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죄 지으면 용서 빌 곳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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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죄 지으면 용서 빌 곳조차 없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8.05.03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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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2강 천명편(天命篇)…하늘의 명(命)을 따르라⑦
▲ 공자(孔子).

[명심보감 인문학] 제2강 천명편(天命篇)…하늘의 명(命)을 따르라⑦

[한정주=역사평론가] 子曰(자왈) 獲罪於天(획죄어천)이면 無所禱也(무소도야)니라.
(공자가 말하였다. “나쁜 짓을 해서 하늘에 죄를 지으면 빌 곳조차 없다.”)

공자는 50세가 되어야 지천명(知天命), 즉 하늘의 뜻을 깨달아 나라와 백성을 다스릴 수 있다고 했다.

실제 공자는 50세 이후 관직에 나아가 자신의 고향인 노(魯)나라에서 오늘날의 법무부장관에 해당하는 대사구(大司寇)에까지 올랐다. 그러나 55세 때 당시 노나라의 권력자였던 계환자와 정치적으로 충돌을 빚으면서 관직에서 물러난 다음 제자들을 거느리고 노나라를 떠나 천하를 주유하게 된다.

여기 공자의 말은 공자가 이렇게 천하를 떠돌아다니던 중 위(衛)나라에 갔을 때 만난 왕손가(王孫賈)와의 대화 도중에 나온 것이다. 당시 위나라의 군권(軍權)을 장악하고 있던 실권자 왕손가는 공자를 찾아와 이렇게 말한다.

“안방의 아랫목 신을 섬기느니 차라리 부뚜막 신을 섬기는 것이 낫다는 말이 있는데 무슨 뜻입니까?”

이 말 속의 아랫목 신은 위나라의 군주를 비유한 것이고, 부뚜막 신은 위나라의 실권자인 왕손가 자신을 비유하고 있다. 왕손가는 부뚜막에서 불을 피워서 안방의 아랫목이 따뜻한 것과 같은 이치처럼 위나라의 권력은 부뚜막 신인 자신에게 있지 아랫목 신인 군주에게 있지 않다는 말을 공자에게 건넨 것이다.

다시 말해 그는 형식적인 권력에 불과한 위나라의 군주를 섬기는 것보다 실질적인 권력을 쥐고 있는 자신을 섬기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는 은밀한 제안을 공자에게 한 것이다. 이에 공자는 “하늘에 죄를 지으면 빌 곳조차 없다”는 답변으로 왕손가의 제안을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거절하였다.

공자는 자기 시대의 혼란과 분열이 천자는 천자답지 못하고, 제후는 제후답지 못하고, 신하는 신하답지 못하고, 백성은 백성답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즉 천자가 천자답고, 제후는 제후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백성은 백성다운 것이야말로 공자가 추구한 이상적인 질서이자 가치였다. 그것은 공자가 생각한 ‘천명’, 곧 하늘의 뜻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위나라 군주가 행사해야 할 권력을 신하인 왕손가가 행사한다는 것 자체가 공자의 시각에서는 천하의 질서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하늘의 뜻을 어그러뜨리는 패악무도한 일이었다.

그래서 왕손가의 제안에 대해 공자는 하늘에 죄를 짓는 일이라면서 그것은 결코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라고 답변했던 것이다.

왕손가와 공자의 대화는 『논어』〈팔일(八佾)〉편에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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