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에서 찾는 경제 위기 해법”…『예술과 경제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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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서 찾는 경제 위기 해법”…『예술과 경제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6.06.29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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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타가와 쿠니요시가 1847년 완성한 작품 ‘얼핏 보면 무섭지만 실은 좋은 사람이다’.

때로는 복잡한 문제의 해결책이 전혀 예상치 못한 데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있다.

기업의 구조조정을 고민하던 경영자가 식물이나 나무줄기를 바라보다가 해법을 찾는가 하면 새로운 디자인을 구상하던 이는 담배연기에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신간 『예술과 경제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문학동네)은 전혀 다른 영역으로 인식될 만한 예술과 경제의 공통점을 추적한다.

화가·조각가·건축가들이 문제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던지는 기발한 질문과 경이로운 대답을 통해 위기에 처한 경제와 기업경영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것이다. 문제의 본질보다는 주변부에 눈을 돌림으로써 해법을 찾는 식이다.

저자인 김형태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미술, 건축, 문학 등 예술과 경제, 금융, 경영이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분야를 접목해 새로운 인사이트를 제시한다.

예를 들면 일본 에도시대 판화가인 우타가와 쿠니요시가 1847년 완성한 작품 ‘얼핏 보면 무섭지만 실은 좋은 사람이다’를 보자.

팔을 양쪽으로 벌리고 웅크리고 앉아 있는 사람이 코 모양이 된다. 구부리고 있는 두 사람이 이마를 형성하고 그들이 입고 있는 검은색 팬티가 눈썹이 된다. 마치 사람의 다양한 몸 형태가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 있는 것 같다.

쿠니요시는 인체의 구부러진 모습에서 일반인들은 쉽게 볼 수 없는 새로운 형태, 즉 눈·코·귀·입의 형태를 보았던 것이다.

쿠니요시가 재정의한 그림은 큰 것을 통해 작은 것을 그리는 것이다. 쿠니요시 그림은 우리가 흔히 쓰는 말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그림이다.

이를 제품에 적용하면 면도기와 면도날을 예로 들 수 있다. 면도기 가격은 의외로 저렴하다. 본체는 계속 사용하도록 했지만 면도날만 교환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면도날 값이 비싸다. 특히 면도기회사에 따라 면도날은 다른 회사 제품과 호환이 되지 않는다. 면도기 본체를 바꾸지 않는 한 그 회사 면도날을 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면도기회사의 수익은 면도기 본체가 아니라 면도날이다. 면도기가 면도날보다 덩치는 크지만 기업에 가져다주는 수익은 작은 면도날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것이다.

 

덩치면에서는 반대의 경우지만 프린터와 잉크를 넣는 카트리지도 마찬가지다. 판을 뒤집고 게임 자체를 바꾸는 능력인 재정의력의 사례다.

저자는 재정의력 외에도 예술과 경제를 관통해 작용하는 힘을 투시력, 원형력, 생명력, 중력·반중력 등 다섯 가지로 집약한다. 작용하는 힘이 같다면 돌아가는 원리도, 문제의 해법도 비슷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책에는 이들 다섯 가지의 힘이 예술과 경제에 어떻게 동일하게 작용되는지를 대표적인 사례와 함께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중요한 사실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들의 눈’”이라면서 “예술가들이 창출해낸 기발난 그림, 조각, 건축물은 예술의 공간과 경제의 공간을 새롭게 연결하는 블랙홀”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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