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를 베풀면 보답 바라지 말고 남에게 주었다면 후회하지 말라”
상태바
“은혜를 베풀면 보답 바라지 말고 남에게 주었다면 후회하지 말라”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8.07.17 08: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명심보감 인문학] 제7강 存心篇(존심편)…마음을 보존하라⑥

[명심보감 인문학] 제7강 存心篇(존심편)…마음을 보존하라⑥

[한정주=역사평론가] 施恩勿求報(시은물구보)하고 與人勿追悔(여인물추회)하라.

(은혜를 베풀고 나서 보답을 바라지 말고, 다른 사람에게 주고 나서 다시 후회하지 말라.)

이 문장은 다른 사람에게 베풀거나 도움을 줄 때는 자신의 행위에 대한 보답과 대가를 바라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다른 사람에게 베풀거나 도움을 주는 행위는 분명 선행(善行)이지만 만약 그 선행이 보답과 대가를 바라고 한 것이라면 더 이상 선행이라고 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보답과 대가를 바라고 한 행위는 선행이라고 하기보다는 차라리 ‘나의 은혜와 다른 사람의 보답’을 교환(交換) 혹은 거래(去來)하는 행위라고 보는 게 더 합당하기 때문이다.

‘은혜 은(恩)’ 자는 ‘인할 혹은 말미암을 인(因)’ 자와 ‘마음 심(心)’ 자로 이루어져 있다. 글자의 구성만 보더라도 ‘마음으로부터 말미암은’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는 것을 깨우칠 수 있다. 다시 말해 누군가의 강요나 강압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마음에서부터 저절로 우러나온’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글자가 바로 ‘은혜 은(恩)’ 자이다.

이러한 까닭에서일까? 『채근담』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은혜를 베풀었다면 그 보답을 재촉하지 말라”고 하면서 “은혜를 베푸는 사람이 마음속으로 자신을 칭찬하지 않고 밖으로 다른 사람에 대해 교만하지 않으면 비록 한 말의 좁쌀을 베풀더라도 마땅히 수 만 섬의 곡식을 베푸는 은혜와 같다고 할 것이다. 반면 재물로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사람이 자신이 도와준 것에 대해 계산하고 거기에 따른 보답을 재촉한다면 비록 수천 냥의 큰돈을 도와주었다고 해도 엽전 한 푼 어치의 공적도 이루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했다.

은혜를 베푸는 것은 곧 덕(德)을 베푸는 것이기 때문에 그 사람에게는 음으로 양으로 도와주는 사람이 사방팔방에 존재하게 마련이라는 의미에서 앞서 필자가 언급한 적이 있는 “덕은 외롭지 않다. 사방에 이웃이 있기 때문이다”는 공자의 말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은혜를 베풀되 보답을 바라지 않는 것이야말로 공자가 말한 덕(德)의 참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은혜를 베풀되 보답을 바라지 않아야-역설적이게도-오히려 보답을 받게 된다고 하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