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의 조용한 반란…“신한은행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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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의 조용한 반란…“신한은행 잡는다”
  • 한정곤 기자
  • 승인 2014.05.09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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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네트워크 효력 가시화…CEO 경영혼선 걸림돌 여전

▲ IBK기업은행 을지로 본점
기업은행의 소리 없는 반란이 은행권을 긴장시키고 있다.

중소기업 전문 국책은행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오히려 강점으로 전환하며 시장에서 빠르게 보폭을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한때 경쟁상대로도 여기지 않던 시중은행들조차 기업은행의 무서운 상승세에 경계의 눈초리를 감추지 않고 있다.

기업은행은 지난 8일 1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이 3269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동기에 비해 27.0%, 전 분기에 비해서는 93.7%가 증가한 것이다.

개별기준으로는 332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전 분기 대비 101.0%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 규모가 두 배에 이른 것이다.

PF대출 정상황에 따라 PF대출 충당금 환입과 주식 배당수익 그리고 부실채권 매각이익 등 비일회성 이익이 일조를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대손충당금 전입액과 일반관리비 감소가 실적상승에 기여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순이자마진(NIM)은 전 분기의 1.93%에 비해 0.01%포인트 하락했지만 금리정상화 및 수익성 중심의 대출 정책에 따라 회복이 예상되고 있다.

총 연체율은 전년 동기 대비 0.23%포인트 개선된 0.60%(기업 0.64%, 가계 0.43%),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전년 동기 대비 0.15%포인트 개선된 1.46%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경기 하락에 따른 건전성 악화 우려가 상당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특히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대비 2조4000억원(2.2%) 증가한 111억2000억원을 기록해 22.6%의 점유율로 1위 자리를 굳건히 했다.

이 같은 기업은행의 1분기 실적은 비록 어닝 서프라이즈까지는 아니더라도 시장의 예상치를 상회한 것이었다.

구경회 현대증권 연구원은 “최근 시장에서는 당기순이익이 3200억원을 넘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졌기 때문에 서프라이즈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시장 기대치를 하회했던 타 은행들에 비하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구 연구원은 이어 “이자이익의 부진한 정도가 덜 했다는 측면에서도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면을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기업은행의 1분기 상승세가 ‘반짝’ 실적만은 아니다. 오히려 지속성과 연속성을 보이고 있다. 국민·우리·신한은행 등 그동안 리딩뱅크를 외치며 시장을 지배해왔던 3대 시중은행들이 긴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 기업은행은 2000년대 후반 하나은행을 멀찌감치 밀어내고 안정적으로 4대 은행 반열에 안착하며 국민·우리·신한은행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2010년 기업은행은 총수신 122조6000억원을 기록하며 5대 시중은행 기준 시장점유율 15.63%로 처음 15%대 벽을 넘었다.

이후 2011년 점유율을 16.26%(135조2000억원)로 끌어올린 기업은행은 2012년에는 다시 17.53%(149조3000억원)를 기록하더니 지난해에는 18.16%(163조6000억원)까지 치고 올라왔다.

총대출 역시 2010년 126조6000억원으로 시장점유율 17.65%를 기록한 이래 2011년 17.91%(136조9000억원), 2012년 18.56%(142조4000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18.89%(149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말 총수신 및 총대출 시장점유율 20% 돌파는 무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2008년 21.03%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한 이후 2009년부터 5년 동안 줄곧 20%대에 머물고 있는 신한은행을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이 시장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신한은행은 2009년 19.74%의 시장점유율로 추락하다 2010년 20.13%로 다시 20%대를 회복했다.

이어 서진원 행장의 취임으로 2011년 20.35%, 2012년 20.58%로 반짝 상승했지만 지난해 다시 20.17%로 떨어지면서 기업은행에 3위 자리마저 내줄 위기에 처해있다.

기업은행과 신한은행의 총수신 및 총대출 격차는 각각 19조3000억원, 10조1000억원로 점유율 격차는 1~2%포인트에 불과하다.

KB투자증권 유승창 연구원은 기업은행의 경쟁력과 관련 대출금의 76.5%가 중소기업대출인 전문은행이라는 점을 꼽는다.

유 연구원은 “기업은행의 중소기업대출은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추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중소기업대출 시장점유율 상승과정에서 보다 광범위한 중소기업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우리투자증권 최진석 연구원도 “중소기업 전문 국책은행 특성상 총대출 대비 대기업대출 비중이 4%로 업종내 가장 낮고 총대출 대비 가계대출 비중 역시 19%에 불과”하지만 “주택담보대출 중 고정금리대출비중은 19%로 높아 가계부채 및 대기업 사전적 구조조정에 따른 마진과 대손비용의 부정적 영향에서 비껴나 있다”고 말했다.

▲ 권선주 기업은행장
그렇다고 기업은행의 앞길이 순탄대로만은 아니다. 과거 조준희 행장 시절의 수익성과 성장성을 쫓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12월28일 취임한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한 달여 만인 지난 1월24일 ‘2014년 전국 영업점장 회의’를 소집하고 ‘양보다 질, 책임경영, 소통’ 등의 3대 경영방침을 제시했다.

이날 권 행장은 “불필요한 것, 성장만을 위한 업무는 과감히 버리고 한정된 자원을 꼭 필요한 곳에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다시 한 달 뒤인 2월12일 기자간담회에서는 “3년 후인 2016년 글로벌 100대 은행에 진입하겠다”고 양적 성장을 강조했다.

권 행장은 “앞으로 3년간 매년 6% 수준의 성장을 한다면 100위권 진입이 가능하다”며 “해외지점점포를 22개에서 25개로 늘리고 중소기업고객수를 150만개사까지 확대해 시장점유율을 23%까지 끌어 올리겠다”고까지 밝혔다.

한 달 전 전국 영업점장 회의 때와는 전혀 다른, 수익성과 성장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겠다는 경영방침을 피력한 것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최근 기업은행의 무서운 성장세가 소위 리딩뱅크를 위협할 만한 수준이라는 점에서는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국책은행 CEO의 보신주의도 문제지만 지나친 과욕으로 인한 경영혼선은 지금의 기업은행에 오히려 보신주의만 못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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