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책망하듯 자신을 꾸짖고, 자신을 용서하듯 남을 용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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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책망하듯 자신을 꾸짖고, 자신을 용서하듯 남을 용서하라”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8.07.11 0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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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7강 存心篇(존심편)…마음을 보존하라③

[명심보감 인문학] 제7강 存心篇(존심편)…마음을 보존하라③

[한정주=역사평론가] 范忠宣公(범충선공)이 戒子弟曰(계자제왈) 人雖至愚(인수지우)나 責人則明(책인지명)하고 雖有聰明(수유총명)이나 恕己則昏(서기지혼)이니 爾曹(이조)는 但當以責人之心(단당이책인지심)으로 責己(책기)하고 恕己之心(서기지심)으로 恕人(서인)하면 則不患不到聖賢地位也(즉불환부도성현지위야)니라.

(범충선공이 자제들에게 훈계하며 말하였다. “비록 사람이 아무리 어리석다고 할지라도 다른 사람을 책망할 때는 똑똑하다. 사람이 비록 총명하다고 해도 자신을 용서할 때는 어둡고 어리석다. 너희들이 마땅히 다른 사람을 책망하는 마음으로 자신을 꾸짖고 자신을 용서하는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용서한다면 성인과 현인의 지위에 이르지 못할까봐 근심할 필요가 없다.”)

범충선공은 북송 때 정치가 범순인(範純仁: 1027~1101년)이다. 시호가 충선이기 때문에 흔히 범충선공이라고 불렀다.

그는 앞서 소개한 적이 있는 사마광(사마온공)과 함께 신종 시대 왕안석의 변법 개혁에 반대하며 강력하게 맞섰던 보수파의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다만 사마광과는 다르게 왕안석의 변법 개혁 가운데 타당하다고 여긴 정책에 대해서는 받아들였는데, 이 때문에 사마광과 크게 충돌을 빚기도 했다.

당시 사마광의 비난에 대해 범순인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 사람이 올바르지 않다고 해서 그가 하는 타당한 언행이나 정책까지 다 폐기할 필요는 없다.”

특히 범순인은 정치사상에 있어서 ‘충서(忠恕)’를 매우 중시했다. 여기에서 『명심보감』의 엮은이가 인용하고 있는 범순인의 훈계는 ‘충서’ 가운데 특별히 ‘서(恕)의 철학’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범순인이 말하는 ‘서(恕)’의 핵심은 ‘사람의 마음은 같기 때문에 자신의 마음을 살피고 헤아려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미루어 생각하는 태도’이다. 이것은 ‘서(恕)’라는 한자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를 살펴보면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서(恕)’ 자는 ‘如(같을 여)’와 ‘心(마음 심)’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다른 사람의 입장과 관점 또는 처지나 태도와 ‘같이[如]’ 되어 보는 ‘마음[心]’을 의미하는 글자 모양을 하고 있다.

다시 말해 나의 입장과 관점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입장과 관점에서 그 사람의 잘못을 헤아린다면 마치 자신을 용서하듯이 다른 사람을 용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나의 처지나 태도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처지나 태도에서 나의 잘못을 살핀다면 마치 다른 사람이 나를 꾸짖듯이 자신을 꾸짖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의 허물을 책망할 때나 혹은 나의 잘못을 용서할 때나 모두 범순인이 강조한 ‘서(恕)의 철학’을 적용할 수 있다.

이러한 까닭에 공자는 제자 자공이 죽을 때까지 실천해야 할 것을 한 마디 말로 한다면 무엇이냐고 묻자 “그것은 서(恕)이다”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서(恕)의 핵심 요체는 바로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것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증자는 자신의 도(道)는 하나로 꿰뚫어진다는 공자의 말에 대해 “스승님이 말하는 도(道)는 충(忠)과 서(恕)일 뿐이다”고 해석했다. 다른 사람에게 충실하다는 뜻의 ‘충(忠)’과 다른 사람의 처지를 헤아리고 살펴서 이해한다는 뜻의 ‘서(恕)’의 도리가 하나로 꿰뚫을 수 있다는 얘기이다.

더욱이 맹자는 ‘서(恕)’야말로 ‘인(仁)’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주장했다. 맹자는 이렇게 말한다.

“反身而誠(반신이성)이면 樂莫大焉(낙막대언)이요 强恕而行(강서이행)이면 求仁(구인)이 莫近焉(막근언)이니라.”

그 뜻은 다음과 같습니다.

“자신을 반성하는데 정성을 다한다면 이보다 더 큰 즐거움이 없고, 자신의 마음을 미루어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 대하는 것을 힘써 실천한다면 이보다 더 인(仁)을 구하는 길이 가까운 것은 없다.”

이렇게 보면 ‘서(恕)’에는 단순히 ‘용서하다’는 뜻보다 훨씬 더 크고 넓은 의미가 담겨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즉 자신의 마음을 살피고 헤아리는 것과 같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살피고 헤아리는 것이 바로 ‘서(恕)’이다.

마치 나를 대하듯이 다른 사람을 대하고, 마치 다른 사람을 대하듯이 나를 대해야 하는 것이 다름 아닌 ‘서(恕)’이다.

이렇게 한다면 나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에 대해 분노하고 원망하는 마음이 없어지게 되므로 책망하는 마음도 없게 되고, 용서하지 못할 일도 사람도 없게 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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