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을 알면 욕된 일 없고, 그칠 줄 알면 부끄러운 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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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을 알면 욕된 일 없고, 그칠 줄 알면 부끄러운 일 없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8.07.04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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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6강 안분(安分)…분수에 편안하라④

[명심보감 인문학] 제6강 안분(安分)…분수에 편안하라④

[한정주=역사평론가] 知足常足(지족상족)이면 終身不辱(종신불욕)하고 知止常止(지지상지)면 終身無恥(종신무치)니라.

(만족할 줄 알아서 항상 만족하며 지내면 몸을 마칠 때까지 욕된 일을 당하지 않고, 그칠 줄 알아서 항상 그쳐야 할 곳에서 그치면 몸을 마칠 때까지 부끄러운 일을 당하지 않는다.)

『노자도덕경』에 나오는 ‘지족의 철학’을 한 번 더 살펴보자.

이 책은 <도경(道經)>과 <덕경(德經)>으로 나누어져 구성되어 있다. 그 중 <덕경> 제44장에는 “名與身孰親(명여신숙친) 身與貨孰多(신여화숙다) 得與亡孰病(득여망숙병) 是故甚愛必大費(시고심애필대비) 多藏必厚亡(다장필후망) 知足不辱(지족불욕) 知止不殆(지지불태) 可以長久(가이장구)”라는 구절이 적혀 있다. 그 뜻을 살펴보면 이렇다.

“명예와 육신 중 어느 것이 더 친근한가? 육신과 재물 중 어느 것이 더 큰가? 얻는 것과 잃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병폐인가? 이러한 까닭에 지나치게 사랑하면 반드시 크게 잃게 되고, 많이 간직하고 있으면 반드시 많이 잃게 된다. 만족할 줄 알면 욕됨이 없고 그쳐야 할 곳에서 그칠 줄 알면 위태로움에 빠지지 않아서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다.”

이 구절 가운데 “知足不辱(지족불욕) 知止不殆(지지불태)”, 즉 “만족할 줄 알면 욕됨이 없고, 그쳐야 할 곳에서 그칠 줄 알면 위태로움에 빠지지 않는다”는 여기 『명심보감』의 경구와 그 뜻이 일맥상통한다고 하겠다.

『천자문』의 아흔 번째 문장에서도 “태욕근치(殆辱近恥)”라고 했다. “위태로움과 욕됨은 치욕에 가깝다”는 뜻인데 개인과 나라가 위태로움과 욕됨을 당하는 원인을 추적해보면 항상 -권력이든 재물이든 명예든- 만족할 줄 모르는 욕망이나 그쳐야 할 곳에서 그칠 줄 모르는 욕심 때문에 하지 말아야 할 일이나 해서는 안 될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는 데 있다는 것이다.

맹자 역시 욕심이 많은 사람일수록 자신의 마음을 보존하는 사람이 적었다고 하면서 “養心(양심) 莫善於寡欲(막선어과욕)”, 곧 “사람이 마음을 기르는 데는 욕심을 적게 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고 했다.

다시 말하자면 만족할 줄 아는 ‘지족(知足)’을 위해서는 욕심을 적게 하는 ‘과욕(寡欲)’보다 더 나은 것이 없다는 얘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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