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인이 5천년간 누려온 즐거움의 예술”…『홍차 애호가의 보물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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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인이 5천년간 누려온 즐거움의 예술”…『홍차 애호가의 보물상자』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6.07.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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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에게 차 의식의 핵심은 차 자체인 반면 일본인이 가장 중시하는 것은 의례다.

일본인의 다도(茶道)는 의심의 여지없이 세상에서 가장 의례화된 차 마시기다. 열성 애호가들은 자신의 삶을 다도에 바치기까지 한다. 다도가 단지 차를 마시는 행위만을 뜻하지 않는 것이다.

일본의 다도 절차를 확립한 센노 리큐(1521~1591년)는 “다도는 유희가 아니다. 그렇다고 기술도 아니다. 깨달음을 통해 체득하는 만족의 즐거움이다”는 스승을 말을 전하고 있다.

‘차의 길’이라는 의미의 다도를 선불교와 연결해 깨달음의 경지에 이를 수 있는 방법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차 문화는 역사적 특수성을 지닌다. 독립의 직접적 계기가 됐던 ‘보스턴 티 파티’의 기억 때문에 차를 마시지 않는 것이 일종의 상징적 의미를 띠었던 까닭이다.

“우리는 차를 마시지 않는다. 그 대신 커피를 마신다”는 말에서 엿볼 수 있듯이 미국인들은 의식적으로 차를 거부해왔다.

그러나 전국적 불매운동이라는 차의 암흑기를 가쳐 미국에서는 지금 홍차의 르네상스 시대를 맞고 있다.

신간 『홍차 애호가의 보물상자』(글항아리)는 차(茶)에 무지한 미국인을 위한 쓰인 최초의 차 소개서로 서양의 많은 차 애호가에게 바이블처럼 읽히는 책이다.

와인 전문가였던 저자 제임스 노우드 프랫은 이 책을 통해 ‘시대에 뒤처진 채 잠들어 있는 미국의 차 시장을 깨운 새로운 차 애호가’라는 칭호도 얻었다.

한 잔의 차에는 그 차에 담긴 역사와 재배지의 기후 조건, 그 차를 만든 인간의 정신이 담겨 있다. 제임스 노우드 프랫이 선별한 차에 관한 사실들은 우리가 마시는 차에 의미를 부여하고 풍미를 더해주며 우리의 후각과 미각을 일차원적인 것 이상으로 끌어올려준다.

수천 년 된 중국의 차나무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차의 역사가 제국주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는, 즉 서구 열강의 무역 장악에서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그 거대한 역사 속에서 자칫 소홀하게 다뤄지기 쉬운 중요한 인물들과 차라는 기호품의 내밀한 역사에 주목한다.

 

거기에는 육우, 센노 리큐, 토머스 립턴, 로버트 포천 같은 잘 알려진 인물뿐 아니라 최초로 본차이나를 만드는 데 성공한 유럽의 도공 요한 프리드리히 뵈트거, 미국에 처음으로 전통 중국차를 소개한 데번 샤와 로이 퐁처럼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도 포함된다.

특히 신구 차 문화의 비교와 대조는 차에 관한 안목을 넓혀주는 또 다른 통로가 된다. 차를 이야기할 때 제국주의의 야망과 잔재로 점철된 근대사뿐 아니라 대기업과 프리미엄 제조사들이 이끄는 현대사도 소홀히 해선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저자는 “이 책은 즐거움에 관한 책”이라면서 “그 즐거움이란 5000여년간 문명인이 누려온 예술 중 하나에 관한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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