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대한 트라우마 & 인재와 삶의 터전에 대한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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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대한 트라우마 & 인재와 삶의 터전에 대한 성찰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4.06.05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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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I미술관, 12일부터 신진작가 민진영·박경진 개인展

▲ 민진영, 연약함, 위대함, Rejin, acrylic, fabric, light, 365×146×80cm, 2014
OCI미술관이 신진작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OCI YOUNG CREATIVES’ 프로그램 제5기 작가들의 릴레이 개인전을 개최한다.

올해 두 번째인 이번 전시는 민진영·박경진 개인전으로 12일부터 7월9일까지 OCI미술관 1, 2층 전시장에서 열린다.

민진영은 ‘공기의 내면’이라는 주제로 집의 의미와 기억, 공간에 대해 탐구하는 입체와 설치, 영상, 평면 작품을 선보인다.

작가는 유년기의 집에 대한 기억에서 작품을 시작한다.

‘공기의 내면’은 집이라는 공간과 삶을 둘러싼 기억의 파편들을 의미한다. 어두운 지하실 계단, 무한한 상상의 다락방 등은 다양한 재료를 활용한 입체와 빛을 통해 상징적으로 표현된다.

사적인 공간, 가족, 은신처 등 집의 보편적인 의미를 상기시킴과 동시에 어린 시절 집에 관한 트라우마를 표현한다.

▲ 민진영, 어둠의 깊이, acrylic, fabric, light, 41×80×61, 2014
특히 작품 ‘연약함, 위대함’은 상처와 그 치유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대표 작품이다. 밸런스 퍼티, 스티로폼 등으로 만들어진 육중한 암석과 같은 덩어리에 LED를 이용한 빛이 투과된다.

작가가 ‘치부’로 여기는 어린 시절 집에 관한 트라우마는 직접적 표현이 아닌 다양한 형식을 통해 암시적으로 드러난다. 마음의 응어리를 상기시키는 단단한 덩어리는 두렵고 아픈 기억을 상징하며 동시에 이를 관통하는 빛은 상처를 극복하려는 의지와 희망을 나타낸다.

어두운 기억을 빛으로 밝히려는 시도는 작품 ‘어둠의 깊이’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습하고 어두운 지하실 계단을 내려가야만 했던 기억을 건축 모형과 같은 입체 작품으로 표현한다.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만든 계단에 천을 활용해 감쌌고 은은한 빛을 이용해 어두운 통로를 비춘다.

민진영의 작품은 사적인 공간인 집에 대한 기억에서 출발하지만 보편적인 집의 의미와 공간, 형식에 대해 다양하게 탐구한다. 이를 통해 인간의 삶의 모습과 상처를 통찰하며 치유를 모색한다.

박경진은 ‘반경 0km’라는 주제로 우리 주변의 인재(人災)와 삶의 터전에 대해 성찰하는 회화작품들을 선보인다.

‘반경 0km’는 ‘사건의 발생 원점’을 의미한다. 작가는 실제 일어난 인재 사건의 자료를 수집해 재현하거나 우리의 생활공간에 맞추어 허구적으로 구성한 사건들을 감각적인 회화로 표현한다.

특히 집단의 이익을 위해 정보가 통제된 상태에서 삶의 터전을 위협받거나 죽음을 경험하는 인재의 상황과 그 공포에 주목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실제와 허구를 넘나드는 인재의 현장을 다룬 회화 20여점을 만나볼 수 있다.

작품은 크게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살처분과 관련한 상황들을 독특하게 재현한 ‘반경 20km’와 다양한 실제와 상상의 이미지들을 결합한 ‘반경 0km’ 연작으로 나뉘어 구성된다.

‘반경 20km’ 연작은 실제 사진을 기반으로 제작된다. 접근 금지구역으로 폭발하는 원전의 모습과 가축들, 방제복 입은 사람들로서 원전 폭발 사고와 살처분의 암담함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 박경진, 반경 0 Km #.9, Oil on canvas, 130×166cm, 2014
텅 빈 상점 앞의 소들과 빈집에서 자고 있는 돼지만이 위태롭게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작가는 인재의 긴박한 상황을 다루지만 과장된 표현을 지양하고 흐린 형태와 낮은 채도를 활용한다.

미디어가 끔찍한 사건의 장면들을 반복해 보는 이의 감각을 무디게 만드는 면이 있다면 작가는 회화를 통해 사건 자체의 특수성과 선정성을 흐리면서 오히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를 통해 심리적 공포, 집단 이기주의, 사회적 시스템의 어두운 일면들을 드러낸다.

이는 ‘반경 0km’ 연작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인간의 죽음을 가축 살처분에 비유한 ‘반경 0km #.9’에서는 집단 이기주의와 희생의 공포를, 에어쇼의 화염을 마치 폭발사고처럼 연출한 작품 ‘반경 0km #.5’에서는 사건을 구경하듯 바라보는 무기력한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암시한다.

▲ 박경진, 반경 0 Km #.5, Oil on canvas, 130×166cm, 2012
박경진은 다양한 실재와 허구의 인재 사건들을 표상함으로써 삶의 터전의 상실에 대한 근본적인 두려움을 상기시키며 경각심이 망각된 우리 사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도록 한다.

한편 전시기간 중 참여 작가와 함께하는 어린이 교육프로그램이 7월5일 오후 2시 실시될 예정이다.

보다 자세한 정보는 OCI미술관 홈페이지(www.ocimuseum.org) 또는 전화 (02-734-0440~1)를 통해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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