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 때는 우파·불황 때는 좌파”…엇나가는 경제정책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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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황 때는 우파·불황 때는 좌파”…엇나가는 경제정책의 선택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4.06.13 0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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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은 국가통계에서 가장 골치 아픈 존재다. 고용 없는 성장의 시대가 심화되고 있는 첨단산업화 사회에서 실업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 문제, 국가적 문제이기도 하다.

한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은 관련 경험이 있는 사람을 찾기보다는 장기 실업 상태에 있는 사람을 피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불황기에 몇 번 취업 기회를 놓치게 되면 아무리 능력 있는 사람이라도 일자리를 얻을 확률이 줄거나 사라져버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또한 경제 활황기에 구직을 한 사람과 불황기에 구직을 한 사람들 사이에는 여전히 소득 격차가 존재했다.

수많은 학문 중 경제학은 유일하게 먹고 사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이제 경제학은 상식이다. 누구나 스타벅스의 커피 값이 왜 밥값보다 비싼지, 고객의 지갑을 열게 하기 위해 기업은 어떤 전략을 취하는지 등에 대해 한 마디쯤은 할 수 있다.

대학에서는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는 학생들 대부분이 경제학을 복수전공이나 부전공으로 선택한다.

그러나 비싼 커피 값의 비밀과 인센티브로 작동하는 세상, 인간의 행동을 조종하는 심리학으로 배우는 경제 등으로 경제학을 말할 수 있는가에는 의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의 시니어 칼럼니스트이자 경제학자 팀 하포드는 신간 『당신이 경제학자라면』(웅진지식하우스)에서 개인의 선택과 이익을 극대화하는 경제학만 알고 있다면 그것은 경제학의 반만 아는 것이라고 말한다.

복잡한 주요 경제 문제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거시경제라는 보다 큰 관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먼저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지금 발생하는 실업이 불황에 의한 실업인지, 구조적인 문제 때문인지를 구별해야 한다고 말한다.

구조적 실업과 관련해 팀 하포드는 포드자동차 CEO인 헨리 포드의 ‘일당 5달러 정책’이 실업을 발명했다고 주장한다.

당시 포드는 노동시장의 임금보다 2배 높은 5달러를 지급함으로써 노동자들을 포드사로 몰리게 했고 일하고 싶지만 순전히 운이 나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양산했다.

기존에 경기 변동 때문에 발생하던 일시적인 실업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실업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실업의 두 가지 종류를 구별하려 할 때 영국의 경제학자 윌리엄 베버리지가 만든 ‘베버리지 곡선’은 유용한 도구가 된다.

선진국에서는 다양한 베버리지 곡선을 볼 수 있으며 실업을 낮추는 방법을 구하고자 한다면 불황을 해소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각 경제권은 다양한 구조적 실업이 존재하며 그 이유를 찾아야 정확한 실업 대책을 세울 수 있다.

팀 하포드는 거시경제의 다양하고 복잡한 쟁점들을 실제적인 예와 비유를 들어 설명한다.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에 의해 알려진 1970년대 초 워싱턴DC 소재의 캐피톨힐 탁아협동조합에서 벌어진 탁아 불황은 이유 없이 경제가 시름시름 앓다가 몸져눕는 이유를 설명한다. 수요도 기초자원도 충분했지만 유통되는 통화의 양이 부족했기 때문에 생겨난 불황이었다.

증서를 발행해(돈을 더 찍어) 화폐의 유통을 활발하게 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었다(물론 나중에는 화폐가 너무 많아져 실패했다). 이는 케인스 학파가 불황을 보는 관점, 즉 경제는 고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여준다.

이와 반대로 2차 세계대전 중 독일의 포로수용소에서 벌어진 불황은 수요가 아닌 공급 자체의 문제(구호물자의 공급이 줄어듦)로 인해 생겨난 불황이었다.

이는 고전학파가 불황을 보는 관점, 즉 경제는 잘 돌아가는 기계와 같고 전쟁, 자연재해, 석유파동과 같은 외생적 충격 때문에 발생하는 불황을 보여준다.

외생적 충격은 수요가 아닌 공급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기 때문에 경제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에 반응하게 되며, 이때 경제를 고치겠다고 이런저런 정책(통화정책이나 경기 부양책)을 시행하는 것은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이 두 가지 관점은 경제학자들이 벌이는 여러 논쟁들, 예를 들어 경기 부양이냐 긴축이냐 하는 문제에 대해 많은 단서를 제공한다. 지금의 불황이 탁아협동조합 불황이냐 포로수용소 불황이냐에 따라 해법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다.

팀 하포드는 이 책에서 거시경제의 기본 개념을 설명하는 동시에 현대 경제학의 주요 논쟁거리들에 대한 자신의 견해도 충분히 드러낸다.

국가 정책에 있어 호황은 정부 지출을 삭감하고 부채를 상환하며 불필요한 규제를 줄여 시장이 더 잘 기능하도록 하기에 더없이 좋은 시기다. 우파가 가장 잘하는 정책이다.

불황에는 정부 지출을 계속 유지하고 부채를 늘리며 대규모 사회기반시설 사업을 벌이는 것이 좋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국가들이 호황일 때에는 좌파 정부를 세워 노동자 보호를 강화하고 부채를 늘려 대규모 공공 부문 사업을 시작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고, 그러다가 위기가 닥치면 우파 정부를 세워 적자를 줄이고 투자사업을 중단하고 노동자 보호법을 폐기함으로써 불황을 더욱 부채질한다고 꼬집는다.

 
또한 오바마 정부의 ‘세금 환급과 세금 감면 정책’, ‘중고차 현금 보상 프로그램’ 등 현재 진행 중인 다양한 재정정책을 비판하고, 인플레이션이 왜 경제에 필요한 윤활류이며 중앙은행이 왜 4% 인플레이션을 목표로 하는 것이 좋은지 등에 대한 이유도 밝힌다.

GNP 수치만으로 경제를 측정하는 것에 대한 문제점과 이를 보완하기 위해 측정하는 국가별 행복지수, 고통지수 등 다양한 통계수치에서 간과하고 있는 점이 무엇인지, 그럼에도 정책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등도 다양하게 짚는다.

행복경제학 등 최근에 유행하고 있는 경제학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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