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에 없는 과도한 규제…금융허브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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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에 없는 과도한 규제…금융허브 걸림돌
  • 이성태 기자
  • 승인 2014.06.17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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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금융사가 본 선진국 대비 과도한 금융규제 사례

#1. 외국계 자산운용사인 A사는 한국내 사업확장에 따른 인력채용을 위해 대상자의 경력 및 평판점검 등 HR서비스 업무를 계열 채용 대행사를 통해 진행하려고 한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과 직접 관련성이 없는 HR업무의 경우 계열사 위탁을 위해서는 금융당국 사전 보고라는 번거로운 과정이 필요하며 이를 생략할 시 당국의 제재를 받을 우려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2. 외국계 보험사인 B사는 새로운 보험 상품을 출시하면서 시장이자율과 자사 경영상황을 고려해 인상된 보험요율을 적용한 상품 검증을 보험요율 산출기관에 의뢰했다. 그러나 산출기관은 요율인상의 통계적 근거 부족을 표면적 이유로 검증을 통과시키지 않았다.

금융선진국의 경우 보험사의 지급여력 보유여부 등 재무적 요건만을 검증하는 것이 일반적임을 감안할 때 B사는 의외라고 생각하고 있다. B사는 신상품의 출시를 포기하든지 아니면 손해를 감수하면서 보험요율을 낮춰서 시장에 출시하던지 하는 기로에 서있다.

#3. 외국계 자산운용사인 C사는 한국에서 사업을 하면서 금융선진국에 비해 과도한 공시의무 및 중복보고로 인해 항상 부담을 느끼고 있다.

예를 들어 C사는 매분기 업무보고서를 작성해 45일 내에 금융위에 제출하고 매분기 펀드 영업보고서를 작성해 2개월 내에 금융위에 제출하고 있다.

그런데 파생상품 판매, 운영 현황 등의 ‘파생상품 업무현황’은 내용과 서식이 100% 동일함에도 업무보고서와 펀드 영업보고서에 중복해 제출하고 있다. C사는 동일 자료를 같은 기관에 중복해서 제출해야 하는 것이 이해하기 어렵다.

#4. 외국계 증권사인 D사는 최근 신상품 출시와 관련해 금융당국에 승인을 요청한 결과 현행 법령상 불가능하다는 구두 유권해석을 받았다. 하지만 시장조사 결과 거의 유사한 상품을 타증권사는 이미 승인을 받아 판매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사유를 알아보니 담당 공무원이 변경돼 현 담당자가 승인에 신중하다는 것을 알았고 D사는 실무자 변경에 따라 승인여부가 달라지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추후 대응을 준비 중이다.

위에 제시한 사례는 전경련이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금융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선진국에 비해 과도한 대표적인 금융규제다.

정부는 2000년대 초반부터 동북아 금융허브 조성을 목표로 각종 규제완화와 인센티브 제공 등으로 외국계 금융사의 국내유치를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10여년 이후의 성적표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이는 전경련이 국내진출 외국계 금융사를 대상으로 ‘한국금융의 경쟁력 현황과 개선과제’를 조사한 결과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외국계 금융사들이 선진국에는 없거나 선진국에 비해 과도한 규제로 든 대표적 사례는 금융투자업과 직접 관련이 없는 업무에 대한 과도한 감독이다.

외국계 금융사들은 금융투자업과 직접 관련 없는 사항에 대한 감독당국의 사전승인, 사후보고, 투자자 통보의무 등 과도한 규제를 문제점으로 들었다.

본질적 업무가 아닌 사옥관리, 조사분석, 법률검토, 회계관리, 문서접수 등의 단순 업무를 위탁 또는 재위탁할 경우에도 금융당국 보고, 투자자 통보 등이 요구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금융회사가 아닌 일반회사에도 있는 일이며 다반사로 발생하는 일반업무의 위탁 시 엄격한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것은 업무과중 및 비용증가의 문제점이 있다.

따라서 금융투자업과 직접 관련이 없는 업무는 감독을 완화해야 한다고 전경련은 주장했다.

두 번째는 금융상품의 가격을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과도한 검증이다.

금융당국의 과도한 검증 또는 창구지도는 금융업의 자유경쟁을 제한하고 실질적으로 가격을 통제하는 역할을 하므로 외국계 금융사들은 이러한 간접규제도 글로벌 스탠더드에는 맞지 않다고 주장한다.

사례에서 든 예뿐만 아니라 보험료 산출시 사용하는 예정이율에 대한 통제, 감독당국의 과도한 금융상품 사전통제 등은 자유로운 금융상품 개발 및 영업에 걸림돌로 작용해 글로벌 금융사의 국내진출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따라서 실질적 가격통제의 효과를 낳는 금융감독 당국의 검증 또는 창구지도는 자제돼야 한다고 전경련은 건의했다.

세 번째는 과도한 공시의무 및 중복공시에 따른 불필요한 인력과 비용이다.

현행 자본시장법령, 금융투자업규정, 협회규정 등은 투자자 보호를 명분으로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방대한 공시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공시규제가 금융 선진국에 비해 과도해 일부 금융사의 경우는 300여 종류 이상의 공시의무를 지게 되고 투자자 입장에서도 수많은 공시사항 중 자신에게 의미 있는 정보를 정확히 가려내기 어려운 정도라는 것이다.

또한 내용과 서식이 동일한 보고자료의 중복제출 등으로 금융사 업무 부담이 가중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중요한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사례에서 든 예뿐만 아니라 자산운용보고서, 각종 재무지표 등의 중복제출·공시요구로 금융선진국과 비교할 때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낭비되고 있다.

금융선진국이 되기 위해서 당국은 과도한 공시 및 중복보고 부담완화를 위해 공시제도 전반에 대한 조사 및 정비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글로벌 금융사들은 강조했다.

네 번째는 빈번한 구두지도에 따른 일관성 부족 및 관련 증거 부재다.

금융당국이 법령해석 또는 유권해석을 서면이 아닌 구두로 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문제점의 하나로 지적됐다.

동일 또는 유사한 사항에 대한 유권해석이 담당자에 따라 다르며 과거에 허가되었던 사안이 담당자 변경에 따라 불허되는 사례도 많아 한국에서 금융업을 하기가 예측가능성 및 일관성 측면에서 어려움 많다는 것이 글로벌 금융사들의 시각이다.

또한 빈번한 구두지도는 관련 분쟁 발생시 증거부재로 사업자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한국에서 금융업을 하기 힘든 이유로 지적됐다. 구두지도를 최대한 자제하고 필요시 문서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외 전산설비 및 전산업무 국외위탁 관련 과도한 사전 보고규제, 계열사와의 업무교류에 대한 과도한 기록유지 의무 등도 금융선진국에 비해 과도한 규제로 지적돼 금융허브 달성을 위해서는 이러한 규제의 개선도 시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경련 홍성일 팀장은 “글로벌 금융사들은 우리나라의 과도한 금융규제에 대해 금융허브 달성의 최대 장애로 생각하고 있다”며 “금융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앞서 이야기한 규제부터 해소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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