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암(靜庵) 조광조② 실패로 끝난 개혁…기묘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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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암(靜庵) 조광조② 실패로 끝난 개혁…기묘사화
  • 한정주 역사평론가
  • 승인 2015.05.13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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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號), 조선선비의 자존심⑫ 선비정신의 사표, 동방 사현(四賢)⑤
▲ 정암 조광조 초상과 『정암집』. <출처:문화유산채널>

[헤드라인뉴스=한정주 역사평론가] 조광조는 반정(反正)을 통해 연산군을 내쫓고 왕위에 오른 중종(中宗)이 즉위한 지 6년째 되는 1510년(나이 29세) 진사시(進士試)에서 장원을 한 후 성균관에 들어가 공부하면서 자신과 뜻을 함께 할 많은 동료들을 사귀게 된다.

이때 수많은 사람들이 조광조의 인품과 학식에 감복한 나머지 자청해 그를 따라 학문을 배웠다.

나이 34세가 되는 1515년(중종 10)에는 성균관의 추천에다가 이조(吏曹)의 천거로 종6품에 해당하는 벼슬을 제수 받았지만 “나는 본래 이익과 영달(榮達)에 마음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느닷없이 뜻밖에 일을 맡게 되니 어쩔 수없이 과거시험을 거쳐서 벼슬길에 오르는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을 듯하다. 나는 헛된 이름으로 세상에 알려지는 일이 매우 부끄럽다”라는 뜻을 밝히면서 벼슬을 거부했다.

그리고 마침내 과거급제를 통해 정식으로 벼슬길에 나서기로 결심하게 된다. 그 해 8월22일 알성시(謁聖試) 을과(乙科)에 급제한 조광조는 성균관 전적(典籍:정6품)에 올랐고 다시 사헌부 감찰(監察:정6품)로 자리를 옮겼다.

그 후 조광조는 호조(戶曹), 예조(禮曹), 공조(工曹) 등 여러 관직을 거쳤지만 대부분의 관직 생활을 관료들에 대한 감찰과 탄핵을 주요 임무로 하는 사헌부(司憲府)와 임금의 잘못에 대한 간쟁(諫諍) 및 논박(論駁)을 담당하는 사간원(司諫院), 임금에게 국정 자문을 하면서 정치의 시비(是非)를 가리는 간언(諫言)을 주로 하던 홍문관(弘文館)에서 보냈다.

특히 이 당시 조광조는 반정공신(反正功臣)을 중심으로 한 훈구파 세력을 견제하고자 한 중종의 두터운 신임을 얻으면서 조정의 언론과 간쟁을 담당하는 이들 3사(三司)에 신망받던 사림의 신진 인사들을 대거 등용해 훈구파의 전횡에 맞서 싸우는 전초 기지로 삼았다.

중종은 성균관 유생들을 중심으로 한 사림파의 절대적 지지를 받은 조광조의 힘을 빌려 반정공신과 훈구파 세력을 약화시키고 왕권을 강화하고자 했다. 그러나 조광조가 품은 뜻과 이상은 중종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원대했다.

조광조는 반정공신과 훈구파의 힘을 약화시키는 문제에 대해서는 중종과 뜻을 함께 했지만 결코 거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조선을 성리학이 추구하는 이상 국가(혹은 이상 사회)로 개조하려는 거대한 뜻을 지니고 있었다.

조광조는 국왕조차도 자신이 이상으로 삼은 성리학적 도학정치(道學政治)의 가르침을 받아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중종의 후원 아래 조광조는 사림파를 중앙 정계로 적극 등용하면서 자신이 내세운 성리학적 도학정치를 하나 둘씩 실행해 나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조선의 학문과 사상은 성리학을 중심으로 개편되고 사회의 풍속과 풍습 역시 점차 성리학의 영향을 받게 되었다.

특히 조광조는 조선 팔도에 『여씨향약(呂氏鄕約)』을 보급하는 운동을 펼쳐 향촌사회를 성리학의 이상과 질서에 맞게 개편해 나갔다. 또 주자의 『가례(家禮)』를 지키게 해 가정에서부터 왕실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들이 성리학의 예법과 풍속에 따르도록 만들었다.

더욱이 음직(蔭職)으로 관직을 얻고 훈구파의 비호를 받아 부정비리를 일삼는 관리들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 천거를 통해 사림의 명망 높은 선비들을 관직에 임용하는 현량과(賢良科)를 설치했고, 공신전(功臣田)과 녹봉의 감소를 추진했다. 그것은 조정과 유림(儒林)의 공론(公論)과 공의(公議)는 무시한 채 사적인 이익을 위해 권력을 전횡하고 남용하는 훈구파 세력에 대한 대공세였다.

그러나 조광조의 개혁 구상과 정치 행동이 점차 자신들의 숨통을 죄어오자 반정공신과 훈구파 세력은 역모 사건을 조작해 조광조를 제거할 음모를 꾸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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