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쟁이·영웅·낙제생…20세기 경제학자들의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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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쟁이·영웅·낙제생…20세기 경제학자들의 뒷이야기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4.06.11 1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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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경제학자의 영광과 패배』…알려지지 않았던 14명의 사생활과 스캔들
▲ 경제학계에서 ‘사회학자’라는 조롱을 받았던 게리 베커.

게리 베커는 1992년 경제학의 저변을 넓힌 공로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기 전까지 학계에서 ‘사회학자’라는 조롱을 받았다.

그는 인종차별과 범죄의 경제성, 교육량에 따른 소득 수준 등 여러 사회문제를 경제적으로 분석하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아버지의 시력 상실과 아내의 자살 등 개인적인 불행이 잇따르는 와중에도 그는 각종 사회문제에 경제적 잣대를 대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심지어 그는 13층 옥상에서 투신자살한 아내를 보고 자살 경제학을 연구하겠다고 사람들 앞에서 말하기까지 했다.

민스키는 평생 무명으로 살다 1996년 생을 마감했지만 서브프라임 문제와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전 세계가 금융 위기에 빠진 이후 ‘금융 불안정성 가설’로 사후에 기적적으로 부활했다.

전 세계에서 400만 부나 팔린 초베스트셀러인 『새뮤얼슨의 경제학』은 사실 처음엔 750부밖에 제작되지 못했다.

당시 하버드 대학에 재학 중이던 폴 새뮤얼슨은 유대계라는 이유로 스승 해럴드 버뱅크에게 심한 차별과 배척을 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750부가 날개 돋친 듯 순식간에 다 팔려 나갔지만 추가로 제작되지 않아 한동안 복사본이 나돌기도 했다.

1949년까지 하버드 대학 경제학과의 교수로 재직하다 미국의 빈곤문제를 신랄하게 지적한 『풍요한 사회』를 펴내며 유명세를 타던 존 갤브레이스는 제자인 존 F. 케네디가 대통령이 된 뒤 국정에 참여하다 뜻밖에 고초를 겪었다.

미국을 날카롭게 비판한 ‘학설’ 때문인지 경제학자인 그를 의아하게도 ‘인도 대사’의 자리에 임명한 것이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지금은 유명한 경제학자이지만 MIT 대학원에 다닐 때만 해도 스승인 새뮤얼슨의 그늘에 가려질까 몹시 고민했다.

학교에서 새뮤얼슨의 논문집 편집을 담당한 이후 MIT를 떠난 뒤에도 오로지 ‘새뮤얼슨의 편집자’라고만 불렸기 때문이다.

케인스는 6세쯤부터 자신의 얼굴이 아주 못생겼다며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렸다. 또 케임브리지 킹스 칼리지 재학 시절에는 수학 과목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수학 낙제생이었다.

특히 청소년기 무렵에 본격화되기 시작한 케인스의 동성애적 성향은 그를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만들었다.

경제계에 마케팅과 민영화라는 화두를 던진 피터 드러커는 저서에 수시로 거짓 내용을 담아 ‘거짓말쟁이’라는 비난 속에서 고소나 항의를 받기 일쑤였다.

신간 『경제학자의 영광과 패배』(부키)에서는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경제학자의 숨은 사생활이나 스캔들까지 엿볼 수 있다.

20세기의 운명을 바꾼 현대 경제학자 14명의 영광과 패배, 삶과 이론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복잡한 그래프나 수식은 거의 등장시키지 않은 채 경제학자 개개인의 인생 속 명장면을 생생하게 포착하는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취했다.

경제 사상과 이론의 발전 과정, 천재적 경제학자들의 눈부신 활약과 실수 속에 드라마틱하게 전개된 20세기 경제사를 흥미롭게 전달하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일반적으로 독창적인 주장과 이론으로 평가받는다. 경제학 전공서는 물론 입문서 역시 이러한 측면을 중심으로 기술된다.

 
반면 이 책은 경제학자 개인의 생애에도 주목한다. 경제학자로서의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생동감 있게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경제학의 성과와 업적이 경제학자 개인의 삶과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서로 밀접하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완성된 것임을 보여 준다.

케인스에서 크루그먼, 드러커, 루커스, 게리, 민스키, 포스너, 스티글리츠 등 최근까지 생존했거나 현재도 맹활약 중인, 지금 이 순간까지 경제정책에 끊임없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20세기 경제학자 14명의 대표적인 이론과 영광·패배의 순간들을 담았다.

그러나 단순히 경제학자의 삶이나 현대 경제학사라는 과거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경제학자의 영광과 패배라는 씨줄과 날줄로 얽힌 이야기 속에서 인류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조망해 볼 수 있는, 인류가 가고 있는 미래의 길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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