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량과 기이한 노인의 만남… 당대 최고의 정치 전략가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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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량과 기이한 노인의 만남… 당대 최고의 정치 전략가가 되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8.07.16 0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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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7강 存心篇(존심편)…마음을 보존하라⑤
▲ 장량이 주워온 신발을 노인의 발에 신겨주고 있는 모습을 묘사한 그림.

[명심보감 인문학] 제7강 存心篇(존심편)…마음을 보존하라⑤

[한정주=역사평론가] 素書云(소서운) 薄施厚望者(박시후망자)는 不報(불보)하고 貴而忘賤者(귀이망천자)는 不久(불구)니라.

(『소서』에서 말하였다. “적게 베풀면서 많은 것을 바라는 사람은 보답을 받지 못하고 존귀하게 되고 나서 빈천했을 때를 잊어버리는 사람은 오래가지 못한다.”)

사마천의 『사기』는 황제들의 역사인 <본기(本紀)>, 제후들의 역사인 <세가(世家)>, 황제나 제후가 아닌 인물들의 역사인 <열전(列傳)>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가운데 <세가>에는 유방의 두뇌 역할을 하며 한나라를 개국하는데 일등 공신 중의 일등 공신을 역할을 했다고 해서 훗날 유후(留侯)에 봉해진 전략가 장량에 관한 이야기가 <유후세가(留侯世家)>라는 제목으로 실려 있다.

<유후세가>의 첫 장을 펼치면 장량을 당대 최고의 전략가로 거듭나게 해 준 황석공이라는 노인과의 기이한 만남이 등장한다.

젊은 시절 폭군 진시황의 암살을 시도했다가 도망자 신세가 된 장량은 성과 이름까지 바꾸고 하비(下邳)라는 곳에 몸을 숨긴 채 살았다. 어느 날 장량이 다리를 건너는데 거친 삼베옷을 걸친 한 노인이 신발을 다리 밑으로 떨어뜨리고선 다짜고짜 장량에게 주워오라고 했다. 장량은 황당했지만 지켜보는 사람들도 있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다리 밑으로 내려가 신발을 주워왔다.

그런데 더욱 황당하게도 노인은 장량이 애써 주워온 신발을 자신의 발에 신기라고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장량은 꾹 참고 신발을 신겨 주었는데 노인은 고맙다는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씩 웃으면서 가버렸다. 놀란 장량은 우두커니 서서 노인의 뒷모습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노인이 돌아와서는 닷새 뒤 새벽에 다시 이곳에서 자신과 만나자고 말했다. 노인의 기이한 행동을 괴이하게 여긴 장량이 닷새 뒤 새벽에 약속 장소에 도착해 보니 노인은 미리 와 있다가 크게 화를 내며 “왜 나보다 늦게 오느냐?”는 말만 남긴 채 가버렸다.

그리고 되돌아와서 다시 닷새 뒤에 만나자고 하면서 오늘 보다 더 일찍 나오라고 하였다.

닷새 뒤 닭이 울 때 장량이 약속 장소에 도착해 보니 이번에도 노인이 미리 와 있다가 “왜 또 나보다 늦게 오느냐?”고 벌컥 화를 내면서 닷새 뒤에는 오늘보다 더 일찍 나오라는 말만 남긴 채 가버렸다.

이번에는 절대로 늦지 않겠다고 각오를 다진 장량은 닷새 뒤 새벽이 아직 반도 지나지 않은 시간에 노인보다 일찍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얼마 후 나타난 노인은 크게 기뻐하면서 한 권의 책을 장량에게 건네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책을 읽으면 젊은이가 제왕이 되려고 하는 사람의 스승이 될 수 있게끔 도와줄 것이다. 그러나 10년을 익혀야 제대로 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대는 13년 후 나를 제북(濟北)에서 다시 만날 수 있는 것이다. 나로 말하자면 곡성산(穀城山) 아래의 황석(黃石)이라는 사람이다.”

▲ 유방의 두뇌 역할을 하며 한나라를 개국하는데 일등 공신 중의 일등 공신을 역할을 했다고 해 훗날 유후(留侯)에 봉해진 전략가 장량.

이후 장량은 노인과의 만남을 기이하게 여기고 이 책을 항상 품속에 지니고 다니면서 외우고 익히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당시 노인이 장량에게 건네준 책은 『태공병법(太公兵法)』이라고 불린 병법서, 곧 황석공(黃石公)의 『소서(素書)』였다. 장량은 『소서』 덕분에 어느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당대 최고의 정치 전략가가 될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방은 최고의 정치 전략가 장량을 참모로 둔 덕분에 역발산기개세의 영웅 항우를 물리치고 한나라를 개국하는데 성공했다. 더욱이 여기에서 더 나아가 장량의 보좌로 한나라의 백년대계를 튼튼하게 세울 수 있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소서명심보감』의 엮은이가 옮겨놓은 “薄施厚望者(박시후망자)는 不報(불보)하고 貴而忘賤者(귀이망천자)는 不久(불구)니라”는 문장은 바로 황석공이 장량에게 건네준 『소서』 가운데 ‘의로움을 따르라’는 뜻이 담긴 <준의장(遵義章)>에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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