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정치 외풍 재연 가시화?…‘포레카 강탈 의혹 관여’ 권오준 회장 검찰 소환
상태바
포스코, 정치 외풍 재연 가시화?…‘포레카 강탈 의혹 관여’ 권오준 회장 검찰 소환
  • 한정곤 기자
  • 승인 2016.11.10 16: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비선실세’ 최순실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11일 권오준 포스코 회장(사진)을 소환·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혀 또다시 정치 외풍에 포스코 최고경영자가 낙마하는 것 아닌가 우려를 낳고 있다.

정권 교체기 때마다 최고경영자가 정치 외풍에 의해 임기 도중 낙마·교체돼 온 포스코의 비극이 이번 박근혜 정부에서도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비선실세’ 최순실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11일 권오준 포스코 회장을 소환·조사할 방침이라고 10일 밝힌 것이다.

권 회장은 지난 2014년 3월 포스코의 경영정상화 차원에서 광고계열사 포레카 매각을 최종 결정해 최순실씨의 최측근이자 ‘문화계 황태자’로 불린 차은택씨가 포레카 지분 80%를 강탈하려 했다는 의혹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경향신문은 김영수 당시 포레카 대표가 인수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A사 대표 한모씨에게 포레카를 넘기기로 이미 다 얘기가 됐다는 내용의 녹취록을 보도한 바 있다.

녹취록에서 김영수 대표는 “회장님(권오준)까지 오케이를 받은 상황”이라고 말한다.

포레카 강탈 시도 과정에는 차씨의 대부로 알려진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도 주연급으로 등장한다.

결국 권 회장이 차씨에게 포레카를 넘기기 위해 A사를 이용했고 이를 위해 사전에 차씨는 물론 안종범 전 수석과도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이처럼 권오준 회장이 최순실 의혹의 중심으로 빨려들어가면서 포스코 안팎에서는 정치 외풍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과거 포스코는 고 박태준 명예회장이 정치참여를 이유로 포스코를 떠난 이후 박근혜 정권이출범할 당시까지 정치 교체기마다 회장이 교체되는 악몽을 겪었다.

박태준 명예회장 이후 1년여 동안 황경로·정명식 회장으로 최고경영자가 바뀌더니 김영삼 정부하에서는 정치색 짙은 김만제씨가 정권을 등에 업고 포스코의 경영권을 장악했다.

김 회장 체제의 포스코에서는 소위 박태준 사단으로 불렸던 경영진이 줄줄이 옷을 벗었는가 하면 일부는 과감한 변신을 통해 박태준 명예회장을 향해 돌을 던지기도 했다.

이때 박 명예회장의 보좌관이었던 조용경 당시 포스코건설 부사장의 ‘부르터스’론은 포스코는 물론 정치권에서까지 커다란 파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김만제 회장 체제의 포스코에서 출세를 위해 박 명예회장에게 돌을 던졌던 이들을, 상관이었던 시저를 죽인 부르터스에 비교했던 것이다.

오래갈 것 같았던 김만제 회장 체제는 1997년 대선에서 신한국당이 패하자 종말을 고했다. 1998년 출범한 김대중 정권에 의해 다시 회장이 교체된 것이다.

당시 대선에서 DJP연대에 적극적인 충성을 보이며 김대중 정권 초대 국무총리에 오른 박태준 명예회장은 DJ정부를 업고 포스코를 재장악했다. 박태준 사단으로 불렸던 이들의 ‘원대복귀’가 줄을 이었고 유상부 회장이 최대 수혜자로 포스코 회장에 앉았다.

그러나 민주당의 정권재창출에도 유상부 회장은 위상이 흔들렸다. 노무현 대통령조차 당선자 신분시절 노골적으로 지배구조를 거론하며 유 회장의 거취를 문제삼은 것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대선 기간 박태준 명예회장의 공개적인 이회창 후보 지지선언이 배경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재계의 투명경영을 강조했던 참여정부가 타이거풀스 스캔들로 배임혐의 재판에 계류중인 유 회장의 피고소인 신분을 더 문제 삼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에서 유죄가 선고될 경우 유 회장은 포스코 사규에 의해 더 이상 회장직을 수행할 수 없어 경영 공백이 예상됐던 것이다.

이후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포스코는 이구택 회장의 중도 사퇴에 이어 겉으로는 사외이사 8명으로 구성된 CEO추천위원회에서 정준양 회장을 선임했지만 정치권 입김에서 자유롭지는 않았다.

오히려 포스코 본사가 위치한 포항 출신의 이명박 대통령과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개입설이 끊이지 않았고 정권 말기에는 협력사 대표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참사로까지 발전하기도 했다.

포스코의 정치 외풍의 흑역사는 이번 권오준 회장의 검찰 소환으로 여전히 진행형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포스코 회장에 취임한 권 회장의 앞날을 장담하기가 힘들다는 게 포스코 안팎의 우려다.

이미 안종범 전 수석이 포레카 지분 강탈 시도에 일부 관여한 정황이 드러나 직권남용 및 강요미수 등의 혐의로 구속돼 권 회장의 개입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포레카 강탈 의혹이 불거질 당시 만난 포스코의 한 고위관계자는 “포스코의 정치 외풍은 역대 회장들이 정권을 뒷배로 경영권을 장악하면서 비롯됐다”면서 “포스코가 민간기업으로 제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권오준 회장 후임 선임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포스코의 흑역사를 끊고 정권 눈치 보지 않고 경영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할 책임은 현 권오준 회장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