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농주의 경제학의 대부 유형원…④ “상공업은 농업경제 시스템 보조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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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농주의 경제학의 대부 유형원…④ “상공업은 농업경제 시스템 보조 영역”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6.07.01 0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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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경제학자들] 남인 실학파와 중농주의 경제학파의 토대 개척한 대 사상가
▲ 김득신의 귀시도. 시장에서 장사를 마치고 귀가하는 행렬을 그렸다.

[조선의 경제학자들] 남인 실학파와 중농주의 경제학파의 토대 개척한 대 사상가

[한정주=역사평론가] 유형원과 같은 중농주의 경제학파와 중상주의 경제학파의 뚜렷한 차이는 세 가지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 하나는 중상주의 경제학파가 상공업의 발전을 중요시했다면 중농주의 경제학파는 토지 문제(개혁)를 중요시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중상주의 경제학파가 상업적 농업 경영을 중시했다면 중농주의 경제학파는 토지 분배와 자영농민의 확산과 육성을 중요하게 여겼다.

마지막으로는 중상주의 경제학파가 자유로운 상공업 발전과 해외통상을 주요하게 다룬 반면 중농주의 경제학파는 국가가 통제하는 상공업 활동을 더 중시했다는 사실이다.

유형원은 농업과 마찬가지로 상업과 공업 역시 사회경제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존재라고 인식했다. 이 점에서는 조선 사회를 지배한 주류 성리학자들의 상업관, 즉 ‘농본상말(農本商末)’보다는 진일보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상공업은 농업을 보완할 뿐 상공업을 생계로 삼는 백성이 많아 농업을 해쳐서는 안 된다고 보았다. 더욱이 상인과 수공업자에게도 일정 면적의 토지를 지급해 반드시 농업과 상공업을 겸업하게 해야 한다고 보았다. 다시 말해 상공업을 농업으로부터 분리된 독자적인 산업으로 보지 않았다.

상공업은 단지 농업 경제 시스템을 보조하는 영역일 뿐이다. 특히 유형원은 농업을 근본으로 하는 경제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공업에 대한 국가 통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여겼다.

그래서 그는 “상공업에 종사하는 백성이 많으면 세금을 무겁해하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세금을 가볍게 해 물화유통의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든 백성들이 일정한 규모의 토지를 지급받아 경작하는 농업경제 시스템을 이상적인 형태로 여긴 유형원의 시각에서 볼 때 토지로부터 떨어져 나와 이곳저곳 떠돌며 장사를 하는 상인이나 그들이 모여드는 시장이 자유롭게 개설되는 상황이 탐탁지 않았으리라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짐작해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유형원은 상공업이 상품 소비와 유통을 활발하게 해 생산기술과 생산력을 발전시킨다고 보기보다는 사치와 욕망을 부추겨 농업경제를 지탱하는 근검절약과 미풍양속을 해친다고 보았다.

특히 그는 향촌 사회의 근검절약과 미풍양속을 저해하는 주범으로 자유롭게 개설되는 장시(場市)를 꼽았다. 이곳으로 각지의 상인은 물론 온갖 무뢰배와 관아의 벼슬아치들까지 모여들어 제도를 어지럽히고 풍속을 파괴한다고 여겼다.

따라서 이렇듯 상인과 무뢰배들이 아무렇게나 개설하는 장시는 철폐하고, 그 대신 국가에서 통제하는 상설 시장을 각 군현과 역참(驛站)에 설치하자고 주장했다. 그리고 상인들을 등록해 세금을 걷는 한편 자금을 빌려주어 상설점포를 개설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17세기 들어 상품 유통과 상품 경제의 발달은 누구도 돌이킬 수 없는 사회 흐름이었다. 사회경제 현상과 그 변화 양상에 누구보다 밝았던 유형원 또한 상품화폐경제의 발전을 외면할 수 없다고 여겼을 것이다.

또한 그는 상품화폐경제의 발전이 근검절약과 미풍양속을 해치기도 하지만 제대로 통제하기만 한다면 농업경제체제의 발전에도 이롭다고 여겼던 듯하다. 다시 말해 농업을 보완하는 상공업의 긍정적인 측면을 인정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유형원은 자신의 뒤를 이어 중농주의 경제학파를 계승한 성호 이익보다는 훨씬 더 ‘상업 친화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이익은 상업 활동을 억제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농업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상공업 활동을 인정하고 또한 자유로운 상공업 발전보다는 시장 개설이나 상공업을 국가의 통제 아래에 두려고 했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봉건적인 상공업관(商工業觀)을 지니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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