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하면 즐겁지만 탐욕스러우면 근심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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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하면 즐겁지만 탐욕스러우면 근심뿐”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8.06.29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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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6강 안분(安分) - 분수에 편안하라①
▲ 위진남북조시대 말기의 인물 안지추(왼쪽)와 그가 지은 『안씨가훈』.

[명심보감 인문학] 제6강 안분(安分) - 분수에 편안하라①

[한정주=역사평론가] 景行錄云(경행록운) 知足可樂(지족가락)이요 務貪則憂(무탐즉우)니라.

(『경행록』에서 말하였다. “만족을 알면 즐겁고, 탐욕에 힘쓰면 근심뿐이다.”)

중국의 역대 가훈 중 가장 오래도록 널리 읽힌 가훈을 꼽는다면 위진남북조시대 말기의 인물 안지추가 지은 『안씨가훈』을 꼽을 수 있다.

이 책에서 안지추가 후손들에게 전하려고 한 중요한 가르침 중 하나가 ‘지족(知足)의 철학’이다.

그는 “욕심은 멋대로 부려서는 안 되고, 뜻은 가득 채워서는 안 된다. 끝 모르는 욕망은 실패와 재앙을 자초할 뿐이다. 가득 채우는 욕심은 귀신도 싫어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지추는 자손들에게 지위와 재물에 있어서 ‘지족(知足)의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해주었다.

첫째 벼슬은 이천석(二千石: 지방 군태수(君太守)의 관등)을 넘지 말고, 둘째 세력가와는 사돈을 맺지 말고, 셋째 식구가 20명 정도면 그 노비도 20명을 넘어서는 안 되고, 넷째 좋은 농토는 10경(頃) 정도에 만족하고, 다섯째 집은 비바람을 막을 정도면 충분하고, 여섯째 수레와 마차는 겨우 지팡이를 대신할 정도면 되고, 일곱째 재물은 집안의 길흉사(吉凶事) 등 급하게 사용할 때 부족하지 않을 정도만 지니고 있으면 된다고 했다.

자신이 정해준 재물과 부귀의 수량에 혹시 미치지 못한다고 해도 절대로 잘못된 방법과 수단을 사용해 얻으려거나 모으려고 해서는 안 되고, 만약 자신이 정해준 기준보다 더 많은 재물과 부귀를 가졌을 경우에는 즉시 형제와 나누고 이웃들에게 베풀라고 했다.

조선 시대에 무려 12대 300년 동안 만석꾼의 지위를 유지했던 ‘경주 최부잣집’ 또한 안지추가 자손들에게 남긴 ‘지족의 철학’과 유사한 가훈을 지니고 있었다. 바로 여섯 가지 가르침이라는 뜻의 ‘육훈(六訓)’이라고 불린 가훈이다.

육훈은 첫째 “과거를 보되 절대로 진사(進士) 이상의 벼슬은 하지 말라”이고, 둘째 “재물은 1년에 만 석 이상 모으지 말라”이고, 셋째 “흉년에는 다른 사람의 땅을 절대로 사지 말라”이고, 넷째 “손님이 찾아오면 신분과 귀천을 구분하지 말고 후하게 대접하라”이고, 다섯째 “시집 온 며느리들은 3년 동안 무명옷을 입어라”이고, 여섯째 “주변 백 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도록 하라”이다.

안지추의 『안씨가훈』이나 경주 최부잣집의 ‘육훈’에는 모두 제멋대로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 하고, 뜻을 가득 채우지 말아야 하며, 벼슬과 부귀에 대한 욕망을 끝까지 추구해서는 안 되고, 다른 사람에게 베풀고 나누면서 살아야 한다는 철학이 담겨 있다.

이러한 ‘지족의 철학’ 덕분이었을까? 안지추의 후손 중에는 당나라 초기 최고의 역사가로 꼽히는 안사고와 대서예가이자 문장가인 안진경이 나와 최고의 학자 집안을 이루었고, 경주 최부잣집은 17세기 무렵부터 20세기 중엽까지 300년 동안 명문가의 지위를 잃지 않지 않았다.

이 두 집안이야말로 “知足可樂(지족가락)이요 務貪則憂(무탐즉우)니라”, 즉 “만족을 알면 즐겁고, 탐욕에 힘쓰면 근심뿐이다”는 여기 『명심보감』의 경구의 뜻을 가장 잘 담은 가훈을 남겨 후손들을 가르쳤다고 하겠다.

만족을 알고 탐욕을 부리지 않았기 때문에 역설적이게도 이 두 집안은 수 백 년 동안 명문가의 지위와 명성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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