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 이후의 자본주의…“좌파 몰락·우파 득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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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이후의 자본주의…“좌파 몰락·우파 득세”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4.07.28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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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를 대표하는 키워드는 ‘불평등’이다.

자신들의 헤게모니를 강화하고 그것을 전 지구적으로 확장시킬 목적으로 자본가들이 상위 관리자, 좀 더 구체적으로는 금융 관리자와의 동맹을 통해 실행한 전략의 결과다.

1970년대 중반 상위 1% 소득 계층의 가계가 올린 미국 총소득은 최소 9%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1980년대 이후 이 비율은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에는 24% 정도까지 도달했다.

물론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1996년과 2007년 사이 초부유 계층의 비율은 연평균 8.5% 증가했다는 보고도 있다. 전 세계적으로 부와 소득이 상위 특권 계층들에게 집중된 것이다.

최근에는 전 세계 부의 46%를 상위 1%의 부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한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상위 10%의 소득 비중은 전체 대비 45.51%로 미국(52%)보다는 낮지만 일본(40.5%), 프랑스(33%)보다는 높다. 그 결과 상위 10%의 소득과 하위 10%의 소득은 12배에 이른다.

신자유주의의 태동 시기에 대해서는 연구자들의 견해에 따라 다소 상이하다. 흔히 전 세계적으로는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초에 걸쳐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신자유주의적 재편이 발생해 1990년대를 거쳐 전 세계적으로 확산됐다고 이야기되곤 한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갑작스럽게 이자율을 상승시키기로 결정한 1979년이 상징적으로 그 시기의 출발점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또 1970년대 이윤율의 하락 추세와 경제적 긴장을 표현하던 누적적 인플레이션 등 구조적 위기의 결과로 출현한 새로운 국면의 자본주의로 파악하는 이들도 있다. 이른바 ‘자본의 반격’(Capital Resurgent)이다.

신자유주의의 유래에 대한 이견과 달리 신자유주의가 초래한 결과는 상시적인 경제위기다.

신자유주의는 생산적 투자를 위해 진행된 것도, 사회적 진보를 위해 진행된 것도 아니었다. 오로지 상위 소득 계층의 소득 발생을 목표로 진행된 것이다.

이에 따라 신자유주의 정책이 진행되는 동안 중심부 국가들에서조차 국내 축적과 내수 안정은 상위 계급에 유리한 소득분배를 위해 왜곡됐다.

미국에서 나타난 생산의 탈영토화 경향은 이를 대변한다. 국내 축적은 하락하고 노동자들은 저임금을 향한 무한 경쟁에 뛰어들게 된 것이다. 또 이 같은 전략은 금융 서비스, 지식 경제로의 재편을 통한 고소득 추구와 맞물려 대대적인 규제 완화로 이어졌다.

그 결과 거시 경제에 대한 통제력 손상과 누적적 불균형 증가로 인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뒤이은 금융위기가 찾아왔던 것이다.

이는 애초 미국에서 시작됐지만 오늘날 신자유주의가 ‘미국 헤게모니하의 신자유주의’라고 표현되듯이 그 위기는 전 세계적으로 파급되며 파멸적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위기』(후마니타스)는 2008년 금융위기를 바탕으로 신자유주의가 초래하는 경제위기의 원인과 전개 과정을 추적한다.

그리고 ‘고소득 추구’, ‘세계화’, ‘금융화’라는 신자유주의적 양상과 ‘자본축적의 감소’, ‘무역 적자’, ‘부채의 증가’라는 미국 경제의 거시적 궤도 결합이라는 위기의 원인을 도출해 낸다.

또 마르크스주의적 계급 분석 틀을 수정하고 갱신해 이후 세력 관계를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이론적 틀도 제시한다.

세계화와 금융화로 요약되는 신자유주의의 양상은 자본주의의 어떤 시기에 특별하게 등장하는 것이 아니다. 자본주의에 잠재된 내재적 경향으로서 신자유주의 시기 동안 전성기를 구가한 것일 뿐이다.

이런 세계화와 금융화는 당연하게도 자본주의적 위계질서에서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유리하게 작동했고, 그들의 소득과 권력을 회복시켜 주었다. 우리는 이를 ‘불평등의 심화’라고 부른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위기로 인해 이전의 궤도를 지속시키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해졌다. 그 결과 위기 이후에는 각각 계급들의 세력 관계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신자유주의적 경향이 등장할 수도 있다.

예컨대 고소득 추구를 상당 정도 억제하는 관리적 경향, 즉 상위 자본가 계급과 관리자 계급 사이에서 관리자들이 주도하는 신관리주의적 우파적 경향과 다른 한편으로 민중 계급과 관리자들의 동맹을 통한 좌편향적 관리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

이 가운데 어찌됐든 저자들은 좌편향적 경향이 나타날 수 있는 가능성은 가장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이유는 신자유주의의 전개 과정에서 이전과 비견할 만한 민중 계급의 세력을 표현하는 사회운동 또는 노동자 운동이 급속도로 축소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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