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고전에서 찾는 경제위기의 해법…『빈곤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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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고전에서 찾는 경제위기의 해법…『빈곤의 문제』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6.08.22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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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혁명 이후 형성된 영국 도시빈민가에서 사람들이 물을 공급받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오는 11월로 예정된 대선을 앞두고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지명전에서 벌어졌던 버니 샌더스 열풍과 도널드 트럼프 광풍은 고도화된 자본주의의 단면을 보여주었다.

몸집을 불린 자본과 버블 붕괴로 인한 위기, 여기에 치솟는 실업률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성향의 후보들을 불러냈다.

특히 민주당 대선주자였던 버니 샌더스는 슈퍼팩을 통한 고액의 선거자금이 아닌 건당 후원금 평균 34달러라는 소액 모금운동으로 뉴햄프셔 경선 이전까지 약 2830만 달러를 모으는 데 성공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젊고 진보적인 유권자들로 불리는 후원자들의 변화 열망이 샌더스에게 몰린 것이다.

국경을 넘나드는 자본과 이렇게 형성된 버블의 붕괴, 경기진작과는 달리 유례없는 제로금리에 치솟는 실업률 등 자본주의의 속내가 드러나면서 기존 정치질서에 대한 유권자들의 분노가 표출됐다는 분석이다.

신간 『빈곤의 문제』(레디셋고)는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빈부격차의 해법을 얻기 위해 과거로 돌아간다.

사회학자인 저자 J.A.홉슨이 평생 경제학을 기반으로 서민의 생활과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던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반의 영국이 그 무대다.

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첫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던 영국에는 자본주의 역사상 첫 경제 공황이 찾아오게 된다.

당시 런던대학에서 경제학과 고전을 가르치고 있던 30대 초반의 젊은 학자였던 홉슨은 빈곤과 실업이 만연한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그는 당시의 경제학이 시장의 조화로운 작동을 맹신할 뿐 공황이 불러온 과잉생산과 기업도산, 실업에 관해 아무런 설명을 못하는 것에 의문을 품었다.

그리고 기존의 경제학 전제를 전면 부정하는, 당시로서는 매우 급진적인 ‘저소비이론’을 주장했다. 고전경제학의 관점에서는 저축이 투자를 불러오고 고용과 생산을 이끄는 것으로 여겼지만 홉슨은 역으로 과도한 저축과 과소한 소비가 실업과 빈곤을 불러온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그는 A.F.멈머리와 함께 『산업의 생리학』을 집필하면서 저소비이론을 발전시켰고 본격적으로 사람들의 삶과 빈곤에 대한 연구를 하기 위해 33세의 젊은 나이에 단독으로 빈곤의 문제』를 집필한다.

 

이 책을 통해 그는 영국의 노동자에 근로 환경 실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빈곤이란 개인의 게으름과 같은 윤리적 영역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사회의 구조적인 문제, 즉 ‘고한제도’의 산물임을 밝힌다.

취업시장에 과잉 공급돼 늘 실업상태일 수밖에 없는 미숙련 노동자가 빈곤층을 이루고 있으며 실업의 해법은 결국 시장에서 노동자들의 공급을 조절하는 것이라 말한다.

노동자들은 스스로 깨우치고 연대해 노동조합을 형성해야 하고 가내수공업으로 겨우 연명하는 ‘고한 노동자’들에게 그것이 얼마나 요원한 이야기인지도 자세히 풀어낸다.

또한 정부가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공장법’, ‘8시간 노동제’와 같은 일명 ‘사회주의 법’을 제정하는 당시 영국의 추세도 담담히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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