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적 노인과 사회적 노인의 불일치…노인으로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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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적 노인과 사회적 노인의 불일치…노인으로 산다는 것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4.05.12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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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사람들은 자신이 노인인지 여부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어느 순간 힘이 부치기 시작하면 ‘아, 나도 이제 나이가 들었구나’ 하며 노인이 된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자신이 이제 노인이 되었다는 것을 스스로 밝혔다.

자연스런 노화에 따라 자신이 노인이라는 것을 스스로 결정하고 사회적 계승에도 자신의 의지가 반영됐다.

그러나 더 이상 노인은 자신이 결정하지 않는다. 기업에서 정한 정년과 사회에서 정한 연금이라는 기준이 분명하게 선을 그어준다.

예전과는 다르게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 또한 노인이 돼버린 자신을 확인해준다.

생물학적 나이와 사회적 나이가 일치할 때 비로소 ‘노인’이 되었지만 정년과 연금이 생겨나면서 이 둘 사이의 불일치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생물학적으로는 나이는 더딘데도 사회적으로는 점점 빨리 늙어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2000년 이미 고령화 사회로 진입해 이 같은 변화를 겪고 있고 세대들이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노인으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는 알지 못한다.

노인이 되어 겪게 되는 몸의 변화, 정신적 혼란, 관계의 단절과 재구성, 공동체에 미치는 정치적·사회적·경제적 영향은 아직 낯설기만 하다.

과학과 의료기술의 발달로 우리나라 남녀의 기대수명은 81.4세(통계청, 2012년 생명표)까지 늘어났고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간단한 산술로도 60을 넘어 20년 이상을 노인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정해진 원칙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신간 『노인으로 산다는 것』(계단)은 몸과 정신, 사회적 관계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노인이 되고, 또 노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다.

이 책의 저자들 역시 모두 ‘노인’들이다. 분자생물학으로 MIT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조엘 드 로스네는 인간이 왜 늙는지에 대한 최신의 과학 성과를 알기 쉽게 설명하면서 건강하고 활기차게 오래 살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한다.

프랑스 최고의 뉴스매거진 『렉스프레스』를 혁신시킨 언론인이자 인권운동가인 장 루이 세르방 슈레베르는 노년에 찾아오게 되는 정체성의 혼란을 슬기롭게 헤치고 새롭게 형성되는 타인과의 관계를 성숙하게 이끌 수 있는 방안을 들려준다.

 
우리 사회에도 큰 이슈인 정년과 연금 문제 역시 노인의 장수가 사회적으로 불러올 커다란 문제다. 사회적 이슈를 선도적으로 제기하고 날카로운 분석으로 유명한 프랑수아 클로제는 육체적·정신적 노년과 맞지 않는 현재의 정년 체계와 복지 시스템의 문제점을 해부하고 나날이 떨어져만 가는 노동의 가치를 파헤친다.

이 책을 통해 과학과 의료기술의 발달로 조금씩 이해하게 된 노화의 메커니즘과 몸의 변화 그리고 그에 기반한 장수의 비결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은퇴 후 맞게 되는 제2청소년기의 혼란을 극복하고 타인과 성숙한 관계를 엮어나갈 수 있는 마음의 여정을 짚어보게 된다.

또한 고령화와 저출산이 불러온, 연금을 둘러싼 세대 갈등과 복지시스템의 위기 연원과 공동체의 제약을 개인의 행복과 조화롭게 양립시킬 수 있는 실타래도 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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