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명의 위대한 지성이 사랑했던 정원 이야기…『정원에서 철학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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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명의 위대한 지성이 사랑했던 정원 이야기…『정원에서 철학을 만나다』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6.09.02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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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르트르는 르아브르의 시립공원에 있는 벤치에 앉아 20분 동안 밤나무를 응시했다. 머릿속으로 그 나무를 이렇게 저렇게 묘사해 보았다. '그 나무를 원래와 다른 무언가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됐을 때 만족감을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에 관한 헬레니즘 시대의 위대한 비평가 중 한 명인 에피쿠로스는 인생의 진정한 평온을 찾아 아테네에 있는 자신의 소유지로 물러났다.

그는 자신의 학교를 ‘정원’이라고 불렀다. 정원은 그에게 자립의 상징이자 그것을 깨닫는 수단이었다.

볼테르에게 페르네의 정원은 ‘행동’의 상징이었다. 자신이 속한 땅을 타인을 위해 더 나은 땅으로 가꾸며 그는 완고한 보수주의에 맞섰다. 지력을 모으고 피땀 흘려 일하고 선의만 있다면 세상은 더 좋아질 수 있다는 믿음을, 자연을 통해 보여주려 했다. 볼테르는 페르네를 존재 가능한 최선의 세계로 가꾸었고, 또한 그의 정원들은 볼테르를 가꾸었다.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철학에는 정원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깃들어 있다. 정원은 정신적 혼란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며 정원 가꾸기는 그 자체가 하나의 운동이었기 때문이다.

신간 『정원에서 철학을 만나다』(이론과실천)는 위대한 지성들과 그들이 사랑했던 정원을 돌아본다. 그러나 철학을 논하기보다는 그들의 철학적 삶을 그린다.

책에는 삐걱거리는 감성을 소유한 11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제인 오스틴, 마르셀 프루스트, 레너드 울프, 프리드리히 니체, 콜레트, 장자크 루소, 조지 오웰, 에밀리 디킨슨, 니코스 카잔차키스, 장폴 사르트르, 볼테르 등이다.

그들은 자연과 인간이라는 두 수수께끼가 서로 결합한 정원에서 그곳만의 사상적 흐름을 창조해 냈다. 그 흐름은 우주론적이고 실존주의적인 개념의 발판이 되어줄 수도 있고 역사적인 가치관이나 정치적인 사상, 주기적인 가사 활동의 색채를 띨 수도 있다.

제인 오스틴은 시골집의 정원에서 다할 나위 없는 안락함을 기대했다. 반면 레너드 울프는 얼어붙은 사과나무들 사이에서 세상의 위태로운 야만성을 맛보았다.

 

퀴퀴하고 고릿한 침실에 갇힌 마르셀 프루스트에게 분재 세 그루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가는 여정을 상징했고 병약한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에게 이탈리아의 생각 나무는 과거를 잊고 창조와 파괴를 이어나갈 힘과 용기를 불어넣었다.

프랑스의 자유분방한 작가 콜레트는 장미꽃에서 명상적인 평화를 발견했고 장폴 사르트르는 어느 밤나무가 유발하는 욕지기에 대해 묘사했고 그의 실존주의적인 외침은 한 세대를 풍미했다.

저자는 “정원은 인간화된 자연이지만 동시에 인간을 넘어선 무언가를 보여준다”면서 “이들이 정원에서 일군 철학적 삶을 통해 우리는 정원이라는 자연과 인간 본성이 신비롭게 결합하는 장소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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