금융, 철강, 전자, 농업·바이오 등 주력 4개 분야를 중점적으로 육성해 나가기로 했다. 앞으로 불경기가 3~4년간은 더 지속될 것으로 보고 이에 대비해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보다 강화해 지속성장이 가능한 기업체질을 굳건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금융분야는 동부화재를 중심으로 뛰어난 경영성과를 거두고 있는 가운데 금융 선진국인 미국 본토에서 거둔 성공을 바탕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진출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철강분야는 합금철부문을 매각하고 전기로제철사업의 안착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기로 했다. 특히 동부제철은 인천공장과 당진항만을 매각하는 등 자구노력을 통해 재무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함으로써 경쟁력 있는 체제로 탈바꿈된다. 전자분야는 부품사업인 반도체부문을 매각하는 대신 가전, 로봇, LED, IT 등 세트사업 중심의 B2C 분야에 집중하기로 했으며 농업·바이오분야는 기존 농자재분야의 확고한 사업경쟁력을 바탕으로 바이오분야를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김준기 회장, 동부제철 유상증자 등에 사재 1000억원 출연
이번 자구계획에는 김준기 회장도 사재를 출연해 참여한다. 김 회장은 보유 계열사 지분 중 일부를 처분해 1000억원 가량의 재원을 확보해 동부제철 유상증자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 김준기 회장의 결단으로 계열사 매각과 사채출연이라는 고강도 구조조정방안을 내놓은 동부그룹에 시장도 긍정적인 시그널로 답했다.
동부는 지난 10년간 주채권은행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은 상태에서 매년 구조조정을 통해 만든 자금을 차입금 상환에 쓰지 않고 부채비율 250% 수준을 유지하면서 기존 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연관사업 M&A에 우선적으로 투자해 자산과 매출액, 임직원 수가 획기적으로 늘었다. 그러나 STX, 동양 사태로 인해 주채권은행에서 보다 강력한 구조조정을 요청해 옴으로써 특단의 자구계획을 결정하게 됐다.

김준기 회장은 최근 주요 임원회의에서 “이제 주요 회사들의 투자가 모두 끝난 상황이므로 지금부터는 우리가 가진 모든 역량을 차입금을 줄이고 재무 안정성을 높이는 일에 집중시켜 2015년까지 재무구조개선약정을 기필코 졸업하자”고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이번 사재출연 역시 김 회장 자신의 재산도 일부 처분해 힘을 보탬으로써 구조조정을 더욱 가속화해 재무구조개선약정에서 반드시 졸업하겠다는 강한 의지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그룹의 구조조정방안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유가증권시장은 개장과 함께 동부그룹의 유동성 위기설의 진앙지였던 동부제철과 동부건설이 가격제한폭까지 오르고 매각 대상계열사인 동부하이텍과 보유지분 매각이 발표된 동부CNI도 상한가를 기록했다. 주력계열사인 동부화재 역시 손해보험 업종의 전반적인 가격하락에도 1.41% 상승했다. 3조원대의 파격적인 자구책이 동부그룹을 향한 모든 우려를 걷어냈다는 평가가 시장에 반영된 결과였다.

동부그룹의 선제적인 고강도 구조조정은 당분간 기업구조조정의 모범사례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직은 계획을 발표한 단계로, 향후 성공적인 추진 과제가 남아있긴 하지만 금융당국에서조차 당장의 유동성 위기를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 만큼 악성소문에 휩싸였던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기업의 대응전략 측면에서는 벤치마킹의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진․현대그룹의 뒤늦은 자구책 발표
동부그룹에 이어 한진그룹도 뒤늦게나마 2013년 12월19일 재무구조 자구개선 계획을 발표했다. 2012년 말 현재 연결부채비율이 678%에 이른 한진그룹은 에쓰오일 지분과 노후 항공기, 부동산 등을 매각해 3조5000억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자금난을 겪고 있는 한진해운에도 1000억원을 추가 지원한다. 대한항공과 한진해운 등 주력계열사의 2013년 상반기 영업손실액은 7773억원에 달한다.

자구개선 계획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한진에너지가 보유한 에쓰오일 지분 28.41% 가운데 3000만주를 매각해 2조2000억원을 마련한다. 또 B747-400, B777-200 등 구형 항공기 13대를 매각해 2500억원을 마련하고 부동산과 투자자산을 팔아 1조400억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800%대까지 상승한 총 부채비율을 2015년까지 400%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또 한진그룹 계열사인 한진해운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대한항공은 12월 중 1000억원을 추가로 지원한다. 단, 은행이 한진해운에 3천억원을 대출하는 조건이다. 지난 10월31일 대여금 형식으로 지원한 15500억원에 이어 두 번째다.

이상균 대한항공 재무본부장은 에쓰오일 주식을 내년 1분기에 매각하고 항공기와 부동산 등은 내년부터 2015년까지 2년에 걸쳐 매각한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한진해운 추가 지원에 대해 금융권에서 한진해운에 신디케이트론 3000억원을 대출하는 조건으로 대한항공이 1000억원을 지원하기로 금융권과 협의했다고 설명했다.

▲ 대한항공은 B747-400, B777-200 등 구형 항공기 매각 등 3조5000억원을 확보한다는 재무구조 자구개선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그룹도 지난해 12월22일 금융 3개사와 반얀트리호텔 등을 팔아 3조3000억원을 조달한다는 자구책을 내놓았다.

현대그룹이 내놓은 자구책에 따르면 주력 계열사인 현대증권을 비롯해 현대증권, 현대자산운용, 현대저축은행 등 금융계열사를 모두 매각, 금융업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또 현대상선이 보유한 항만터미널사업 일부 지분을 매각하고 벌크 전용선 부문의 사업구조를 조정해 약 1조5000억원을 조달한다.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호텔도 매각한다.

현대그룹은 이 같은 자구안으로 최근 시장에서 제기된 현대그룹의 유동성 문제를 해소할 방침이다. 1조3000억원 규모의 부채를 상환해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로지스틱스 등 주요 3개 계열사의 기준 부채비율을 올해 3분기말 493%에서 200% 후반대로 대폭 낮춘다는 계획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금보유 사정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충분한 상황이지만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선제적이고 자발적인 고강도 자구안을 마련했다”면서 “향후 금융권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시장에서 신뢰받는 기업으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지홍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최근 구조조정에 들어간 기업들은 과거에 비해 재무상태가 더 악화된 상태에서 구조조정을 신청하고 있다”며 “통합도산법 제정으로 구조조정 기간은 크게 단축되었으나 재무구조 및 수익성 측면에서는 구조조정이 시작되고 3년이 지난 시점에도 정상 기업에 못 미치는 재무성과를 보이는 등 부실의 위험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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