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다운시프트(Downshi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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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다운시프트(Downshift)
  • 한정곤 기자
  • 승인 2013.11.26 12: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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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 아프리카를 여행하고 돌아온 후 1년 동안 역향수병에 걸린 적이 있다. 외지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 자신이 살았던 곳에 대한 그리움이 향수병이라면 여행 후 그곳에 대한 그리움에 시달리는 것은 역향수병이 아닐까. 어쨌든 마음까지 귀국하지 못한 역향수병 때문에 1년 만에 다시 아프리카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황폐한 들판, 척박한 주거환경들, 사방 어느 곳에서도 최첨단 21세기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는 아프리카가 그리운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마치 1960~70년대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낯익은 환경 탓이었을까. 아니면 또 다른 무엇이었을까.

그 답은 언어학자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책 <오래된 미래>에서 찾을 수 있다. 과학의 발전을 기반으로 한 경제 성장의 혜택을 다양하게 누리고 있는 현대인들이지만 정작 인간이 누리고자 하는 것은 다른 그 무엇이라는 그녀의 지적은 가슴에 와 닿는다.

현대 사회의 가치는 물질로 대표된다. 어차피 자본주의 하에서 살고 있는 마당에 굳이 부인할 수도 없고, 부인할 필요로 없다. 그러나 물질적 풍요에 따라 커졌어야 할 행복이 물질 때문에 다시 사라지고 마는 역설이 우리 사회의 변화된 또 다른 모습이라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요즘 그 행복을 찾아가는 사람들 이야기가 종종 소개된다. 주변의 몇몇 친구들도 그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귀농, 귀촌 등의 이름으로 도시를 버리고 시골로 이사하는 다운시프트(Downshift)족들이다. 돈은 벌더라도 삶과 일의 균형을 추구하고 싶어 하는 이들은 1990년대부터 호주, 영국, 미국, 유럽 등지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시간의 여유를 갖고, 스트레스를 줄이고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하며 살고 싶은 바람이 이들에게는 강하다. 즉 쫓기는 생활과 넘쳐나는 정보와 수많은 선택의 갈등에 버거워하기보다는 삶을 좀 더 단순하게 살아가길 원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사람은 자신에게 주어진 한계 이상의 것을 원한다. 사람의 욕구 가운데 절대적인 필요에 의해 발생하는 것은 극히 일부분이다. 대부분은 사람들과의 비교 속에서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강한 상대성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불교의 교리처럼 욕구만 줄이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실제로 그렇게 사는 사람들도 있다. 만족이라는 것은 자신의 삶의 흐름에 있어 한 부분이 된다는 것을 느끼고 이해하면서 그것과 함께 여유롭게 흘러가는 데서 나오는 것 아닌가.

티베트 라다크에서의 오랜 경험을 통해 헬레나가 지적한 정작 인간이 누리고자 하는 다른 그 무엇은 자연환경에 기반을 둔 전통사회의 가치다. 즉 인간과 자연환경 사이에 오가는 대화의 결과여야 한다는 것이다.

<2011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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