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와 의리 베풀고 원수와 원한 맺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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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와 의리 베풀고 원수와 원한 맺지 말라”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8.04.17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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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1강 계선편(繼善篇)…착하게 살아라⑦

[명심보감 인문학] 제1강 계선편(繼善篇)…착하게 살아라⑦

[한정주=역사평론가] 景行錄曰(경행록왈) 恩義(은의)를 廣施(광시)하라 人生何處不相逢(인생하처불상봉)이리오 讐怨(수원)을 莫結(막결)하라 路逢狹處(노봉협처)면 難回避(난회피)니라.
(『경행록』에서 말하였다. “사람들에게 은혜와 의리를 널리 베풀어라. 사람이 살다보면 어느 곳에서든 서로 만나지 않겠는가? 사람들과 원수와 원한을 맺지 말라. 길이 좁은 곳에서 만난다면 회피하기 어렵다.”)

『천자문』의 스물여섯 번째 문장에도 ‘경행(景行)’이라는 한자어가 등장한다. “경행유현(景行維賢)하고 극념작성(克念作聖)이라.” 그 뜻은 “큰길을 걸어가는 사람은 현인(賢人)이고, 마땅히 생각할 수 있으면 성인(聖人)이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 문장에서처럼 ‘경행(景行)’이란 곧 현인이 되는 길을 의미한다.

중국 고대 시가집인 『시경(詩經)』의 〈소아(小雅)〉에 실려 있는 ‘거할(車舝: 수레의 빗장)’이라는 시에도 “고산앙지(高山仰止) 경행행지(景行行止)”라는 구절이 등장한다.

이 시 구절은 “높은 산 우러러보고 큰길 따라 나아가네”라는 뜻을 담고 있다. 높은 산처럼 높은 덕성을 지닌 사람은 모든 사람이 그를 우러러보고 본받을만한 훌륭한 행실을 하는 사람은 모든 사람이 그를 본받아 따라한다는 의미이다.

이렇듯 경행(景行)은 직역하면 ‘큰길’이지만 그 의미를 찾아 해석하면 ‘훌륭한 행실’이 된다. 따라서 『경행록』은 ‘훌륭한 행실로 말미암아 현인이 되는 길’에 관한 가르침을 담고 있는 서책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현인은 어진 사람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고 또 현명한 사람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다만 『경행록』은 송나라 때 지어졌다고 알려져 있을 뿐 현재 전해지고 있는 것이 전혀 없기 때문에 이 책의 규모와 내용을 확인하기는 불가능하다.

어쨌든 『명심보감』에 인용된 옛 전적을 분석해보면 『경행록』이 상당한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명심보감』에 모두 열아홉 차례 인용되고 있는 『경행록』은 단일한 책으로는 공자의 언행록인 『논어』 다음으로 많이 인용되고 있는 서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간단하게 생각해보더라도 은혜와 의리 곧 덕(德)을 베푸는 사람에게는 음으로 양으로 그를 도와주는 사람이 사방팔방에 존재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공자는 이렇게 말한다.

“덕은 외롭지 않다. 반드시 이웃이 있다〔德不孤(덕불고) 必有鄰(필유린)〕.”

이 말은 『논어』 ‘이인(里人)’편에 나오는 내용이다. 반대로 원수와 원한, 즉 악덕(惡德)을 쌓는 사람에게는 음으로 양으로 그를 해치려는 사람이 사방팔방에 존재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덕을 베푸는 사람은 구태여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복(福)이 찾아오는 반면 악덕을 쌓는 사람은 아무리 피하려고 애써도 화(禍)를 모면하기 어려운 법이다.

세상에 온통 자신을 도우려는 사람으로 가득한데 어떻게 복을 받지 않을 수 있고, 세상에 온통 자신을 해치려는 사람으로 가득한데 어떻게 화를 모면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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