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식 축산이 부른 식탁의 공포…『육식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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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식 축산이 부른 식탁의 공포…『육식의 딜레마』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7.09.18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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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인플루엔자(AI)가 휩쓸고 간 자리에는 다시 살충제 달걀이 차지했다. 공급부족으로 가격이 천정부지 치솟는 것은 둘째로 치더라도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식탁을 위협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닭들의 수난시대는 2017년 닭띠 해에 최고조에 이르렀다.

비단 올해만의 일은 아니다. 수년 전에는 구제역이니 광우병이니 하는 가축 전염병으로 전국의 소들이 살처분됐다. 돼지도 예외가 아니었고 오리 역시 전염병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 수백 년간 인류는 직접 사냥하거나 우리에 가둬 키우는 방식으로 소·돼지·닭 등을 키웠다. 즉 소규모 축산으로 육고기를 자급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20세기 초에 들어서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미국 조지아 주에서 사료와 종자, 비료 공급상으로 일하던 제시 주얼(Jesse Jewell)을 비롯한 몇몇 사람이 더 많은 이윤을 얻기 위해 닭 수백 마리를 실내에 모아 키우는 방식을 고안하면서부터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이윤을 남기기 위한 ‘공장식 축산’의 서막과 함께 식탁의 공포도 함께 시작된 것이다.

신간 『육식의 딜레마』(루아크)는 상업적 성공 뒤에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육류산업의 이면, 즉 막대한 이익을 위해 감추고 싶어 하는 비용에 대해 말한다.

저자 케이티 키퍼는 육류산업이 왜 그 비용을 숨기려 하는지, 그 비용을 사회로 떠넘기기 위해 어떤 방법을 동원해왔는지를 보여준다.

사실 공장식 축산은 여러 면에서 사회에 공헌해 왔다. 많은 이들에게 미식의 즐거움과 영양 혜택을 주었고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했을 뿐 아니라 지역 경제까지 활성화시켰다.

겉으로만 본다면 공장식 축산은 긍정적인 면이 많다.

그러나 이면을 들여다보면 육류산업은 그동안 막대한 이윤은 자신들이 챙기고 비용은 교묘하게 소비자들에게 떠넘기는 방식으로 덩치를 불려왔다.

책에서는 종의 다양성이 가져다주는 이점은 외면한 채 상품성 있는 특정 형질만 선별해 육종하는 유전자 문제를 비롯해 구제역이나 조류인플루엔자의 잦은 유행처럼 점점 심각해져가는 가축 전염병 문제를 지적한다.

또한 가축이 쏟아내는 엄청난 분뇨와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처방되는 항생제, 호르몬제, 살충제의 남용이 야기하는 환경 문제와 함께 움직이지도 못할 만큼 비좁고 더러운 공간에서 고통받는 동물복지 문제, 공장식 축산의 생산성 강화가 부른 노동자 인권과 안전 문제도 거론한다.

특히 거대 육류기업의 통합과 합병으로 설 자리를 잃고 몰락해가는 소규모 농장 문제와 혼란스러운 식품 표기로 소비자를 농락하는 식품 사기 문제 등은 앞으로도 반복해 듣게 될 육류산업의 어두운 면이다.

저자는 소비자들이 육류산업의 나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노동권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환경규제를 강화하며 독점을 강력히 금지하는 법을 만드는 데 필요한 정치적 행동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육가공 기업은 시장의 요구대로 육류산업의 관행을 바꿀 수 있고 바꾸려 할 것”이라며 “소비자이자 세계 시민으로서 우리의 요구를 그들에게 알리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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