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세법개정안의 6대 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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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세법개정안의 6대 허점
  • 이성태 기자
  • 승인 2014.08.07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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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47차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는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기획재정부 제공>

◇공평과세 원칙의 문제

소득이나 재산이 많은 사람에게 더 많은 세금이 징수돼야 한다. 한국은 2012년 기준 간접세비중이 49.7%로 높다. 그 중에서도 술과 담배, 카지노, 유류세 등 죄악세 비중이 높다.

또 금융소득과 부동산 임대소득 등 자본소득에 비해 근로소득에 중과세, 세금이 빈부격차에 기여하고 있다.

이번 세제개편 중 ‘배당소득증대세제’는 고배당주식 배당소득에 대해 분리과세 원천징수세율을 인하(14%→9%)해주고 종합과세 대상자에게는 선택적 분리과세까지 허용(25%)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대주주 등 부자들에게 감세혜택을 줘 부자들이 더 부자가 된다고 소비가 늘어나지는 않는다.

◇ 민주성 원칙의 문제

세제개편 내용 중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큰 항목은 최소 1년 이상의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이해관계자의 토의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작년 세제개편 때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중차대한 개정을 급하게 밀어붙인 것도 모자라 올해도 ‘기업소득환류세제’를 강하게 몰아 부치고 있다.

‘기업소득환류세제’는 기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제도 변화다. 충분한 토의를 거쳐 개정돼야 하는데 한 달 만에 급조해 발표한 것은 ‘민주성의 원칙’에 어긋난다.

◇ 일관성 원칙의 문제

정책이 일관되게 추진돼야 국가 신뢰가 높아지고 예측가능성을 담보하게 된다. 그러나 한국의 행정부는 장관이 바뀌면 정책도 단기적으로 오락가락 한다.

이번 세제개편 중 ‘기부장려금제도’가 그렇다. 작년 기부금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전환, 기부에 따른 감면혜택이 대폭 줄어든 고소득자들의 기부가 급감해 올해부터 비영리단체의 재정이 더욱 어려워진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그런데 올들어 ‘기부문화정착 및 기부금단체의 재정확충을 위해’ 기부장려금제도를 도입하려고 한다.

‘기부금장려제도’는 기부금단체가 기부금 영수증 발급 때 ‘세액공제대상자(기부자)가 세액공제를 받지 않고 세액공제금액을 기부단체에 기부한다’는 승낙을 얻으면 국세청이 기부단체에 세액공제 상당액을 직접 환급하는 제도다. 실효성이 의심되는 제도다.

진짜 기부활성화를 원하면 소득세액의 1% 기부장례세제를 도입하는 것이 맞다.

◇ ‘납세협력비용 최소화 원칙’의 문제

세금을 징수하는데 납세협력비용은 최소화돼야 한다. 그러나 행정부는 세법개정 때 납세협력을 중시하지 않고 계산하지도 않는다.

이번 세제개편 내용을 보면 현금영수증과 체크카드의 사용액이 전년도 사용액의 50%를 초과할 경우 초과액에 대해 종전 30%에서 40%로 10%포인트 상승한 소득공제율을 적용키로 했다는 내용이 있다.

절세효과는 거의 없고 오히려 납세협력비용(카드사 및 회사 프로그램 수정, 근로자 개정세법 숙지 등)이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 ‘과잉금지 원칙’의 문제

입법목적이 정당하더라고 납세자피해는 최소화돼야 한다. 한국의 조세 관련 법제는 세무조사 때 국세청의 지나치고 과도한 행위를 보장하는 반면 납세자권리에 대해서는 아주 미약하게 다룬다. 이른 바 ‘국가우월주의’적인 세금 법제다.

납세자들이 국세청을 과도하게 무서워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지나치게 높은 가산세다.

이번 세제개편에 따르면 정부는 국제거래가 수반되는 부정행위에 대해 신고불성실가산세를 인상(40%→60%)했다.

현행 법제로도 조세포탈범에 대해서는 징역형과 벌금형을 병과할 수 있다. 또 가산세(부당신고불성실가산세 40%+납부불성실가산세 연10.95%)+최고 75% 가산금을 부과할 수 있다. 지금도 본세 외에 100%이상의 많은 패너티를 부과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또 신고불성실가산세를 인상하는 것은 세금을 넘어 형벌로써 이중 처벌하는 ‘과도함’으로 볼 수밖에 없다.

◇ ‘조세중립성 원칙’의 문제

시장 참여자들은 세후이득을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행동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세금은 시장주체자의 의사결정을 가급적 왜곡하지 않아야 한다. 물론 조세를 정책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제한적이어야 한다.

세금이 존재하는 가장 큰 목적은 조세수입이다. 그런데 관료와 정치인들은 지나치게 세금을 정책목적, 정치적 목적으로 남용하고 있다. 이런 편향은 이번 세제개편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새 경제팀이 경제활성화와 민생안정 등 경제정책 기조 달성을 위해 근로소득증대세제와 배당소득 증대세제, 기업소득환류세제 등을 디자인했다고 한다.

그러나 낙수효과(Trickle Down Effect)의 효과에 대한 논란이 여전한 가운데 자본과세는 대폭 후퇴한 채 향후 간접세(그것도 죄악세 위주의) 증세를 노리는 것은 세금이 부익부 빈익빈을 조장해 조세형평을 심각히 훼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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