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귀하게 여기지 말고, 다른 사람을 천하게 대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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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귀하게 여기지 말고, 다른 사람을 천하게 대하지 말라”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8.05.24 0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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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5강 정기편(正己篇)…몸을 바르게 하라③
▲ 주나라 개국의 3대 공신으로 불리는 태공(太公)·주공(周公)·소공(召公).

[명심보감 인문학] 제5강 정기편(正己篇)…몸을 바르게 하라③

[한정주=역사평론가] 太公曰(태공왈) 勿以貴己而賤人(물이귀기이천인)하고 勿以自大而蔑小(물이자대이멸소)하며 勿以恃勇而輕敵(물이시용이경적)하라.
(태공이 말하였다. “자신이 존귀하다고 해서 다른 사람을 천시하지 말고, 자신이 대인(大人)이라고 해서 소인(小人)을 업신여기지 말고, 자신의 용맹함을 믿고 적을 가볍게 여기지 말라.”)

중국 고대국가와 같은 왕조체제에서 존귀한 사람으로 치자면 제왕보다 더 위에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제왕에게조차 사람을 천시하거나 업신여겨서는 안 된다고 직언한 사람이 있다.

바로 태공(太公)·주공(周公)과 더불어 주나라 개국의 3대 공신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닌 소공(召公)이다.

이들 3대 공신 중 특히 소공은 중국 대륙의 동쪽을 정복하여 주나라의 기초를 닦았을 뿐만 아니라 무왕이 죽고 난 후 어린 나이에 주나라 제2대 왕이 된 조카 성왕(成王)을 주공과 함께 충성을 다해 보좌한 충신이었다.

또한 그는 주나라의 동쪽 도읍지인 낙읍(洛邑: 지금의 낙양) 건설을 실질적으로 지휘한 인물이기도 하다.

소공은 ‘백성을 아끼는 벼슬아치를 사모하는 간절한 정’을 뜻하는 고사성어인 ‘감당지애(甘棠之愛)’를 낳았을 만큼 청렴결백하고 공명정대한 정치가로도 크게 명성을 떨쳤다.

『서경(書經)』은 공자가 요순(堯舜)시대부터 하(夏)나라 시대, 상(商: 殷)나라 시대 그리고 주(周)나라 시대에 이르기까지 인덕(仁德)으로 나라와 백성을 다스린 제왕들의 기록과 문서를 수집하여 편찬한 책이다.

주나라를 개국한 제왕이자 또한 자신의 형이기도 한 무왕에게 사람을 천시하거나 업신여겨서는 안 된다고 직언한 소공의 글이 여기 『서경』에 ‘여오(旅獒)’라는 제목으로 수록되어 있다.

‘여오(旅獒)’라는 제목은 ‘여족(旅族)의 여(旅)나라에서 공물로 바친 큰 개’라는 뜻이다.

주나라 무왕이 천하의 주인이 된 후 어느 날 여나라에서 공물로 큰 개를 바쳤다. 큰 개를 받은 무왕이 크게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있던 소공은 제왕이 진기한 물건에 마음을 빼앗겨 자신의 욕심만 채우게 되면 천하를 올바르게 다스릴 수 없다고 간언하면서 항상 겸허하고 겸손한 마음을 가지라고 직언했다.

그러면서 천하에서 가장 존귀한 자인 제왕이 항상 경계해야 할 도리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밝은 제왕은 항상 덕(德)을 삼가며 실천하였습니다. 덕이 성대한 사람은 다른 사람을 업신여겨서는 안 됩니다. 만약 군자를 업신여기면 그 사람은 마음을 다하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소인을 업신여기면 그 사람은 힘을 다하지 않을 것입니다.”

군자는 업신여김을 당하면 고상한 명망이 손상당했다고 생각하고 멀찌감치 물러난 뒤 실망해 미련조차 두지 않고 떠날 것이다. 어떻게 자신의 마음을 다할 수 있겠는가?

소인은 비록 천박하여 권력을 두려워하고 재물을 좋아해 쉽게 부릴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들 역시 업신여김을 당하면 신명(神明)을 지닌 사람으로서 어찌 자신의 힘을 다 쏟겠는가?

제왕이 다른 사람을 천시하거나 업신여기지 않고 덕을 삼가 실천해야 하는 까닭은 군자는 마음을 다하고 소인은 힘을 다하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얘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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