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실학과 경제학의 거두 성호 이익…③“개인의 토지소유가 모든 분쟁의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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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실학과 경제학의 거두 성호 이익…③“개인의 토지소유가 모든 분쟁의 씨앗”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6.08.31 0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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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경제학자들] 농업 중심의 자급자족 경제체제 꿈꾼 경제학자
▲ 김두량, 사계산수도(부분), 비단에 옅은 채색, 7.2×182.9㎝, 1744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조선의 경제학자들] 농업 중심의 자급자족 경제체제 꿈꾼 경제학자

[한정주=역사평론가] 이익의 경제사상은 ‘농업을 중심으로 한 경제 체제’에 단단히 뿌리박고 있다. 그는 국가의 경제 시스템이나 백성의 생활 경제 목표를 기본적으로 ‘농업을 중심으로 한 자급자족’에 두었다.

여기에서 국가와 백성이 의존해야 할 부(富)와 재물은 모두 토지로부터 나온다. 따라서 ‘토지 문제’는 나라를 다스리고 농업 중심의 경제 체제를 유지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도 핵심적인 가치가 된다.

이익은 ‘토지’란 개인적으로 소유할 수 없고 소유해서도 안 된다고 보았다. 그는 개인적인 토지 소유가 모든 혼란과 분쟁의 씨앗이라고 생각했다.

“올바른 정치란 경계(經界; 토지를 나누고 도랑과 두둑의 한계를 정하는 것)를 바르게 하는 것에 있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고르지 못하고 강한 자와 약한 자의 상황이 다르다면 어떻게 나라를 평화롭게 다스릴 수 있겠는가? 이 사람(대토지 소유자)의 토지를 빼앗아 저 사람(토지가 없는 가난한 사람)에게 줄 수 없는 것은 각자 자신이 점유(占有)하고 있는 토지를 자신의 소유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익, 『성호사설』 ‘균전(均田)’

이익은 천하의 모든 토지는 임금의 소유, 즉 국가 소유일 뿐이라고 여겼다. 따라서 개인이 사사로이 소유하고 있는 토지는 단지 국가 소유의 토지를 한때나마 강점(强占)하고 있는 일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무릇 천하의 토지는 모두 임금의 땅이다. 백성들이 제각각 토지를 자신의 소유로 한 것은 임금의 땅을 한때 강점하고 있는 것에 불과한 것일 뿐 본래 주인은 아니다. 비유하자면 아버지의 집기(什器)를 자식들이 나누어 점유해 많이 소유하기도 하고 또 적게 소유하기도 하지만 아버지가 고루 나누어 가지라고 명령함에 이르러서는 감히 제멋대로 점유하지 못하는 일과 같다.” 이익, 『성호사설』 ‘균전(均田)’

이렇듯 이익은 토지의 국가 소유가 ‘농업을 중심으로 한 경제 체제’의 대의(大義)라고 여겼다.

그러나 그는 이미 권문세가와 지방 토호(土豪)들의 대토지 소유가 광범위하게 뿌리내리고 있는 상황에서 단지 부자들이 소유한 토지를 빼앗아 가난한 백성에게 나누어주려는 것은 실현 불가능한 토지 개혁 정책이라고 보았다.

▲ 중국 전한(前漢) 시대 말기 신(新)왕조를 세운 왕망(王莽).

이익은 중국 전한(前漢) 시대 말기 신(新)왕조를 세운 왕망(王莽)을 사례로 들어 이러한 토지 개혁론을 비판했다.

“왕망이 한 일은 그 뜻이야말로 컸다. 마침내 천하의 토지를 왕전(王田; 국가의 토지)이라고 이름하고 무릇 토지는 개인의 소유가 아니라는 사실을 밝혔다. 그 뒤 부자들의 토지를 빼앗아 가난한 백성에게 주려고 했다. 만약 그 뜻이 이루어졌더라면 또한 성인(聖人)이 후대에 남긴 은혜와 다름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권세가와 호족(豪族)들이 참고 있었겠는가? 사람의 마음이란 대개 이로움을 좇고 해로움을 피하는 법이다. 이에 천하가 소란스러워졌고 왕망 역시 패해 죽임을 당했다.” 이익, 『성호사설』 ‘균전(均田)’

그럼 이익은 어떻게 토지 문제를 개혁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일까? 그는 모든 토지가 국가의 소유여야 한다는 전제를 간직하면서도 스스로 말한 것처럼 ‘부강(富强)한 자들의 마음을 크게 거스르지 않는 토지 개혁’을 실시해야 한다고 여겼다.

다시 말하자면 개인의 토지 소유, 특히 대토지 소유로 인한 폐해를 없애기 위해 토지 개혁을 실시하되 부유한 자들의 토지를 빼앗아 가난한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는 방식의 토지 개혁은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이러한 구상을 좇아 나온 토지 개혁론이 다름 아닌 ‘한전론(限田論)’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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