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만 말하는 대통령, 쓰레기 줍는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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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만 말하는 대통령, 쓰레기 줍는 시장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4.06.02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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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자 벤자민 바버의 『뜨는 도시 지는 국가』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 개발도상국의 경우에는 인구의 78퍼센트 이상이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사람들은 도시에서 살면서 배우고, 사랑하고, 일하고, 잠자고, 놀고, 성장하고, 먹고, 죽음을 맞이한다.

도시는 추상적이고 이념 논쟁에 빠져 있는 국가와 다르다. 도시는 우리 자신이며 실제로 무언가 일어나는 곳이다.

국가는 국민들이 참여하기에는 너무 광범위하고 접근도 어렵다. 그러나 도시는 다문화적이며 열려 있고 참여적이며 민주적이고 협력적이다.

도시의 지도자를 선출하는 지방선거가 전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시장·도지사를 선출하는 지방선거는 대통령 선거와 그 양상이 다르다. 이념을 요구하고 거대 담론과 정당을 거론하지 않는다. 실용주의자와 문제 해결사를 원한다.

시장과 도지사에게는 권력이 아니라 하수관을 고치고 안전한 지하철을 운행하는 실질적인 행정을 원한다.

런던의 보리스 존슨 시장은 스스로를 자유로운 무정부주의자라고 칭한다. 시장은 멀리 떨어진 곳에서 폭력을 휘두르는 군주라기보다 책임을 이행하는 이웃 같은 존재다.

도시의 정치는 국가의 이념적 정치와 판이하게 다르다. 조약보다는 교통을, 원칙보다는 도로에 파인 곳을, 전쟁보다는 쓰레기 처리와 관리에 신경을 쓴다. 문제를 고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도시의 정치다.

사회학자이자 정치이론가인 미국 럿거스대학 벤자민 바버 명예교수는 21세기 지구가 직면한 심각한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국가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도시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고 역설한다.

도시의 이같은 소통, 창의력, 연결성이 도시 간의 협력을 통한 전 지구적 문제 해결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도시는 가장 오래 지속된 사회제도다. 고대 도시 폴리스(polis)는 창의성과 상상력으로 문명을 발전시키고 민주주의로 가는 길을 찾았다.

따라서 바버 교수는 이제 코스모폴리스(cosmopolis)의 시대가 열려야 한다는 도발적인 주장을 펼친다. 세계 주요 도시들이 ‘전 지구적 시장의회’를 구성해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상호의존적․문제해결 중심의 패러다임에서 보면 독립적인 국가의 주권은 협력을 막는 장애물이다.

전 세계를 두려움에 떨게 하는 전염병, 테러, 기후변화 같은 문제들은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 그밖에도 마약, 총기, 빈곤 등 국경을 초월한 초국가적 문제가 산적해 있다. 이런 문제들은 자국의 이익만 좇는 국민국가들의 협력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한 예로 1997년 180여 개국 수장들이 모여 맺은 교토 기후협약을 들 수 있다. 이들은 전 지구적 기후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협약을 맺었지만 전 세계 온실가스의 대부분을 배출하는 미국, 중국, 인도 등을 회원국으로 끌어들이는 데 실패하면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에 반해 기후변화 세계시장회의에서 발의된 멕시코시티 협약에는 207개 도시가 참여해 실제적이고 적극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해오고 있다. 국가가 할 수 없는 일을 도시들이 힘을 모아 함께 해내고 있는 것이다.

이는 ‘국가’라는 무거운 테두리를 벗고 도시라는 민첩하고 실용적인 단위로 움직일 때 많은 일이 가능함을 암시한다.

 
이제 국가가 제 기능을 못하게 되어버린 영역에서만큼은 국가를 우회하고 능가해 서로 협력하는 도시를 고무시킬 필요가 있다.

그러나 도시는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안고 있다. 교육, 교통, 일자리, 안전이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제공되고 있지 않다. 주거지가 분리되었고 불평등이 일어나고 있다.

바버 교수는 그의 책 『뜨는 도시 지는 국가』에서 이런 문제들은 도시의 속성 때문이라기보다 간접민주주의와 국가 단위의 통치 때문에 발생했다고 진단한다. 그리고 도시는 이러한 문제들을 스스로 치유할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의 생존과 행복을 위협하는 중차대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해 바버 교수는 지금까지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도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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