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실학과 경제학의 거두 성호 이익…①실학의 스타들 길러낸 ‘별들의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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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실학과 경제학의 거두 성호 이익…①실학의 스타들 길러낸 ‘별들의 호수’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6.08.17 0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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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경제학자들] 농업 중심의 자급자족 경제체제 꿈꾼 경제학자
▲ 경기도 안산 성호 이익선생 기념관의 흉상.

[조선의 경제학자들] 농업 중심의 자급자족 경제체제 꿈꾼 경제학자

[한정주=역사평론가] 18세기 실학과 경제학의 거두였던 성호 이익을 한 마디로 요약해 표현한다면 어떤 말이 가장 적합할까?

그는 끊임없이 퍼내도 오히려 청량(淸凉)한 물을 더욱 많이 뿜어내는 ‘마르지 않은 실학(實學)의 샘’이고 자신의 호(號)처럼 무수한 학문의 별들을 품어 길러낸 ‘별들의 호수(星湖)’였다.

이익은 유학의 경사(經史)는 물론 경제, 풍속, 문화, 천문, 지리, 문학, 종교, 음악, 과학기술 등 학문의 전 분야에 걸쳐 아주 다양하고 풍부한 저술과 기록을 남겼다.

그의 이러한 백과전서(百科全書)적인 학풍은 18세기 실학과 경제학의 발전에 깊고 넓은 영향을 끼쳤다. 당시 활동한 대부분의 실학자들이 이익 학문의 ‘샘물’을 마시면서 실학의 세계관과 개혁론을 다졌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이익의 학문적 영향을 받아 18세기 실학의 대스타가 된 인물들은 크게 그의 집안사람들, 제자들 그리고 그가 사망한 후 사숙(私淑; 직접 가르침을 받지 않고 스스로 배우다)으로 제자가 된 사람들로 나누어볼 수 있다.

먼저 집안사람들로는 이중환·이가환을 들 수 있고, 제자들로는 윤동규·안정복·신후담·권철신 등이 있고, 사숙한 제자로는 정약용을 꼽을 수 있다. 또한 북학파 실학자였던 박지원과 박제가 역시 이익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은 대표적인 사람들이다.

이 때문에 후대 학자들은 이익을 일컬어 자신의 호(號)처럼 수많은 실학의 스타들을 담아 길러낸 ‘별들의 호수’라고 했던 것이다.

이익의 학문이 이토록 18세기 실학과 경제학의 ‘산실(産室)’ 역할을 할 수 있었던 힘은 어디에 있었던 것일까?

이익은 26살 되던 1706년 입신양명의 꿈을 완전히 접고 경기도 안산의 첨성촌에 거처하면서 죽음을 맞는 83살 때까지 오로지 독서와 사색 그리고 저술과 제자 양성에만 힘썼다. 이 첨성촌이 이익 학문의 ‘산실’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그가 첨성촌에 삶의 터전을 잡은 배경에는 숙종 시대를 휩쓴 당쟁의 피비린내와 그의 집안의 불행사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익의 집안은 남인의 명문가였다. 그의 아버지 이하진은 숙종 집권 시절 남인이 대거 숙청당한 경신대출척 때 평안도 운산군으로 귀양을 갔다. 이익은 아버지가 귀양살이하고 있던 곳에서 태어났고 또 그곳에서 아버지를 잃었다. 이익이 태어난 다음해 6월 이하진은 5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 후 선대 때부터 집안의 터전이 되어 온 첨성촌으로 돌아온 이익은 입신양명에 뜻을 두고 주류 유학(성리학)과 과거 공부에 매달렸다. 이때 이익에게 학문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은 둘째 형 이잠이었다.

그러나 이익이 26살 되던 해 임금에게 상소한 내용이 문제가 되어 이잠이 역적으로 몰려 처형당하는 참극이 일어났다. 아버지에 이어 자신이 가장 존경한 둘째 형마저 당쟁의 칼바람 앞에 무참하게 쓰러지는 광경을 목격한 이익은 정치의 냉혹함을 절실히 깨닫고 입신양명의 뜻을 완전히 접어버렸다.

이때부터 이익은 주자 성리학과 과거 급제를 위한 학문의 좁은 울타리를 뛰어넘어 세계와 인간 그리고 사회 현실을 이해할 수 있는 더 넓고 깊은 학문의 바다로 나가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이익의 집안에는 선대(先代), 특히 선친인 이하진이 1678년 청나라 사신 길에서 돌아올 때 사온 수천 권의 장서가 있었다. 이익은 죽음을 맞는 1763년까지 무려 57년간이나 수천 권의 장서를 읽고 사색하며 저술하는 한편 자신의 주변에 모여든 수많은 제자들과 토론하고 문답하며 ‘성호 실학’의 힘을 키워나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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