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가 본 강대국 흥망성쇠의 메커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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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가 본 강대국 흥망성쇠의 메커니즘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4.07.27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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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결정자들의 잘못된 선택…‘경제 불균형’
▲ 로마의 전성기인 5현제 시대를 이끈 트라야누스 황제.

막강한 군사력과 찬란한 문화로 영원할 것 같았던 로마제국의 멸망을 떠올릴 때 흔히 도나우 강 저편에서 전투용 도끼와 방패를 만드는 게르만족을 이야기한다.

많은 사람들은 발렌스 황제가 고트족에게 치욕적인 패배를 당한 아드리아노플 전투를 로마가 쇠퇴와 멸망으로 돌아선 전환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경제학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기는 전혀 다르다. 아드리아노플 전투 수 세기 전 부터 로마는 내부적으로 썩고 있었다.

경제학자들이 로마 경제가 성장에서 쇠퇴 시기로 돌아섰다고 지목한 시점은 로마의 전성기인 5현제시대를 이끈 트라야누스의 치세다.

트라야누스와 하드리아누스를 비롯한 정책 결정자들이 잘못된 경제적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거시경제학자 글렌 허버드(Glenn Hebbard)와 허드슨연구소의 수석경제학자 팀 케인(Tim Kane)의 『강대국의 경제학』(민음사)은 경제학의 관점에서 강대국 흥망의 메커니즘을 접근한다.

정치, 지리, 군사력 중심의 기존 이론들과 달리 새로운 경제력 측정법과 방대한 데이터를 무기로 삼아 로마의 성공과 몰락, 스페인 제국의 영광과 파산, 일본의 경제 기적과 잃어버린 10년 사이에서 ‘공통된 패턴’을 찾는다.

역사적으로도 확인되고 있지만 강대국을 위협하는 최대의 적은 대부분 내부적 문제다. 현대 미국을 예로 들면 재정 균형의 붕괴를 지적할 수 있다.

실제 미국은 심각한 재정 불균형에 직면해 있다. 최근 들어 미국의 재정 적자는 해마다 약 1조 달러씩 불어났다. 세수는 2조 달러에 불과한데 재정 지출은 3조 달러 수준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흔히 망각되는 사실 중 하나는 정당 역시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라는 점이다. 정당은 정권 획득이, 소속 의원들은 당선이 목표다. 따라서 의원은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는 공약을 내세워 표를 얻어야 한다. 이것이 공화당의 경우에는 감세로, 민주당의 경우에는 재정 지출의 확대라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선심성 공약을 내세워 당선된 후보들은 다음 선거를 위해 이를 실천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양당의 자기 파괴적 선택을 통해 안정적 의석 확보를 꾀하는 ‘정치적 죄수의 딜레마’가 발생한다. 재정 적자가 심각한 수준임에도 미 의회가 세금을 더 걷거나 재정 지출을 줄이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캘리포니아는 이 같은 미국이 미래를 그대로 보여준다. 캘리포니아는 인구, 규모, 경제력 등 어느 면으로 보든 하나의 국가로 보기에 손색이 없고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세계적인 IT기업들이 밀집해 있는 가장 부유한 주다.

그럼에도 캘리포이나주는 심각한 재정 위기에 빠져있다. 실업률은 9.8%를 상회하며 총 부채 잔액은 1000억 달러 이상이다. 미래에 지불해야 하는 주 공무원 연금 같은 장부 외 부채는 6120억 달러에 달한다.

이처럼 미국이 직면한 재정 위기는 우리에게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당파적 양극화와 지출 증가로 인한 재정 적자는 오늘날 한국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저자들이 고대 로마부터 현대 미국까지 강대국 흥망의 메커니즘을 경제학자의 시각으로 분석해 제시한 7가지의 교훈이 흥미로울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저자들은 넓은 영토와 인구, 군사력 등은 강대국의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며, 한 나라를 유지하고 번영케 하는 것은 경제적 요소들 간의 독특한 관계라고 주장한다.

즉 겉으로 격렬해 보이는 전쟁이나 극적인 선거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가의 경제적 균형과 그것을 가능케 할 정치적 역량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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