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 절망으로 바뀐 아프리카, “절대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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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 절망으로 바뀐 아프리카, “절대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4.07.23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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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운명』…영웅에서 폭군으로 전락한 아프리카의 독립 1세대들의 이야기
 

“독립한 지 40년 만에 나이지리아는 비참한 상황으로 떨어졌다. 월레 소잉카는 자신의 조국을 ‘아프리카 대륙의 아물지 않은 상처’라고 묘사했다.

석유 호황으로 2800억 달러의 수입을 거두었어도 경제는 엉망이었다. 공공서비스는 만성적인 기능 부전에 시달리고 있었다. 학교와 병원은 퇴락하고 고등교육은 거의 무너졌으며 도로에는 수많은 구멍이 패어 있었다. 전화 시설은 거의 작동하지 않았고 정전 사태가 자주 일어났으며 국내 석유 공급량도 부족했다.

평균적으로 볼 때 나이지리아 국민은 석유 호황이 시작되었던 1970년대 초보다 더 가난해졌다.”

영국, 프랑스, 벨기에, 포르투갈 등 유럽의 식민 열강이 물러나자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10여개의 신생국가가 뜨거운 환호와 전 세계의 격려 속에서 출범했다. 독립과 함께 경제 호황도 찾아왔다.

아프리카 신생국가들은 세계무대에서 대립하는 양대 블록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냉전 시대 양대 블록은 이들 국가를 놓쳐서는 안 되는 소중한 선물로 여겼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독립의 시대가 열린 이후 아프리카 대륙은 커다란 변화를 맞았다. 그러나 이는 또 다른 시련을 예고하는 본격적인 서막일 뿐이었다.

2000년대 중반 맥킨지와 보스턴컨설팅그룹 등 세계적인 컨설팅회사들은 아프리카를 지구상의 마지막 시장이라고 소개했다. BRICs와 함께 무한한 경제성장 가능성에도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 아프리카의 정치 상황은 비관적이다. 전쟁과 독재, 부패, 빈곤 등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을 겨우 몇몇 국가들만이 피해하고 있다.

1960년 아프리카 “대륙 전역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고 언급했던 영국 수상 해럴드 맥밀런은 2001년 토니 블레어 수상에 의해 “세계의 양심에 새겨진 상처”라고 수정된 것 역시 이 때문이다.

풍부한 자원, 풍요로운 역사와 문화를 가진 아프리카의 희망이 불과 두 세대 만에 절망과 궁핍으로 뒤바뀐 것이다.

54개국, 11억 인구의 아프리카는 아시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대륙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언어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034개가 사용되고 있다.

아프리카는 제2차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영국,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포르투갈 등 유럽 열강의 식민지에서 어렵게 벗어나 독립의 길로 나섰다. 강렬한 카리스마를 지닌 지도자를 중심으로 각국의 미래는 밝기만 했다.

골드코스트(가나)의 은크루마, 이집트의 나세르, 세네갈의 상고르, 코트디부아르의 우푸에부아니, 기니의 세쿠 투레, 케냐의 케냐타, 잠비아의 카운다, 말라위의 반다, 탄자니아의 줄리어스 니에레레 등이 그렇다.

각국의 독립에서 더 나아가 아프리카 대륙 전체의 독립에 나선 이들의 이야기는 한편의 감동을 자아내는 다큐멘터리다.

그러나 건국의 주역인 1세대 지도자들 대부분은 명성과 명예를 누리며 독점적 권력을 추구했다. 독재 체제를 구축하고 개인숭배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각각 사회주의 혹은 자본주의 진영을 선택하고 지원을 받은 각국의 지도자들은 권력의 맛을 본 이후 개인재산 축적에 열을 올렸으며, 이는 정부와 공무원의 부패를 부르고 민중의 빈곤으로 이어졌다.

독재와 부패, 빈곤의 악순환은 또 다른 쿠데타를 부르지만 악순환의 고리를 넘어서지 못했다. 또한 종족 전쟁과 학살은 수많은 아프리카인의 목숨을 앗아가며 아프리카에 미래가 있는지를 의심케 했다.

저널리스트이자 역사가인 마틴 메러디스(Martin Meredith)는 1964년부터 15년간 격동기의 아프리카를 체험한 후 연구원으로 활동하며 『아프리카의 운명』(휴머니스트)을 집필했다.

특히 그는 독립의 시대에 등장했던 주요 인물과 사건, 주제에 초점을 맞추고 지난 반세기 동안,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아프리카를 괴롭히고 있는 수많은 문제를 탐구하고 해명하고자 시도하고 있다.

처음에는 영웅으로 등장했지만 결국 폭군 혹은 독재자로 전락한 인물들에 대한 묘사는 권력은 부패하고,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 규칙에서 벗어나는 예외적인 사례, 특히 세네갈의 상고르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만델라는 그 때문에 더욱 돋보이는지도 모른다.

 
1960년대의 뜨거운 열정에서부터 ‘폭군의 등장’과 급격한 쇠퇴까지 아프리카의 현대사를 다루고 있는 이 책은 현재 아프리카가 안고 있는 문제들이 어떻게 형성됐으며, 어떻게 해결돼야 하는가를 파악하기 위한 토대를 제공한다.

현대 아프리카가 독립을 향해가던 시기부터 그 후 반세기에 걸친 아프리카의 흥망성쇠를 추적하면서, 특히 아프리카 지도자들의 정치적 행보가 각국의 운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희열이 충만하던 독립의 시기가 지난 뒤 숱한 기대와 열망이 스러진 까닭과 아프리카의 미래가 비관적으로 바뀐 원인을 고찰한다.

식민 지배를 끝낸 서구 열강의 또 다른 침탈행위도 지나치지 않는다. 저자는 이들의 무익한 행동과 위선이 아프리카의 어둠을 더욱 짙게 만들었다고 비판한다.

그럼에도 아프리카의 미래는 아프리카가 직접 나서야만 한다는 점도 분명하게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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