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이 가을 전어 굽는 냄새를 질색하는 이유”…『종횡무진 밥상견문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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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이 가을 전어 굽는 냄새를 질색하는 이유”…『종횡무진 밥상견문록』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7.08.18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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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식재료로 만들어낸 음식이지만 한국·중국·일본 세 나라의 음식문화는 다르면서도 같고, 같으면서도 또 다르다. 공통점이 있는 반면 확연한 차이점도 있는 것이다.

뿌리가 같거나 비슷한 음식이 각각의 나라에서 문화와 결합하면서 서로 영향에게 영향을 주고받았기 때문이다.

신간 『종횡무진 밥상견문록』(깊은나무)은 세 나라의 문화적 기질과 특색이 음식과 요리에 어떻게 반영되고 발달해왔는지를 살펴보는 책이다.

저자는 음식과 요리를 중심에 두고 세 나라에서 벌어진 역사적 사건과 구전으로 이어지는 민담, 옛 문헌자료와 인문학의 상상력을 넘나들며 흥미롭고 특별한 문화사를 들려준다.

음식과 요리는 한 시대와 사회의 가치관과 정서, 생활양식이 투영된 문화의 총체다. 같은 재료라 하더라도 다루고 조리하는 방식에는 각 나라의 문화적 개성이 드러난다.

뿐만 아니라 세 나라는 서로의 음식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새로운 해석을 추가해 전혀 다른 음식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추어탕을 예로 들어보자. 논농사를 하는 세 나라에서 미꾸라지를 보양식으로 여기는 점은 공통적이다. 그러나 탕으로 먹는지 혹은 전골로 먹는지 아니면 구이나 튀김으로 먹는지 요리법과 먹는 법의 차이는 다르다.

또한 여름 보양식인지 아니면 가을 보양식인지 혹은 특별히 계절에 상관없이 수시로 먹는 보양식인지의 차이도 있다.

숭늉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숭늉을 마시지 않는 중국인을 이상하게 여겼고 중국인들은 밥물을 마시는 조선 사람을 낯설어 했다.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가을 전어 굽는 냄새를 일본 사람들은 가장 불쾌하게 여기는 냄새라는 점도 흥미롭다. 여기에는 일본 중부지방에서 전해오는 속설이 얽혀 있는데 전어를 뜻하는 일본어 ‘고노시로’는 자식을 대신해 태운 물고기라는 뜻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별할 것 없는 채소인 가지를 두고 중국에서는 예부터 ‘신선들이 사는 산에서 나는 채소’로 극찬했고 일본 사람들은 새해 첫 해 꿈에서 가지를 보면 운수가 대통한다고 믿었는가 하면 우리가 ‘짝퉁 조기’로 폄하하는 부세는 중국에서 다금바리보다 더 대우를 받는다.

이처럼 저자는 거시적인 관점보다 미시적인 접근으로 30여 종에 이르는 각 나라의 개별 음식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며 한·중·일의 개별성을 추출해낸다. 비슷한 음식 재료로 한·중·일이 각기 어떻게 먹고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았는지, 후대에는 어떤 음식으로 발전했는지를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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