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으로 소리를 내야 내 안의 소리도 찾는 거지”…정일모 개인전 ‘나팔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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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소리를 내야 내 안의 소리도 찾는 거지”…정일모 개인전 ‘나팔소리’
  • 한정곤 기자
  • 승인 2016.12.22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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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광장의 시대다. 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온 광장에는 또 많은 목소리가 시공간을 메운다. 그들의 가슴에는 담아둔 말들이 너무도 많다. 안으로 가두고 억눌렀던 슬픔, 분노, 노여움들….

무엇이 입을 묶고, 무엇이 입을 닫게 했는지 봇물처럼 터져 나온 한(恨)들은 어느새 기쁨이 되고 축제가 된다. 왜 몰랐을까. 이렇듯 후련한 것을, 이렇듯 뻥 뚫리는 것을, 이렇듯 살 것만 같은 것을….

이제는 사람들이 입에 모두 나팔을 하나씩 물었다. 나팔을 통해 소리를 내다보니 내면에 갇혔던 나만의 소리도 찾는다. 소리를 내는 사람이 듣고, 듣는 사람이 또 소리를 내는 것이다.

새해 1월6~18일 혜화아트센터에서 열 번째 개인전을 갖는 정일모 작가는 “내 안의 소리를 내가 듣고 그 소리를 밖으로 표출하는 작업이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전시회의 제목도 ‘나팔소리’다. “내가 내고 싶은 소리, 내 안에 있는 소리, 신이 준 내 소리, 내가 지르고 갈 소리”를 화폭에 담았다는 설명이다.

작가에게 소리는 다른 말로 ‘욕망’과 같다. 욕심이나 쾌락이 아닌 신이 준 마음, 신이 자신에게만 준 특별함을 통해 살아가는 동안 나의 색깔, 나만의 방식으로 세상의 모든 것을 표현하고자 하는 무언가다.

나의 소리를 내려면 우선 내 안에 어떤 소리가 있는지 알고 내야 하고 또 내다보면 자기 소리를 찾기도 한다는 것이다.

작가의 이번 전시회에서는 지금까지의 작품세계와는 뭔가 다른 듯한 절실함이 다가온다. 그러면서도 기존의 작품들과 연속적인 동질성도 엿보인다.

광대, 해, 달, 뒷모습, 엄마, 욕망, 삶 등의 연작을 선보이며 인간 이해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상대적으로 정적(靜)인 측면에서 다소 차분하게 접근했던 것과 달리 이번 나팔소리 연작에서는 정적인 차분함 속에서도 강렬한 동적(動的)인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특히 겉으로 새어나오지는 않지만 무언가를 힘주어 외치는 작품들마다의 아우성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저마다의 해석도 가능케 한다.

어떤 이는 세월호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어떤 이는 1980년 5월 광주를 떠올리며 고규태 시인의 시 ‘나팔꽃의 노래’를 읊조린다. 또 어떤 이는 하루 만에 피고 지는 나팔꽃의 덧없음에 지난 삶을 관조하고 어떤 이는 꽃말처럼 풋사랑을 느끼기도 한다.

작가는 “열 사람의 열 가지 해석은 작품의 주인인 독자의 몫”이라고 말한다. 다만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는, 그렇지만 존재하는 살아있는 소리가 작품에서 들렸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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