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세제개편안 ‘反서민적’…의욕만 앞선 졸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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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세제개편안 ‘反서민적’…의욕만 앞선 졸속
  • 이성태 기자
  • 승인 2014.08.07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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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세 비중 더 커져 소득역진성 심화…자본소득 세제혜택 늘려 소득불평등 악화
▲ 6일 주형환 기획재정부 차관이 2014 세법개정안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정부가 6일 경제 활성화, 민생안정, 공평과세, 세제 합리화를 4대 기본 방향으로 세법개정안을 확정, 발표했다.

‘경쟁력을 갖춘 공평하고 원칙이 있는 세제’를 비전으로 하는 이번 세법개정안으로 근로자의 노후소득을 위한 세액공제 대상 퇴직연금 납입한도가 기존의 400만원에서 700만원으로 300만원 늘어난다.

세금우대종합저축은 ‘비과세종합저축’으로 이름이 바뀌면서 가입대상은 고령자·장애인으로 한정되고 납입한도는 5000만원으로 확대된다.

또 퇴직금을 연금으로 받으면 일시금으로 수령할 때보다 세부담이 30% 줄어든다.

해외여행자의 휴대품 면세한도도 400달러에서 600달러로 상향 조정된다.

자기자본을 500억원 초과하는 기업이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소속된 기업은 투자, 임금증가, 배당 등이 당기 소득의 일정액에 미달하면 부족한 부분에 대해 10%의 세율로 추가 세금을 내야 한다.

기업소득과 가계소득의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 내수 활성화의 기반을 다질 수 있도록 근로소득 증대세제, 배당소득 증대세제, 기업소득 환류세제 등 ‘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 패키지’를 마련해 3년간 시행하기로 한 것이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우리 경제가 직면한 저성장 문제가 고착화되지 않도록 재정·금융과 함께 조세정책도 과감하고 공격적으로 운영할 시점”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무기력한 경제상황을 반전시키고 국민이 체감하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대해 반(反)서민적이고 소득불평등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비판이 거세다. 특히 세수효과도 미미해 의욕만 앞선 졸속 정책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경제 활성화, 민생안정을 명분으로 소득이나 재산이 많은 사람의 세 부담을 덜어준 반면 향후 담배와 술, 유류 등 서민 필수품에 붙는 간접세만 크게 올려 간접세 비중이 더 커짐으로써 소득역진성이 심화된다는 것이다.

배당소득세율을 내리고 종합과세 대상자에게 선택적 분리과세를 허용하는 반면 노동소득 증가분에 대한 세제지원은 거의 없고 대신 자본소득에 대한 세제혜택을 늘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인 소득불평등을 더 악화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납세자연맹 ‘2014 세법개정안’에 대해 “대주주 등 부자들에게 감세혜택을 준다고 하는데 부자들이 더 부자가 된다고 소비가 늘어나지 않는다”면서 이 같이 비판했다.

특히 “기업소득환류세제는 기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데 한 달 만에 급조해 ‘민주성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연맹은 현금영수증과 체크카드의 전년대비 사용액 증가분에 대해 소득공제율을 10%포인트 높여주는 개편안에 대해선 “절세효과는 거의 없고 오히려 카드회사 전산시스템과 세무회계프로그램 수정 비용, 근로소득자의 복잡한 세법 숙지 등 납세협력비용이 더 크다”고 비판했다.

국제거래가 수반되는 부정행위에 대해 신고불성실가산세를 인상(40%→60%)하자는 안에 대해서도 “지금도 조세포탈범은 징역형과 벌금형을 함께 받을 수 있고 본세 외에 100%이상의 많은 페널티를 부과하고 있는데 신고불성실가산세를 더 올리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연맹은 “한국은 가뜩이나 조세제도와 세무행정이 ‘국가 우월적’인데, 이번 가산세 인상 안은 목적이 정당해도 납세자피해는 최소화돼야 한다는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세제개편안이 납세자의 미래의 세금인 재정적자(국가부채) 해소는커녕 늘어나는 복지수요조차 감당 못할 정도로 세수측면을 등한시한 채 지나치게 정책유도·정치적 고려에 치우쳤다는 지적도 했다.

김선택 연맹 회장은 “이번 세법개정에 따라 5680억원이 증세된다는데 현행 복지지출 증가도 충족시키기 어려우니 재정적자 해소는 꿈도 못 꿀 수준”이라며 “세금이 자주 정책목적으로 이용되긴 하지만 주된 존재이유는 역시 조세수입인데,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악용돼 ‘조세중립성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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