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풍속·없어지다시피한 음식들의 소환”…『식사(食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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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풍속·없어지다시피한 음식들의 소환”…『식사(食史)』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7.09.12 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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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치맥’은 닭요리와 맥주의 결합이다. 한창 조류인플루엔자(AI)가 창궐할 때에도 치맥의 인기는 시들지 않았다.

요리법으로 치자면 닭을 기름에 튀긴 치킨은 우리 전통음식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닭은 우리 역사에서 꽤 오래전부터 등장한다. 신라와 경주를 계림(鷄林)이라 불렀는가 하면 고려시대에도 양계장이 있었다. 그만큼 닭이 흔했고 닭요리를 즐겼다는 반증이다.

어찌 보면 치맥은 서구문화 유입에 따라 전통적인 닭요리가 다른 형태로 우리 술상의 주인공으로 자리 잡은 역사성을 갖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신간 『식사(食史)』(하빌리스)는 황광해 맛칼럼니스트가 옛 기록들을 뒤져 찾아낸 우리 먹거리의 역사를 담고 있다.

50여 가지의 음식과 음식재료를 통해 서민의 소반에서 왕의 수랏상까지 그 시절 사회상에 먹거리로 한 상 차려진다.

특히 고급 한식전문점에서 고가의 메뉴판에 올라있는 궁중요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대한제국 시기 기생집에서나 나오는 가짓수 많은 안주가 둔갑한 것이라는 사실도 흥미롭다. 대표적인 음식인 신선로도 궁중 요리의 대명사가 아니라 원래는 차와 술을 데우는 도구였을 뿐이다.

실제 조선시대 국왕은 12첩 화려한 수랏상을 받지 않았다. 오히려 왕은 자연재해, 제사, 행사 등의 이유로 고기를 마음대로 먹지도 못했다.

열세 살이란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오른 조선 9대 왕 성종은 나라에 가뭄이 들자 낮 수라를 ‘수반’으로만 먹었다고 한다. 광해군도 울화병으로 수반을 찾았다.

또한 지금 우리가 아는 한식의 모습은 잘못 덧칠된 이야기가 많다는 점도 지적한다. 예를 들면 왕의 조리사 이야기인 드라마 ‘대장금’이 허구라는 것이다.

음식칼럼니스트 박찬일 셰프는 “제사와 잔치를 빼면 음식에 대한 역사적 기록물은 상당히 옅고 희미하다고들 한다”면서 “(이 책은) 이제는 사라진 풍습, 없어지다시피 한 음식들의 촘촘한 수배가 허전한 속을 채워준다”고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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